이동과 여행의 편리함, 잘 닦인 도로, 언어의 통일 등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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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과 여행의 편리함, 잘 닦인 도로, 언어의 통일 등 활용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06.02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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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⑯ - 기독교의 전파의 유리한 상황들

그렇다면 기독교의 신속한 전파에 기여한 유리한 환경은 무엇이었을까? 기독교의 전파도 그 시대의 사회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로마제국의 상황이 어떠했는가에 대해 무심할 수 없다. 

뉴질랜드의 신학자 블레이크록(Edward Munsgrave Blaiklock, 1903~1983)이 지적했듯이 로마제국이 한 황제의 지배 하에 있었다는 사실은 기독교의 확장에 있어 유리한 여건이었다. 

군소 국가들이 제각기 자기 변방을 지키던 시대는 지나갔고, 로마 황제 가이샤가 당시 세계를 지배했다. 대서양에서 카스피해까지, 그리고 스페인에서 나일강까지, 하드리아 국경에서 유브라데에 이르는 모든 지역이 로마제국의 한 황제의 지배 하에 있었다. 이런 제국의 통일은 그리스도의 사역과 복음 전파에 공헌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째, 이동과 여행의 편리함을 제공해 주었다. 그 당시 그 넓은 세계가 수많은 민족 중심으로 분리되고 독립된 별개 국가로 존재했다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국가의 경계를 넘을 때마다 지체되고 입국수속에 상당한 지장을 받았을 것이다. 각기 다른 법과 제도 때문에 월경하는 일이 용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가는 곳마다 반대와 저항에 부딪치고 전도는 제한되거나 거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된 제국 하에 있었기에 국경을 넘거나 이동하는 일이 용이했다. 

둘째, 로마의 도로는 전도자들에게 이동의 편의를 제공했다. 17세기 프랑스 시인 라 퐁테뉴가 처음 썼다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공허한 레토릭이 아니었다. 이 말은 로마제국의 광범위한 교통 사정을 말하고 있는데, 2세기 이레나이우스는, “로마인들은 세계 평화를 이룩했고, 우리는 도로를 따라 바다를 건너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나 두려움 없이 갈 수 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로마제국의 도로 사정은 어떠했을까? 지금 남아 있는 자료로는 3세기 말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당시의 것인데, 국영도로(간선도로)는 총 372개로 도로 길이를 합치면 8만 5천km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미국의 간선도로 총연장 길이와 비교해 보면 당시의 로마제국의 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990년 기준 미국의 총 도로망은 8만 8천 km에 달한다고 한다. 로마제국이 가장 넓은 국토를 지니고 있을 당시의 총면적은 약 720만㎢였는데, 지금의 미국은 936만㎢에 달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로마제국의 영토는 미국의 9분지 7에 불과하지만 총 공도(公道) 연장길이는 1990년 당시 미국과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로마제국 당시 인구는 5천만~6천만 명에 불과했으나 미국 인구는 3억 정도인데, 3세기 당시 로마제국의 총 도로 연장 길이가 20세기의 미국과 거의 동일했다는 점은 로마제국의 도로가 얼마나 잘 건설되어 있었던가를 알 수 있다. 이런 도로는 오랜 기간동안 건설되었을 것이다.  

『로마의 도로 이야기』를 쓴 후지하라(藤原武)에 의하면 로마제국의 간선도로 총 길이는 8만5천km이지만 지선도로(支線道路)까지 합치면 29만km에 달한다고 한다. 도로건설 기술이나 경제력에서 크게 차이가 있었지만 로마제국의 도로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도로는 일차적으로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제국의 대동맥으로서 지중해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교통로였다. 

바로 이 도로가 복음 전도자들의 이동, 곧 기독교의 전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셋째, 언어의 통일 또한 기독교의 신속한 확장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예수님이 탄생하기 300여 년 전에 알렉산더는 당시 세계를 제패하고 그리스어를 편만하게 만들었다. 그리스어로 기록된 신약이 헬레니즘 문화 속에 소개될 수 있었다. 

초기 복음 사역자들이 언어가 통일되지 않은 다양한 종족들 가운데서 사역했다면 그들의 사역은 많은 장애를 받았을 것이다. 언어의 통일은 기독교 복음전파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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