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혈압 환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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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혈압 환자라고?
  • 송태호 원장
  • 승인 2020.06.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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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 행복한 신앙-28

한 달에도 몇 명씩 자기가 고혈압이 아닌 지 궁금해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검진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된 후에는 더 많아진 느낌이다. 검진을 받을 때 측정한 혈압이 높아서 확진을 받기 위해 오는 것이다. 30세 이상의 성인 3명 중 1명은 혈압이 높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흔해져 버린 고혈압이다. 예전 같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혈압의 상승도 여기저기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고 병원에 방문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인다. 

혈압은 계속 변한다. 정상인들도 생체리듬에 따라 하루종일 혈압이 변한다. 보통은 아침에 일어나면서 혈압이 오르기 시작하여 오전 중에 가장 높으며 오후가 되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여 밤에 잠이 들었을 때가 가장 낮다. 이런 혈압은 활동량, 수면의 정도, 스트레스, 계절에 따른 기후의 변화 등 수십가지의 요인에 의해 변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인들은 이런 혈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정한 정상 혈압을 유지하려 한다.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혈압이 올라가게 되면 우리 몸에서 혈압을 낮추기 위해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혈압이 낮아지면 올리기 위해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환자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병원에 방문하여 혈압이 140/90mmHg 이상 나오고 다른 날 다시 병원에서 잰 혈압이 140/90mmHg이상이라면 고혈압으로 진단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한 번 높고, 재검을 위해 다시 병원에 왔을 때 혈압이 다시 높다면 고혈압이 된다. 지금도 대개 이 기준에 맞춰 고혈압을 진단 하지만, 건강검진 때는 높았는데 재방문했을 때 혈압이 정상이라면 정상일까? 이 문제에 의사들은 골머리를 썩여 왔지만 검사방법의 발전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병원에서 측정하는 ‘진료실 혈압’ 은 환자의 그때 상황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 혈압이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대표한다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그래서 환자가 평소 일반적으로 활동 할 때에의 혈압을 측정하는 검사방법을 만들었다. 24시간 동안 전자 혈압계를 차고 지내면서 깨어 있을 때는 30분 간격으로 잘 때는 1시간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하여 그 결과를 살펴보면 자기의 진짜 혈압을 알 수 있게 된다. 하루 종일 여러번 잰 주간 혈압의 평균이 135/85mmHg가 넘는다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은 나의 진짜 혈압을 측정하여 내가 고혈압 환자인지 알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이미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하는 환자들이 조절이 잘 되는지 여부도 판단 할 수 있다. 이른 바 ‘저혈압’ 도 확인 할 수 있고, 2차성 고혈압을 의심할 만할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검사를 해보면 평균혈압은 정상인데 140/90mmHg 이상으로 혈압이 올라간 사람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고혈압 환자인 것인가?
‘변동성 혈압’ 이라는 것이 있다. 전체적인 혈압의 정도와 상관 없이 혈압이 갑자기 140/90mmHg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지나치게 낮은 경우를 말한다.  믿을만한 연구를 보면 고혈압 진단을 받진 않았지만 ‘변동성 혈압’ 이 있는 사람들을 14년간 관찰한 결과 변동성 혈압이 있는 쪽은 없는 쪽에 비해 전체적으로 사망률이 증가했으며 심혈관, 뇌혈관 합병증이 잘 생기는 것으로 보고 하고 있다. 이런 '변동성 혈압'은 한 번이라도 나타나면 이미 혈압조절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경우에는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생길 위험군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약물치료를 시작하긴 이르더라도 염분 섭취를 조절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혈압을 유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혈압을 진단 받고 약물복용을 시작하자고 하면 무조건 적대감을 보이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권고는 의사의 충분한 고민을 통해 내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혈압약 복용을 주저하는 경우라면 24시간 활동혈압검사를 받아 본인이 약물복용을 해야 하는 경우인 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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