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생각에 가슴 찢어져…할 수 있는 건 기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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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생각에 가슴 찢어져…할 수 있는 건 기도뿐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5.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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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기획 - 오해와 이해 : 나는 □ 입니다 ⑫ 자녀 하나님께 맡긴 ‘선교사 부모’

귀한 자식 ‘선교사’ 된다고 했을 때 충격 받는 부모님 많아
모든 선교사 부모들이 ‘크리스천’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
‘부모 봉양’이라는 유교적 전통 때론 부담…맴버 케어 필요

선교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부모 봉양’에 관한 문제다. 예수를 믿지 않는 부모들은 선교사로 나간 자녀를 ‘하나님께 빼앗겼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선교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부모 봉양’에 관한 문제다. 예수를 믿지 않는 부모들은 선교사로 나간 자녀를 ‘하나님께 빼앗겼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들을 선교사로 보낸 장OO 장로. 그는 지난해 사돈이 병으로 소천 했을 때를 생각하면 두고두고 속이 상한다. 고인 때문만은 아니다. 선교지의 상황으로 장인의 장례식도 오지 못했던 아들 탓이다. 장 장로는 “내가 죽더라도 마찬가지일 텐데 싶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속이 상하지만 어쩌겠는가. 결국엔 자녀들 인생이기에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가 은혜로운 사람 주변에는 은혜로운 일들만 있고, 은혜로운 사람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가 사역자의 가족에 대한 것이다.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사역자의 가정은 늘 평안하고 원만할 것만 같지만 많은 사역자들이 자녀의 문제, 부부의 문제로 고통을 호소한다. 자녀의 문제나 부부의 문제는 그래도 조금은 알려져 있지만 사역자의 부모님에 대해서는 쉽게 떠올리지 않는다. 자녀가 사역자의 길로 가겠다고 했을 때 모든 부모가 ‘옳거니’ 하며 찬성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더욱이 그 길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선교를 하는 것이라면 보내는 부모 입장에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일일지도 모른다. 연중기획 ‘오해와 이해’, 이번호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선교사 부모’들을 만나봤다. 

 

의사 만들어놨더니

중동의 한 국가에서 사역하는 A 선교사. 올해로 사역 6년차를 맞은 그에게 ‘아버지’는 참 어려운 이름이다. 공부 잘하기로 소문났던 A는 의대에 들어갔고 국내 최고 병원의 정교수까지 승진했다. 아버지에게 A는 자랑 그 자체였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동네 사람들을 모두 아들이 일하는 병원에 연결해서 진료를 받게 할 만큼, 아버지에게 아들의 존재는 ‘영광스런 면류관’ 그 자체였다.

그런 아들이 교환교수로 캐나다에 갔다. 아버지의 표현대로 아들은 그곳에서 “예수에 빠져서” 선교사가 되겠다고 고백했다. 그 말을 듣던 날 비기독교인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냅다 욕설을 퍼부었다. 하나님에게 아들을 뺏긴 것만 같았다. 부자의 연을 들먹이면서까지 말렸지만 아들 내외는 결국 선교사가 되어 고국을 떠났다. 

이후 2년가량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막내아들의 가족과 함께 선교지를 찾았다. 화를 내며 보냈지만 내심 아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A 선교사는 아버지를 모시고 ‘성지순례코스’로 알려진 지역들을 방문했다. 차로 운전을 하는 중에 조수석에 앉은 아버지에게 지역에 얽힌 예수님의 행적을 재미있게 읊어드리며 마음을 달래드렸다. 

귀국 후 아버지는 대뜸 세례를 받겠다고 가족들에게 선언했다. 세례 문답을 하는 자리에서 아버지는 막내아들의 교회 담임 목회자에게 “나는 솔직히 우리 아들이 아직 밉고 며느리가 괘씸하다. 편하게 살아도 될 만한 놈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여행지에 가서 본 아들의 모습을 보고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다. 냄새 나는 그 나라 사람들을 끌어안고 행복해 하는 모습, 배울 만큼 배운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웃으며 사는 모습을 보고,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동유럽의 불가리아에서 사역하는 박계흥 선교사의 어머니 우춘선 권사(80)도 아들 때문에 예수를 믿게 된 케이스다. 우 권사는 “하나님이 아들을 멀리 선교지로 보내니 처음에는 원망도 되고 아들이 보고 싶고, 외로울 때도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너는 순교자가 되라

반면에 어떤 부모는 애초에 아들이 선교사가 되기를 자식보다 먼저 기도하기도 한다. 태국에서 사역하는 B 선교사의 어머니는 김OO 권사(73세)는 일찍부터 어린 아들을 두고 “주의 종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해 왔다. 시간이 지나며 ‘주의 종’ 기도는 ‘복음을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사람’으로 확장됐다. 

B 선교사는 “학창 시절 새벽기도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제 머리맡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제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시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순교 하게 하소서’ 하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벌떡 일어나서는 ‘엄마 눈물 콧물까지는 괜찮은데 순교하라고는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회상했다. 

어머니의 기도 덕분인지 결국 아들은 신학교에 입학했다. B 선교사는 “당시 신학교 친구들 중에 엄마가 가라고 해서 억지로 왔다는 학생은 나뿐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회심을 경험한 B 선교사는 중국 단기선교들 다녀온 뒤 “중국에 뼈를 묻겠다”고 선언하고,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선교지로 떠났다. 아들이 떠난 뒤 어머니는 선교지로부터 전해오는 위험천만한 소식에 여러 번 가슴을 쓸어야 했다. ‘순교’를 두고 그렇게 기도했건만 인간적인 마음까지 어쩔 도리는 없었다. 

그래서 김 권사는 하루에 9시간씩 기도를 한다. 역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들과 아들의 사역에 관한 내용이다. 끝까지 주를 위해 죽을 수 있는 마음을 지켜달라고, 주님의 복음을 위해 변질되지 않고 초심을 지켜달라고 기도한다. 김 권사는 지난해부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손주들까지 돌보고 있다. 몇 달 전에 계단을 헛디뎌 다리까지 다치고 재정 상황마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자나 깨나 아들 걱정뿐이다. 그는 다리가 아파 전보다 많은 기도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힘들다고 했다.

“우리 B 선교사의 주님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이 하나님 앞에 심판 받는 순간까지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저의 가장 큰 소원입니다. 부끄러움 없는 종, 신실한 종, 하나님이 ‘수고했다’며 눈물 닦아주는 종이 되기를 처음이나 지금이나 간절히 원하며 기도합니다.” 

한편 선교계에서는 선교사 자녀(MK, Missionary Kids) 사역뿐 아니라 선교사 부모(MP, Missionary parents)사역에 대해 파송 단체나 교단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유교적 전통 속에서 자란 선교사들이 부모 봉양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고, 이같은 문제는 사역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성경번역선교회(GBT)와 인터서브 등이 MP사역 담당자를 별도로 세우고, 정기적 만남과 위로모임, 병문안, 장례지원 등의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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