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시 교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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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교회로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5.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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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쓰이는 시쳇말로 ‘설레발은 필패’라는 말이 있다. 좀 더 익숙한 단어로 옮기자면 섣불리 김칫국을 마셨다간 도리어 역풍을 맞는다는 얘기다. 

잠깐이나마 지긋지긋했던 코로나 사태가 끝날 거란 기대감을 품었던 때가 있었다. 5월 초 하루에 추가되는 확진자 수가 한 자리 숫자로 줄어들며 드디어 답답한 마스크에서 해방될 수 있나 설레는 마음으로 정부의 발표를 기다렸더랬다. 하지만 조금 헐거워졌나 싶었던 마스크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사태가 터지며 다시 얼굴을 꽁꽁 감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설레발은 필패’였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졌지만 그래도 약 한달 반 가까이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 6일을 기해 생활 속 방역체계로 전환됐다. 온라인 수업이 내내 이어졌던 학교도 슬그머니 개학 시기를 조율하는 모습이다. 

교회 역시 조심스레 대문을 열고 현장 예배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출석하는 교회도 먼저 대예배를 현장 예배로 전환하고 순차적으로 청년부 등 교육부서 예배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온라인 예배의 편리함이 너무 익숙해졌던 탓일까. 늦어졌던 기상시간은 하루 만에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조금 늦더라도 현장 예배에 참석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방바닥에 붙은 발은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 결국 이태원 사태 때문에 아직 위험하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곤 유튜브 예배를 틀었다. 하지만 막상 예배가 드려지는 현장을 휴대폰 너머로 접하자 그곳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왔다.

이제 찬바람이 불었던 지역 상권에도 온기가 돌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던 몸도 기지개를 핀다. 편리함에 길들여졌던 신앙도 다시 열정을 되찾을 때다. 돌아오는 주일 아침 알람은 평소의 두 배로 늘려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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