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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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3층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0.05.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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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107

“아빠는 이렇게 주차할 공간이 많은데, 3층까지 내려가세요?”

언젠가 일찍 집에 들어갈 일이 있어, 공간들이 많았는데도, 굳이 지하 3층까지 내려가는 저를 보며 제 딸이 한 말입니다. 사실 언젠가부터 저는 지하 3층이 주차공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기도에 나왔는데, 제가 몇 층에 차를 주차했는지를 몰라서 한참이나 오르내리며 헤맸거든요, 제 차키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고, 카드키라 더욱이 차를 어디다 뒀는지 모를 땐 헤매겠더라구요. 결국 새벽기도 몇 번 늦고,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난 후 지하 3층을 제 주차공간으로 정해놓고, 새벽기도 나올 땐 무조건 3층으로 내려오면 됐습니다. 지하 3층엔 제 차가 있고, 어디다 두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헤맬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기 때문에 마음도 편해지구요.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핸드폰이 어디 있지?’ 하면 건망증이구요. 핸드폰을 손에 들고도 ‘이 물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면 치매 증상이라고 하더라구요. 전화기를 냉장고 냉동고에 넣어 두었다 잃어버렸는 줄 알았다가, 나중에 찾았다는 성도, 아기에게 감기 가루약을 타서 먹이려고 가보니 가던 도중 자기가 먹어 버렸다는 엄마, 엘리베이터 앞에서 열쇠 구멍을 들이밀었다는 성도, 백화점에서 아기와 쇼핑하고 아기를 유모차와 함께 백화점에 두고 물건만 갖고 왔다는 성도. 이런 저런 일들을 웃고 듣기만 하다가, 이젠 제가 그 입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인간의 뇌는 20대를 고비로 점차 퇴행해서 나이를 먹음에 따라 뇌세포도 점차 위축되고, 한 번 파괴된 뇌세포는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고 하구요. 은혜로우신 하나님은 이런 우리 인간을 위해 다행스럽게도 우리들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뇌세포를 많이 만들어 주셔서 나이 변화에 따르는 감소로는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게 하셨다라고 하더라구요.

언젠가 노권사님이 아프셔서 괜찮으시냐고 여쭸더니~
“목사님~~ 나이가 들면요 아픔하고도 친구할 줄 알아야 하는 거래요~ 지금까지 내 몸이 그래도 지탱해줘서 이 세월을 살았는데요, 마음도 몸도 스스로 다독이며 괜찮다~~ 괜찮다~~ 해야 되구요, 건강을 지키려고 애쓰기보다는 건강해야 하지만 마음도 몸도 살살 달래가며 쓰는 거래요~~ 제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 하시며 웃으시던 일이 있었습니다.

30대 초반에 개척해서 이제 27주년이 되었습니다. ‘어~~’ 했는데 벌써 이만큼 왔네요. 꼬마였던 친구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이 태어나고, 언젠가 제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권사님들도 한 분 두 분 제 곁을 떠나 주님께로 가는 동안, 저는 그냥 행복하게 시간만 보냈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가서 차를 주차할 때마다 ‘지하 3층’을 반복하며 내려가는 게 제 자신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우리 선배들이 가시던 그 길을 따라 가는 중이고, 하나님을 향해 가는 중일 겝니다. 지금 저는 지하 3층으로 주차하러 갑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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