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도 이탈해서는 안 되는 ‘신앙의 길’을 자녀에게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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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도 이탈해서는 안 되는 ‘신앙의 길’을 자녀에게 가르쳐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5.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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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⑬ - 마땅히 행할 길? 적성에 맞는 길? 잠언과 자녀교육(잠 22:6)

잠언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의 가치, 지혜로운 삶의 원리, 그리고 행복한 가정과 평안한 사회를 이루는 방법들을 가르쳐주는 교육의 책입니다. 앞서 보았던 1~9장의 강의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데 반해 22장 6절은 자녀를 어떻게 교육할 지를 부모에게 가르치고 있어서 교육의 달, 어린이날을 맞아 주목해야 할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마땅히 행할 길은 사람이라면 의당 따라야 할 대원칙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의 길을 가리킨다는 것이 우리에게 친숙한 전통적 해석이기에 이 구절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신앙을 바로 가져야 평생 믿음을 간직하고 살 수 있다는 취지로 자주 인용됩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 이러한 해석이 신앙의 전통과 집단성을 과도하게 강조하고 자녀의 개별성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22:6 말씀이 강조하는 것은 자녀의 개성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교육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해석자들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적합한 길을 찾아주라. 그러면 그가 평생 그 길을 완주할 수 있다” 혹은 “자녀가 평생 걸어갈 수 있는 인생행로(직업, 소명, 헌신의 대상)를 찾아주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다”라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주장에는 22:6 히브리어 원문상의 근거가 있습니다. 개역개정이 “마땅히 행할 길”로 번역한 원문을 문자적으로 옮기면 ‘그의 길’입니다. 전통적 해석은 ‘그의 길’에서 ‘그’가 하나님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자녀에게 가르칠 내용은 하나님을 따르는 길, 늙어서도 이탈해서는 안 되는 신앙의 길이 됩니다. 자녀의 개성을 강조하는 해석은 ‘그의 길’을 자녀의 길로 이해하고, 그에게 부여된 (신성한 혹은 자연스러운) 삶으로 확장시킵니다. 잠언 22:6을 둘러싼 이러한 논의는 사실 주석적 세부사항 외에도 인간관과 교육 이해를 둘러싼 질문과 관련됩니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의 인간다움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들은 무엇인가? 그 조건의 충족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 소견으로 원문의 의미는 대단히 탄력적이며 두 해석은 상호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전통적 해석은 잠언과 구약성경 전체의 충분한 지원을 받습니다. 바른 신앙과 윤리 덕성을 떠나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경에 기초하고 선진들이 물려준 바른 신앙을 간직하고 전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 속의 신앙공동체들이 상정한 ‘바른 신앙’이 늘 변화하는 이상이었으며 강고한 전통주의는 종종 다음 세대에게 억압으로 작동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잠언은 인간을 명령에 복종하는 존재보다는 스스로 결단하여 따르는 존재, 배움을 겸손히 받아 성숙하면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존재로 그려 보입니다. 그 점에서 율법으로 흔히 번역되는 토라(torah)의 근본 의미가 가르침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자녀들이 걸어갈 ‘그들의 길’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그 길은 진리이신 하나님의 길이기에 우리는 신앙을 가르쳐 지키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신앙의 주체로서 그들이 울고 웃으며 완주할 그들의 길이기에 우리는 그들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고 기도하며 자유로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의 인생이 아름답게 꽃피우도록 도우라고 그들을 우리에게 맡기신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요.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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