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존경받는 어버이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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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존경받는 어버이의 조건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5.12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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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향하는 주일 아침. 아내와 둘째는 감기 증상이 있어 아들과 단둘이 차에 올랐다. 이제 막 세 돌을 넘겼지만 못하는 말이 없는 아들은 뒷좌석 카시트에 앉아 종알종알 수다 삼매경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교회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저만치서 교복을 입은 청소년이 다가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준다. 아마도 주일학교에서 ‘어버이주일’이라고 이벤트를 준비한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제가 받아도 될까요?”

“어버이시잖아요. 당연하죠.”

내가 벌써 카네이션을 받는 ‘어버이’라니. 새삼스럽다. 이날 교회에서는 어버이, 특히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배려를 곳곳에 준비해뒀다. 감사하다는 인사 문구부터 선물까지 아직은 ‘어버이’라는 말이 어색한 나이지만 마음속에 감동이 피어난다. 

사실 어버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사와 존경을 받기 어려운 시대다. 사회가 물질만능주의로 찌든 만큼 가정에서도 ‘돈’이 최고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승승장구하지 못하면 마치 2등 아빠, 2등 어버이라고 느끼기 십상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간한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연령대별 자살 사망자 수 가운데 1위가 50대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 자살 동기를 봐도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31~50세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1위로 꼽혔다. 슬픈 일이다.

자식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고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부모라도 마찬가지다. 

물질이 존경받는 어버이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를 즐겁게 하여도 미련한 자는 어미를 업신여기느니라.” “채소를 먹고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오늘만큼은 조건 없이 부모님께 ‘존경’을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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