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이 아닌 기회를! 장애인에게 새 삶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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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이 아닌 기회를! 장애인에게 새 삶을 선물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4.22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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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장애인 일자리 창출하는 밀알 굿윌스토어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새파란 바탕에 잔잔한 미소를 띤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장애인 직원들이 그보다 더 환한 미소로 고객들을 반긴다. 흡사 유명한 대형마트처럼 번듯하게 꾸며진 이곳엔 옷부터 식품까지 없는 것이 없다. 이곳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밀알 굿윌스토어다.

국내 장애인의 수는 지난해 기준 261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장애인 가구의 소득은 비장애인 가구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나마 소득이 있기라도 하면 좀 나은 경우다. 장애인 10명 중 6~7명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저 주기만 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장애인들에게도 일할 수 있고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자활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밀알 굿윌스토어는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든다. 장애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자선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서다.

 

부모님께 밥 한 끼 사드리고 싶어요

일산 동구 고양대로변에 자리 잡고 있는 굿윌스토어 밀알일산점은 전국 9개 매장 중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막내다. 지난 220일 임시로 문을 열었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장애인 직원들의 출근은 미뤄졌다. 그나마 확산 추세가 안정권에 접어들었을 4월 초가 돼서야 장애인 직원들은 직장에 첫발을 디딜 수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8일도 출근 3일차를 맞은 새내기 직원들이 업무를 배우는데 한창이었다.

밀알복지재단이 우리나라에 굿윌스토어를 도입한 것은 2011, 하지만 굿윌은 1902년 감리교 목사 에드가 헬름즈 박사에 의해 시작돼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비영리기관으로 성장해 전 세계 13개국에 33백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굿윌스토어를 채우는 물품들은 모두 기증으로 이뤄진다. 시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보내면 그 중 상품성 있는 물품을 분류해 저렴한 가격으로 매장에 내놓는다. 기업은 판매하지 않는 재고상품이나 이월 상품을 대량으로 기증하고 교회에서도 날짜를 정해 성도들의 기증품을 모아 굿윌스토어로 보내기도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기증하고 싶은 물품들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기증품이 모이면 물품들의 상품성을 분류하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까지 장애인 직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조금은 서툴러 보일지 모르지만 작업에 임하는 자세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1:1로 차근차근 업무를 배우며 할 일을 익혀 나간다.

밀알일산점에서 일하게 된 김성민 씨(26)는 일하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김 씨는 얼른 월급을 받아서 부모님께 좋은 것 선물해드리고 밥을 사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스스로 땀 흘려 번 돈으로 부모님께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다는 것이 굿윌스토어에서 일자리를 찾은 장애인들의 소소한 행복이다.

 

일자리, 그 이상의 행복

20115월 밀알송파점을 시작으로 문을 연 굿윌스토어는 이제 전국 9개 매장으로 확장했다. 고용하고 있는 장애인 수만도 246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발달장애인이다.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건 여느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지만 발달장애인은 특히 더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녀들을 돌보는 것만도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야만 한다. 특히 부모가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발달장애인 자녀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이 굿윌스토어에 취직하면 당사자보다 더 기뻐하는 것이 바로 부모님이다. 자녀의 취업소식에 눈물짓는 부모의 모습을 볼 때면 굿윌스토어 한상욱 본부장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걱정도 다른 장애의 경우보다 더 큽니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문제가 터졌을 때도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이들 중 하나도 바로 장애인들이죠. 그래서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에게 굿윌스토어는 단순한 일자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굿윌스토어를 통해 새 삶을 찾은 것은 비단 장애인들만은 아니다. 다문화가정과 시니어 등 소외계층들도 굿윌스토어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달라진 일상에 웃음꽃이 핀 장애인들의 미소는 이들을 돕는 이들에게까지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굿윌스토어 본부장으로 오기 전엔 이랜드를 비롯해 유통업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제게 여태까지 직장생활을 하는 모습 중 지금이 제일 행복해보인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제가 이들을 돕는다고 생각하며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장애인들에게서 제가 더 큰 에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교회의 시선 낮은 곳 향하길

2층짜리 단독건물에 160평 규모의 넓은 매장을 갖춘 밀알일산점. 굿윌스토어의 가치관에 공감한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밖에도 오뚜기,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등 많은 기업이 굿윌스토어에 재고 상품과 이월 상품을 기증한다. 네이버나 삼성카드처럼 정기적으로 기업 임직원들이 기증 물품을 모아 보내는 것도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에서 굿윌스토어를 지원하고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속 가능성때문이다.

굿윌스토어의 모토는 자선이 아닌 기회를입니다. 장애인들이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일방적으로 투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닌 수익을 창출해 자립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초기엔 자리 잡기까지 투자가 필요하지만 오픈 이후 1년 정도면 자립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궤도에 올라요. 그렇게 되면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죠.”

아직 굿윌스토어의 매장 수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까지 10개 매장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100개의 매장에 2천여 명의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굿윌스토어가 갖고 있는 비전이다.

굿윌스토어에 자녀가 취업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인 부모님들이 많으십니다. 각 지점마다 취업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줄을 서있고요. 그만큼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앞으로 굿윌스토어 매장이 전국적으로 확대돼 장애인들이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체 중 하나로 당당히 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익을 창출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구조의 밀알스토어. 하지만 자립운영이 가능하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굿윌스토어 매장을 채울 기증물품이다. 한상욱 본부장은 기증이 없이는 굿윌이 움직일 수 없다며 한국교회 성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다.

굿윌스토어가 장애인들에게 꾸준히 일자리를 제공하고 미소가 끊이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시선이 향하는 곳도 가장 낮은 곳, 우리 곁의 장애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장이지 않을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장애인들에게 한국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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