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경험도 소중하게… 꾸준히 최선을 다하다보면 ‘장인’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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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경험도 소중하게… 꾸준히 최선을 다하다보면 ‘장인’이 될 수 있어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4.22 11: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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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인사이더 ⑬ 호텔 한식조리장 출신의 백석문화대학교 이애자 교수

“찬란한 미래만 그리지 말고, 쓸데없이 뒤돌아보지 말고, 현재를 열심히 살다 보면 요리 장인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무수리처럼 오직 한 길을 걸어가 경륜이 쌓이면, 사람들은 장인이라고 불러주게 되어 있거든요.”

백석문화대학교 외식산업학부에서 명품한식조리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애자 교수는 늘 제자들에게 두 가지를 이야기 해준다. 한 가지는 무수리 정신을 가질 것, 다른 한 가지는 현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스스로가 산 증인이기 때문에 제자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이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백석문화대 이애자 교수는 제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조용한 캠퍼스에서 이 교수는 오늘도 제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백석문화대 이애자 교수는 제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조용한 캠퍼스에서 이 교수는 오늘도 제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귀천 따지지 말고 일단 시작”
이애자 교수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강의로만 학생들을 만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서 조리복을 입고 실습실에서 한식을 같이 조리하고 싶다. 정말 자식과 같은 나이대의 학생들이 입학하면서 제자들을 향한 애정은 더 깊어져 가고 있다. 

이애자 교수는 요리업계에서 보기 드문 호텔 여성 조리장 출신이다. 조리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부터가 도전이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실을 숨긴 채 호텔 펜츄리(식기관리와 설거지 등을 하는 직종)로 입사했다. 고학력자를 부담스러워 하고 여성을 꺼리는 업계 풍토 때문에 이력을 숨긴 것이었다.

결국 임시직에 합격했고, 3개월 후 정규직 추천을 받게 되면서 인사팀에 이력을 사실대로 고백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대표 면접까지 보게 됐고,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라면서 일반 정규직이 아니라 ‘조리사 정규직’으로 파격 채용해 주었다. 

“무엇을 하든지 맡겨진 일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학을 나왔다며 조리를 배우면서 행정 일도 맡도록 해주었습니다. 일은 더 많아졌지만, 두 가지 업무를 다 경험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도 점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에게도 귀천을 따지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고 도전합니다. 다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에요.”

입사 후 7년 동안 가족들과 여행 한번 가지 않았다. 업계 특성상 휴가철과 주말도 없이 일했다. 최선을 다하자 호텔을 넘어 그룹 내에서 주목받는 인재로 평가받았다. 간부 교육 때는 홍일점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 빠르게 승진하면서 한식 조리장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가르치는 즐거움, 나누는 행복
호텔 조리장이 되면서 대외 활동도 늘어났다. 충청남도 지역에서 강의로 이름이 나면서 많은 곳에서 대중들을 만났다. 강의를 듣기 위해 수강생들이 추첨을 하는 경우도 생기니까 더욱 신이 났다. 

“그 때도 쉬는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강의를 듣고 요리 배우는 즐거움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그냥 기뻤거든요. 나름 행복 전도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도전이 시작됐다. 바로 당시 천안외국어대학 강의였다. 시간강사로 시작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람이 컸다. 재밌었다. 고심 끝에 2000년 강의 전담의 길을 선택하고, 호텔을 사직했다. 

“강의는 제가 가진 것을 전달하는 거잖아요.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음식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일입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요리 양념에 좋은 반응이 나오면 재미가 났습니다. 내가 가진 노하우를 숨기지 않고 모두 전해주었어요. 그렇게 하니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이애자 교수는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특히 학생들은 이애자 교수가 가진 이론과 현장을 겸비한 능력에 큰 매력을 느낀다.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거리감 없이 편안하게 대해주는 이 교수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9권의 저서를 짓고, 15개의 특허등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 향토음식 발굴과 연구용역, 음식축제 주관사업, 조리실기 심사위원, 지역 맛집 선정위원 등 이력이 화려하다. 학생들에게는 이 교수가 이룬 업적과 노하우는 배우고 싶고, 따라 걷고 싶은 길이다.

백석문화대 교수이기 때문에
이애자 교수는 백석문화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해외 경험을 많이 했다. 교류하고 있는 호텔 등을 찾아가 전공 학생들과 20여 일 동안 체류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학교 인지도가 있어서 덕도 많이 본다고 했다. 

“학생들 해외 취업을 연결하기 위해 가면, 즉석에서 한식 몇 가지를 가르쳐 줄 기회가 있습니다. 한식 메뉴가 있어도 흉내만 내는 수준이 많은데, 김치까지 그 자리에서 가르쳐 주면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호텔비를 받지 않을 정도로 대우가 확 달라집니다.”

이 교수는 백석문화대 교수 자격으로 2009년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한 곳인 이태리 알마(ALMA) 주관 요리대회에 공식 초청받기도 했다. 2014년에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유일하게 한국 대표로 초청된 경력도 있다. 

특별히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7개국 대표만 초청된 가운데, 올림픽 기간 3일 동안 한식을 조리했다. 한식조리 기간 내내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재미있는 기억이 있어요. 당시 7개국 요리사가 조직위원들을 위해 3일씩 요리를 하는데, 북한 올림픽조직위원장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느끼한 음식만 먹다가 비빔밥을 주니 정말 맛있다고 했어요. 사흘 뒤는 무얼 먹냐고 할 정도로 아쉬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틈 날 때마다 학교에 만들어둔 장독대를 들여다보며 제자들과 실습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틈 날 때마다 학교에 만들어둔 장독대를 들여다보며 제자들과 실습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다”
외식산업학부 학부장을 3년 동안 맡은 이후 이제 정년까지 7년 남았다. 현재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K+) 사업에 주력하면서, 재학생 해외취업 지원을 위한 특성화 사업 K-MOVE 스쿨에도 매진하고 있다. 국내 14곳 최고급 호텔과 외식업계와 협약을 맺고 있어서, 재학생들이 ‘스타쉐프 협약반’ 등 교육과정을 마친 후 취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좌우명을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지금 최선을 다해야 나중에 후회도 없다는 소신 때문이다. 하지만 한식에 대한 국내 홀대는 안타깝다. 극복해야 할 책임이 아직 그에게 남아 있다. 

“해외 호텔에는 가장 좋은 층, 제일 넓은 식당이 자국 요리를 하는 식당입니다. 그런데 국내 호텔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라 밖에서는 K-푸드에 열광하는데 우리 안에서는 한식이 홀대를 당하고 있어요. 한식이 손이 많이 가고 반찬도 많아서겠지만, 한식 요리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가능성을 찾아온 이애자 교수는 제자들에게도 그 길을 함께 가자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의 백석문화대 학생들보다 10년이나 늦게 요리에 입문했다. 그러니 학생들은 10년 동안 열심히 하면 자신보다 빠른 성취를 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 

흐드러진 벚꽃이 지고 나니 원색의 튤립이 캠퍼스를 물들이고 있다. 그 캠퍼스에서 이애자 교수는 제자들을 기다리는 중이다. 

시간이 날 때면 틈틈이 작년에 건물 뒤편에 만들어둔 장독대를 들여다본다. 곧 제자들과 익어가는 장으로 실습을 할 생각을 하면 벌써 기대가 크다. 짠맛이 깊게 밴 간장을 같이 손가락 끝으로 찍어볼 그날을 그리움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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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21-09-13 20:07:41
훌륭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