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 진리 안에서 명철을 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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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 진리 안에서 명철을 행하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4.21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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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⑪ - 어리석음은 지혜의 가면을 쓰고 다가옵니다(잠 9:1~18)

잠언 9장에서는 지혜와 어리석음이 격돌합니다. 마치 선거유세라도 펼치듯 지혜는 지혜부인으로, 어리석음은 우매여인으로 의인화되어 독자의 마음을 얻으려 외칩니다. 지혜부인은 성 안에서도 높은 언덕 위 ‘일곱 기둥’을 자랑하는 웅장한 집에 호사스러운 잔치를 준비합니다. 여종을 보내 외치는 그녀의 초대는 정중하면서도 위엄이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이리로 돌이키라… 와서 내 식물을 먹으며 내 혼합한 포도주를 마시고 어리석음을 버리고 생명을 얻으라 명철의 길을 행하라”(잠 9:4~6). 그녀가 준비한 만찬의 진의는 지혜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지혜부인의 초대사에 이어지는 지혜찬가는 지혜 있는 자에게 교훈을 주면 그가 더 지혜로워지고 의로운 사람을 가르치면 그의 학식이 증가하리라고 말합니다(9:9) 지혜부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안목, 그녀의 초대라면 놓치지 않을 분별력을 가진 사람만이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기회를 잡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값진 진주를 발견한 사람은 전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그 진주를 차지하지 않겠느냐”는 도전으로 천국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셨습니다(마 13:46), 그런데도 우리를 생명으로 이끄는 지혜부인의 잔치는 입장권을 살 필요도 없습니다! 

우매여인 역시 높은 곳에서 길가는 행인들에게 외칩니다만 여러 면에서 지혜부인과 격이 다릅니다. 그녀의 집에는 일곱 기둥이 없습니다. 그녀는 음식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거나 상차림이 초라해서일 것입니다. 당연히 우매여인은 ‘내 음식, 내 포도주’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도둑질한 물이 달고 몰래 먹는 떡이 맛있다”는 저급한 속담입니다(9:17). 본문은 그녀를 미련한 여인, 아무 것도 모르면서 자기 길을 똑바로 가는 행인들을 불러 시답지 않은 충고를 하는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어리석음도 아는 척을 하고 오지랖 넓게 충고를 던지지만, 그녀가 줄 수 있는 것은 지혜라는 진품과 너무나 대조되는 싸구려 가품일 뿐입니다. 파티 초대장을 받았다면 누가 보낸 것인가를 먼저 확인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지혜부인과 우매여인 사이의 선택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입니다. 참 지혜를 얻은 사람은 명철의 길을 행하고 생명을 얻지만 어리석음을 택한 사람은 사지(스올)를 향해 직진하기 때문입니다. 

잠언 9장은 일상의 크고 작은 갈림길에 설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기준을 알려줍니다. 신언서판이라는 표현처럼 우리는 겉모습과 말로 사람을 판단하지만 겉모습은 우리를 잘 속입니다. 악한 마귀가 광명의 천사로 자신을 가장하듯(고후 11:14) 어리석음도 지혜의 모습을 하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속임수 앞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때로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참과 거짓을 분별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겸손하고 신중하게 살아야 합니다. 

우매부인은 지혜부인처럼 정성껏 식탁을 차리지도, 자신의 집을 개방하지도 않습니다. 그녀가 주는 충고는 부도덕하고 저열합니다. 쉬운 출세, 일확천금, 요령과 편법, 말초적 쾌락으로 유혹하는 소리에 마음을 뺏기지 말아야 합니다. 올바른 교리를 고백하면서도 일상의 갈림길에서 우매여인의 목소리를 따른다면 우리의 신앙고백은 허공에 흩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하나님은 진리이시며, 교회는, 즉 주를 믿는 우리는, 진리의 기둥과 터입니다(딤전 3:15).
 /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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