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전도자에 의해… “복음은 세계 도처에서 열매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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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전도자에 의해… “복음은 세계 도처에서 열매 맺어”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04.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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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⑪ - 복음의 이방 진출: 아시아와 유럽, 북아프리카로의 전파

기원 30년경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기독교 복음은 유다지방으로 확산되었고, 사마리아와 갈릴리, 그리고 마케도니아와 아가야 등 아시아와 유럽, 특히 로마에까지 전파되었음을 설명했다. 베드로는, 베드로전서를 통해 기독교 복음은 소아시아의 갑바도기아, 갈라디아와 터키 북부 지역인 비두니아와 본도 등에도 전파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벧전 1:1). 바울은 제2차 전도여행 때 비두니아 지역으로 가고자 했으나 성령이 허락하지 않아 가지 못했는데 누군가에 의해 이런 지역에도 기독교가 전파된 것이다. 트라이야누스(Trajan, 53~117)가 통치하던(재위 98. 1. 27~117. 8. 8) 2세기 초 이 지역의 기독교 신자가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신약성경에는 기독교회가 안디옥 동쪽 지역으로 확장된 점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지만 그 길을 따라 끊임없는 교류와 무역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지역에도 기독교가 전파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에뎃사(Edessa)는 사도 교부시대 시리아권 교회의 중심지가 되었다. 150년경 이곳에 기독교가 전파되었고, 이곳을 중심으로 기독교는 동진(東進)하여 티그리스-유프라데스강 유역, 페르샤, 중앙아시아를 지나 후에는 중국까지 이르렀다고 라투렛은 주장하고 있다.

기독교 복음은 로마의 서쪽 골(Gaul)지방으로도 전파되었다. 갈리아(Gallia)로 불리기도 하는 골은 현재의 프랑스를 비롯하여 벨기에, 스위스 서부, 그리고 라인강 서쪽의 독일을 포함하는 지방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지방에서의 기독교의 연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디모데후서 4장 10절의 ‘갈라디아’(Γαλατίαν)를 ‘갈리아’(Γαλλίαν)로 읽음으로써 이곳이 현재의 ‘골’지방을 의미한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이곳에 바울 시대에 이미 복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만일 이렇게 이해한다면 신약에서 지중해가 아닌 서부유럽 지역에 대한 유일한 언급이 된다.

만일 스페인으로 가고자했던 바울의 소망(롬 15:24, 28)이 이루어졌다면 그가 스페인으로 가는 도상에서 남부 골 지방에 들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점에 대해 실증적으로 말할 근거는 없기 때문에 바울이 스페인을 방문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점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1세기에 이곳에도 복음이 전해졌다는 점이다. 이레네우스나 테툴리안은 이 점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역사 기록상으로 볼 때 골 지방에서의 기독교의 존재에 대한 첫 언급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체 치하의 리용(Lyon)에서의 박해 사건이었다.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게 되었다는 말은 그 이전 시대에 기독교가 전파되었음을 보여주는데, 그 시기를 정확하게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기독교는 북아프리카로도 전파되지만 이곳에서의 기독교 연원 또한 불분명하다. 아마도 카르타고로 기독교가 소개되고 이곳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곳에서의 기독교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80년 카르타고에서 처형된 12명의 순교자들에 대한 기록이다. 리비아(Libya)와 구레네(Cyrene)에서의 기독교의 시원 또한 모호하다. 구레네 사람 시몬과 관련을 짓거나 오순절 때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는 점(행 2:10), 혹은 에디오피아 내시가 본국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파했다는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대로, ‘극동의 떠오르는 태양,’ 예루살렘에서 기원한 복음은 바울이나 사도들 외에도 무명의 전도자들에 의해, 소아시아, 로마, 고울, 스페인, 알렉산드리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그래서 바울은, “복음은 세계 도처에서 열매를 맺고 있고”(골 1:6), “천하 만민에게 전파되었다”(골 1:23)고 말했을 것이다.
/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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