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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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부활절
  • 안기석 대표
  • 승인 2020.04.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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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석 대표/세상의모든선물

부활절을 앞두고 오랜만에 한 중견 언론인이 전화를 했다. “코로나19사태로 그동안 온라인 예배를 드리던 교회들도 부활절에는 현장 예배로 돌아갈 것 같은데, 앞으로 한국교회 연합기관들은 함께 모여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는 것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봉사자들을 찾아가서 부활절 예배를 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제언이었다.

‘찾아가는 부활절’이라는 단어가 신선하게 들렸다. 예수님이 부활하실 때 막달라 마리아와 몇몇 제자들이 무덤에 갔지만 빈 무덤이었고, 예수님은 슬픔에 젖어 있는 마리아를 찾아와 위로했고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문을 잠근 채 숨어 있던 제자들에게는 그 불안과 공포의 문을 뚫고 찾아오셔서 “평화가 있으라(Peace be with you)”고 격려하셨다. 실망에 빠진 채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에게 친히 동행하시며 말씀을 하시고 떡을 나누셨다. 그리고 베드로 등 제자들의 삶의 현장이었던 갈릴리로 먼저 가셨다.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찾아가는 부활절’이라는 단어를 접하고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대형 교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주말의 광화문집회로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코로나19 사태로인한 종교집회의 개폐 여부로 개신교는 다시 한번 일반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로 한동안 신천지가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가톨릭과 불교가 현장 종교집회를 잠정 중단하자 일반 언론은 개신교의 주일예배에 시선을 집중했다.

WHO의 관계자나 감염병 전문 의학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사태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인류의 60% 수준으로 감염이 되어야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동안 확산 속도를 늦춰서 의료진들이 최대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것이 현재의 대책이다. 이 말은 결국 코로나19도 계절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박쥐를 통해서 감염된 것이라는 외에는 어떤 중간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까지 감염되었는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그러나 인간의 문명이 동물의 서식지까지 파괴하면서 동물의 몸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를 찾아나선 것은 분명하다.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교만한 마음으로 ‘지식의 나무’에서 과학기술의 선악과를 따먹은 인류가 생태계인 ‘생명의 나무’까지 침범하게 된 것이다. 청지기의 사명대로 자연을 잘 관리하고 지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욕망의 대상으로만 정복을 일삼다보니 대기는 오염되고 질병은 돌고 자연은 황폐하게 된 것이다.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자연을 넘어서 이젠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에까지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당연시했던 일상의 행복이, 그동안 감사한 줄 몰랐던 찬양과 예배의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부활절은 바로 이런 죽음의 문화를 이겨내고 생명의 문화을 만들 수 있는 교회의 좋은 명절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우리로서는 부활절을 기독교만의 절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웃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어야 할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내년에 맞이하는 부활절에는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작은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사랑과 생명의 부활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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