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잃어버린 온라인 예배, 무엇으로 보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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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잃어버린 온라인 예배, 무엇으로 보완할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4.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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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본 한국교회 과제 ③ 온라인 예배의 무게

코로나 이후, 다양한 예배 매뉴얼 만들어야 
“비상상황 ‘온라인 예배’ 인정돼야”… 주일성수 개념 약화 불가피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상당수의 교회들이 온라인예배를 드렸다.  사진=꿈의교회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상당수의 교회들이 온라인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진=꿈의교회

‘온라인 예배’라는 생소한 단어가 어느새 교회 안에서 보편화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뜻하지 않는 감염병이 교회의 예배 문화에 영향을 준 것이다. 불과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이다. 

1980년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녹화방송을 활용한 위성예배로 이단 논란에 휩싸였다. 지금으로 보면 일종의 ‘온라인 예배’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방송설교가 보편화됐고, 온라인 생중계로 실시간 예배를 드리는 변화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온라인예배는 더 이상 신학적 논란거리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본격화 된 온라인 예배가 주일성수의 중요한 자리를 침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한국교회는 이 온라인 예배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2월말 ‘온라인 예배’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기 전, 주요 교단과 교회들은 예배당에서 모이는 예배 대신 인터넷 등을 활용한 예배를 적극 수용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일각에서는 한국전쟁 때도 포기하지 않았던 예배를 내려놨다면서 한국교회 역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분개했다. 일부 정부 당국자와 지자체장들이 ‘초강력 행정명령’이라는 단어까지 언급하면서 반발심도 컸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이 우선한다는 일부 교회들의 결정과 온라인예배에 대한 신학적 해석 등이 뒷받침 되면서 지난 한 달 간 온라인 예배가 회중예배를 대체했다. 

예배학자 김명실 교수(영남신대)는 “주일성수 개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한국교회에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조치가 당혹스러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카타콤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던 교회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이 주일성수 개념을 훼손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예배의 기본 요소를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예배의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여 지혜와 분별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천재지변과 같은 재난이나, 선교지 은신, 병원 등 특별한 상황에서 드리는 예배도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예배로 인정할 수 있다”고 ‘온라인 예배’를 지지했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 역시 1527년 비텐베르크에 흑사병이 돌 때 감염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행동이 죄가 될 수 없다고 위로했다.

‘온라인 예배’ 최선은 아니다
3월에 들어서면서 온라인 예배가 한국교회 안에서 더 보편화 됐다. 비상 상황에 긴급하게 시행된 이유도 있지만, 분명히 ‘온라인 예배’는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 보였다. 

교인들은 당장 TV나 컴퓨터 화면을 보는 ‘예배’는 집중하기 어려웠다. 경기도 한 교회 A 집사는 “자녀들이 감염에 대한 우려가 없이 예배를 드리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는 자녀들 때문에 주일예배가 예배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자녀들 입장에서도 성인 중심의 예배는 지루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A 집사는 “시간이 갈수록 진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건지, 공동체를 떠난 허전한 느낌도 크다”면서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위해서도 장기화 되면 안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서울 한 교회에 다니는 B 안수집사는 “최근 아들 내외, 손주들과 함께 서울 외곽에 숙소를 잡고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며 “온라인 예배를 드린 후 세상 사람들의 여유로운 주말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껏 여유로운 주말을 경험했지만, 거룩한 주일에 대한 인식이 다음세대에는 더 약화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경험을 나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예배당으로 돌아오는 교인들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목회사회학연구소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한국교회는 주일성수를 순교적 각오로 지켜왔지만, 이번 사태로 주일예배에 출석하지 않고 비정규 예배로 대체하는 인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줄 것 같다”면서 “안전과 공동체를 위해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가 중단되었다고 해서 신학적으로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신앙적 각성은 오히려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백석대 김상구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목회자와 신앙 공동체가 함께 노력한다면 충분히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가적 재난으로 충격을 입은 교인들이 치유와 위로를 받도록 메시지가 전해지고, 교역자들이 성도들을 음으로 양으로 돌본다면 조만간 교회는 정상 궤도에 이를 것”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공동체 담보할 수 있는 예배여야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급격한 기술변화와 문화변혁에 따라 예배 환경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그 사실을 더 확고히 알려준 계기가 됐다. 또 교회 공동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보완적 요소가 크게 부족한 것에 대한 고민도 요구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교회 예배 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당장 이번 온라인 예배 과정에서 다음세대를 위한 예배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조성돈 교수는 “코로나 시국에서 회중예배가 중단됐을 경우 예배를 드릴 수 없는 교인이 40%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예배를 이어갈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고 실제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도 온라인 예배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쌍방향 소통방식을 찾는 목회자들의 사역도 주목됐다. SNS를 활용해 교인들과 적극 소통하거나 유튜브 콘텐츠를 주중 제작해 교인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려는 노력들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역사회 안에서 문화목회를 펼치고 있는 조주희 목사(성암교회)는 최근 기윤실 칼럼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이후를 생각하면서 오늘날 예배 현실을 분석하고 변화하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다차원적 토론의 장이 열리길 희망한다”면서 “앞으로 유사한 비상사태에 대한 교회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교회 공동체의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온라인 예배를 진행해야 하는 단기적 관점에서는 최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제안들이 눈여겨볼 법하다. 

한목협은 온라인 예배와 모이는 예배 모두를 포용하는 마음을 강조하면서, 당분간 “모이는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병행해 예배당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배려하자”고 제안했다. 예배의 방법과 형태를 두고 교회 내부가 균열하지 말고 예배를 그 자체로 존중하자는 의미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운데 수많은 발전된 기술이 미래 교회 안에 접목될 것이 분명하다. 교회는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모이기에 힘쓰라”는 사도행전 말씀을 구현할 수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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