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배가 온상이 아니다
상태바
[기자수첩] 예배가 온상이 아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4.08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섭다. 한 달 넘게 온라인 예배를 드리다 지난 5일 주일예배에 가는 길이었다. 길 건너 남성은 원망이라도 하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교회에 들어가는 나를 쳐다본다. 정부가 요청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무리하면서, 우선 성인 예배만 드리기로 한 첫 날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갑작스럽게 연장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대책에 잘 따라준 대다수 교회가 고맙다고 했다. 경기도가 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1만 개가 넘는 교회 중 불과 0.4%만 미비점이 확인됐을 뿐이다. 도지사는 더 이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간지들은 이번 주말을 앞두고도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라고 주홍글씨를 새기려 했고, 줄기차게 매서운 댓글들이 교회와 성도들을 겨냥했다. 교회 앞에서 마주친 조소에 가까운 남성의 눈빛과 같은 것이다. 

모처럼 찾은 교회, 그리고 예배당. 입구부터 성전 안에까지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 손이라도 마주잡고 싶지만 서로가 조심스러워 배려하는 모습에 마음이 안타깝다. 장의자에 겨우 한두 명을 앉도록 안내했고, 앞뒤 좌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독제는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예배를 드리는 교인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했다. “예수 나를 위해 십가자에 못박혔으니…” 목청껏 찬양하며 숨이 가쁠 만도 한데 누구 한 사람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이처럼 소중한 예배를 드리면서 누군가는 눈시울을 붉혔다. 안경에는 금방 김이 서렸다. 예배당과 마을 방역에 나선 나이든 장로님들의 모습이 광고시간 화면에 비친다. 

이날 주일예배에는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는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교회의 요청에 따라 평소 5분 1 교인들만 출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