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부터 미리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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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부터 미리 마신다
  • 정석준 목사
  • 승인 2020.04.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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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97

“또 김치볶음이야!” 거의 매일 똑같은 도시락 반찬에 대한 나의 불평이었다. 집에서도 여전히 저녁 식탁엔 김칫국. 김장김치. 깍두기, 김치볶음, 김치찌개 등이 전부였다. 사실 지금까지 입맛이 없을 땐 무엇보다도 김칫국을 먼저 찾는다. 어쩌다 아버지의 배려로 꽁치구이가 올라오는 날에는 형제들 간에 젓가락 가지고 싸움을 하다가 야단맞고 벌을 서기 일쑤였다. 그러나 각종 양념과 풍성함으로 마련된 아내의 밥상에서도 옛날 어머니가 김치하나만 가지고 상을 차렸던 그 풍미를 찾아내기 어렵다. 

“김칫국 마신다.”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아마 빈 속에 급한 상을 받고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허기를 달래보던 일에서 시작됐지 싶다. 그래서 예의 염치없이 추측과 지례짐작만으로 속단하는 행동을 비유할 때 쓰인다. 옛날에 사자 한 마리가 어슬렁대다가 오두막집을 지나게 됐는데, 마침 마당에 나와 있던 처녀에게 반해 청혼을 결심했다. 거절할 수 없는 위기에 처녀의 아버지는 꾀를 냈다. 사자에게 조건을 내세워 우선 그의 힘을 제거하기로 했다. 예쁜 처녀를 얻었다는 마음에 사자는 농부의 요구대로 손톱 발톱 이빨을 모두 뽑아 내주었다. 그리고 결국엔 몽둥이로 실컷 두드려 맞고 산으로 내쫓겼다.   

영어엔 김칫국이란 단어가 없다. 그래서 이런 의미를 갖는 말은 문화적 다름에서 나타나는 비슷한  어휘가 사용 된다. 병아리가 부화되기 전에 수를 먼저 세지 마라(Don’t count your kitchens before they are hatched.). 성급하게 단정하지마라(We must not jump to a conclusion.). 말이 준비되면 수레를 달아라(Don’t put the cart before the horse.). 안전할 땐 비상 신호를 하지마라(Don’t whistle until you are out of the wood.) 등이다. 

“승리 없이는 생존이 없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특히 지금, 세계는 ‘살아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 대책 없는 전염병 와중에 우리는 총선도 치러야 한다. ‘아전인수’격으로 정치권이 허둥지둥할 때, 종교계마저 이를 거들어 주고 있는듯한 양상을 보인다. 이런 때에 차분히 질병 난국을 이겨갈 성경적 지침이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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