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을 피하는 것 넘어 ‘마음을 지키라’는 아버지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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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을 피하는 것 넘어 ‘마음을 지키라’는 아버지의 가르침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4.07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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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⑨ - 마음을 지키려면 몸을 간수해야 한다(잠 4:20~27)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도 내 아버지에게 아들이었으며 내 어머니 보기에 유약한 외아들이었노라”(4:3). 여기서 ‘외아들’로 번역된 표현은 소중한 존재, 여럿 중에서도 특별한 사랑을 받는 존재란 뜻입니다. 아들을 앞에 두고 훈육하는 아버지가 자신이 어렸을 때 아버지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았던 것을 회상하며 전하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자신에게 전해진 신앙과 지혜를 새로운 방식으로 거듭 자식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노력이 인상적입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를 위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도 이처럼 자녀와 제자 후배들을 지혜롭게 교훈할 수 있는 인내심과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4장 14절부터 아버지는 아들이 견고한 성년으로 자라가면서 피해야 할 위험과 지켜야 할 원칙을 가르쳐줍니다. 

“사악한 자의 길에 들어가지 말며 악인의 길로 다니지 말지어다 그의 길을 피하고 들어가지 말며 돌이켜 떠나갈지어다”(14절). 들어서지 말고, 지나다니지도 말고, 보이거든 우회하고, 혹시 들어섰거든 바로 벗어나라... 삼중 사중 철저하게 악인들과 엮이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궁극의 승리를 믿는다 해서 악의 파괴력과 전염성을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악을 행하지 못하면 자지 못하며 사람을 넘어뜨리지 못하면 잠이 오지 아니하며 불의의 떡을 먹으며 강포의 술을 마심이니라”(16~17절).

이 사람들은 먹고 살다보니 나쁜 짓도 하게 된 ‘어쩌다 죄인’이 아니라, 심성 가장 깊은 바닥까지 악이 점령한 ‘뼛 속까지 죄인’인 사람들입니다. 내가 왜 이렇게 됐나 죄책감에 잠 못 이루기는커녕 죄를 짓지 않은 것이 어색해 잠이 오지 않는 사람, 불의와 폭행이 떡 먹고 술 마시듯 자연스러운 사람이라니! 아버지는 그들을 가리켜 구제불능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미숙한 아들에게 그들 근처에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악인도 사랑하시고 그들을 위해 구원의 문을 여십니다. 그러나 그 초대에 응하지 않는다면 승승장구하던 이라도 어느 날 짐작조차 못했던 무언가에 의해 파국에 이릅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세상의 부러움과 두려움을 사던 절대군주 권력자 대부호 사기꾼 파렴치한들의 인생이 예상치 못한 비루함으로 끝나버린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악인을 멀리하는 것은 소심함이나 결벽증이 아니라 지혜에서 비롯된 선택입니다.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않고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는” 사람이 복된 사람입니다(시 1:1). 그러나 악인을 피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부패한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렘 17:9) 지혜로운 삶은 끊임없는 내면의 성찰을 요구합니다. “무릇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이어지는 말씀은 참 놀랍습니다. 마음을 지키기 위한 실천사항들이 오롯이 몸으로 하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구부러진 말을 입에서 버리고 눈은 바로 보고 눈꺼풀은 앞을 곧게 살피고 발은 똑바로 걷고 발 딛을 곳을 다듬으라, 그리고 최종적으로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입니다. 그렇습니다. 생명의 근원이 마음이며, 마음의 수행은 행동의 수정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말에 잘 나타나듯 인간은 마음과 몸의 융합체입니다. 더 높고 깊은 믿음과 지혜를 원한다면, 매 순간 자신의 몸을 간수하고 마음을 지켜야합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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