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후 56년경에 이미 로마교회는 다수의 성도가 모인 교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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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후 56년경에 이미 로마교회는 다수의 성도가 모인 교회였다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04.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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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⑨ - 복음의 이방 진출 : 로마에는 어떻게 기독교가 전파되었을까?

바울은 “예루살렘으로부터 두루 행하여 일루리곤까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편만하게 전했다”(롬 15:19)고 했는데, 일루리곤은 바울이 전도한 지역 중 가장 서쪽에 있는 지명으로 마게도냐 북쪽이자 아드리아 바다 동쪽 지방이다.

그렇다면 제국의 수도 로마에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기독교가 전파되었을까? 명백하게 대답할 수 없지만 56년 혹은 57년경 로마서를 썼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적어도 56년 이전에 교회가 설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울은 이 로마교회의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된 것을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한다.”(롬 1:8)고 쓰고 있다. 주후 60년 8월경 바울이 로마 황제에게 재판받기 위해 가이사랴를 떠나 로마로 항해했을 때, 수라구사(Syracuse)와 레기온(Rhegium)을 거쳐 보디올(Puteoli) 항에 도착했을 때 거기서 믿는 ‘형제들’을 만났다. 보디올은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241km(150마일) 지점인데, 로마에 전파된 복음이 이곳까지 확산되었음을 보여준다.

보디올에서 다시 로마로 이동하던 중 압비오광장과 트레이스 타베르네까지 갔을 때, 로마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바울을 맞으러 이곳까지 왔다(행 28:15). 로마에서 아피아가도(via Appia)를 따라 남쪽으로 65km 거리였다. 트레이스 타베르네는 트리온 타베르논(Τριῶν ταβερῶν)의 의역으로 삼관(三館), 곧 ‘세 개의 숙소’(Tres Tabernae)라는 뜻이다. 로마에서 바울을 맞으려고 이곳까지 왔다는 점은 로마교회가 방금 시작된 미숙한 교회가 아니라 다수의 성도들로 구성된 안정된 교회였음을 암시한다. 이렇게 볼 때 56년경에 로마교회는 다수의 성도들로 구성된 안정된 교회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로마에 기독교가 소개되었을까? 주후 49년 이전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전 2세기경 로마 시내에는 유대인 거주 지역이 있었고, 이후 유대인 수는 증가하게 되는데, 1세기 당시 로마시에는 캄펜센스회당, 아그리펜세스회당 등 7개 처 이상의 회당이 있었다. 그런데 주후 49년 로마에서 유대인을 추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로마의 행정가였던 수에토니우스(Gaius Suetonius, 69-140)는 122년경 줄리어스 시저로부터 12명의 황제 전기를 기록했는데, 이중 ‘클라우디우스의 생애’ (Life of Claudius)에서 로마에서의 기독교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짧은 기록을 남겨주고 있다.

“유대인들이 크레스투스(Chrestus)의 선동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켜 그는 그들을 로마에서 추방했다.”

49년에 있었던 유대인 추방 사건에 대한 이 기록은 역사가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말한 난동(disturbances, tumultuantes)은 무엇이며, 선동을 일으켰다는 ‘크레스투스’는 누구인가의 문제였다. 많은 학자들이 크레스투스(Chrestus)는 크리스투스(Christus)의 오기(誤記)로 해석하는데, 이 기록은 적어도 49년에 로마에 그리스도인들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여기서 말하는 난동은 복음 전파와 관련하여 기독교인 유대인들과 비 기독교 유대인들 사이에 발생했던 소요로 이해한다(행 13:49~51, 14:19~20).

이 사건은, 사도행전 18장 2절의 기록, 곧 “아굴라라 하는 본도에서 난 유대인 한 사람을 만나니 글라우디오가 모든 유대인을 명하여 로마에서 떠나라 한 고로 그가 그 아내 브리스길라와 함께 이달리야로부터 새로 온 지라”라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물론 크레스투스가 크리스투스의 오기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어떻든 위의 기록에 근거하여 40년대 말에 이미 로마에 기독교인들이 있었다고 말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로부터 제기된 문제 때문에 로마에서 유대인들을 추방했고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도 이 때 고린도로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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