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각지대 취약계층…교회가 손 내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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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각지대 취약계층…교회가 손 내밀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4.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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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본 한국교회 과제 ⓶ 누가 취약계층의 이웃이 될까

전 국민의 일상을 바꿔놓은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벌써 몇 달째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는 탓에 이전과 같은 하루를 보내도 피로감이 상당하다. 모두들 더 큰 희생자 없이 고난의 시간이 속히 지나가기를 기도하고 있다.

모두가 희생을 감내하는 어려운 시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큰 관심이 필요한 이웃들이 있다. 평소에도 남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했던 장애인과 노숙인 등 취약계층은 전염병의 여파가 더 버겁게 느껴진다. 한국교회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

 

청각장애인 수업 대책 전무

대전신학대학교에 재학 중인 노미경 전도사. 코로나 사태로 개강 이후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 강의에 기대 학업의 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그는 큰 산을 하나 넘어야만 한다. 노 전도사는 강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청각장애인으로 신학 공부를 하는 것이 수월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접한 온라인 강의 실태는 서러울 정도다. 강의 내용을 전달해줄 수화통역사는커녕 그 흔한 자막조차 수업엔 준비돼있지 않다. 일반인으로 치면 전혀 배우지 못한 외국어 강의를 1시간 동안 통역 없이 듣고 있는 셈이다.

노미경 전도사는 온라인 강의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 딸이 강의를 듣고 내용을 타이핑해주는 방식으로 겨우 수업을 따라잡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가족과 함께 지내지 않거나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강의에서 완전히 소외된 것과 마찬가지다. 청각장애인도 똑같은 학생인데 적어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청각장애인이 겪는 불편도 만만찮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도 있다. 헬렌 켈러와 같이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시청각장애인이 바로 그들. 수화를 손으로 더듬어 뜻을 이해하는 촉수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청각장애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요즘엔 세상과 완전히 단절될 처지다.

우리나라 최초의 농인(청각장애인)교회로 설립된 영락농인교회(담임:김용익 목사)에는 10여 명의 시청각장애인이 출석한다. 그들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일반인이 보기엔 다소 독특하다. 먼저 청각장애인인 김용익 목사가 수화로 설교를 전하면 그것을 본 청각장애인 성도가 그 내용을 똑같이 수화로 따라한다. 그러면 청각장애인과 마주 앉은 시청각장애인이 그 수화를 손으로 더듬어 설교 내용을 전달받게 된다.

영락농인교회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예배를 드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원래 예수를 믿지 않던 시청각장애인들까지 교회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시청각장애인이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가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2m 이상 떨어져 예배를 드리기를 권고하는 지금의 방역지침 하에 시청각장애인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소중한 예배와 소통의 시간마저 빼앗아간 것이다.

김용익 목사는 시청각장애인들은 한 달 넘게 예배에 전혀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세상의 관심은 물론이고 복음에서마저 제일 소외돼있고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때론 기독교인들이 인권에 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기 교회의 성장에만 힘을 쏟기보단 장애인들, 약자들을 위한 관심도 많아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영락농인교회를 섬기는 김용익 목사와 이영경 사모.
영락농인교회를 섬기는 김용익 목사와 이영경 사모.

 

약자 돌보는 것도 선교

거리의 노숙인들은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던 NGO 단체들이 대부분 사역을 중단했기 때문. 노숙인 급식 사역의 특성상 많은 인원이 집단으로 모이는데다 위생 관리가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당사자인 노숙인들에게는 너무도 뼈아픈 일이었다.

가장 잘 알려진 노숙인 사역단체 중 하나인 밥퍼다일복지재단도 221일부터 323일까지 약 한 달간 사역을 중단해야만 했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밥퍼 근처 병원 앞에 쌀을 마련해 두고 필요한 누구든 가져갈 수 있도록 했고 거동이 불편한 주민 15분 정도에게는 매일 직원들이 찾아가 도시락을 전달했다. 하지만 집이 없어 취사시설도 없는 노숙인들이 배고픔을 이기기엔 쌀로는 역부족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음에도 밥퍼가 사역을 재개한 이유도 노숙인들의 사정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다. 밥퍼 최홍 부본부장은 밥퍼를 폐쇄하고 급식을 중단한다는 현수막을 붙여 놨지만 노숙인분들이 찾아와 잠긴 문을 흔들고 안을 들여다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제가 문이 잠겨 있는 걸 아시면서 왜 계속 찾아오시냐고 묻자 우리는 코로나 걸려 죽으나 굶어 죽으나 똑같다. 밥이라도 좀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곤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우여곡절 끝에 사역을 재개했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2m 이상 거리두기, 마스크와 손 소독제 비치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려면 일손이 두 배는 필요한데 감염 우려로 인해 찾아오는 봉사자는 대폭 줄었다. 사역을 중단하라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빗발친다.

다일복지재단 대표 최일도 목사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임을 자제하라고 권고하지만 절대 빈곤층을 위한 대책은 미흡하기만 한다. 일단 배고픈 이들을 외면할 수 없기에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도시락 나눔만은 이어갈 계획이라면서 힘든 시기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고 힘을 보태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취약계층의 심리적 불안을 가속시킨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주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들은 코로나 진료에 의료 인력이 집중되며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야 했다. 일용직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저소득층도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용익 목사는 예배를 재개한 후 2주 만에 찾아온 성도가 너무 그리웠다며 눈물을 쏟았다. 코로나 사태 속 청각장애인들을 케어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나 공동체가 없었던 탓이라면서 장애인과 취약계층 등 약자를 돌보는 인도적 차원에서도 물론이지만,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해야 한다는 선교적 차원에서도 교회는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교회가 대안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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