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막힌 ‘하늘길’…발 묶인 선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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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막힌 ‘하늘길’…발 묶인 선교사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4.0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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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봉쇄된 ‘지구촌’ 선교는 어떻게 할까

전 세계가 하나의 마을처럼 가까워졌다 해서 탄생한 단어 지구촌그런데 이제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전 세계 각 나라들이 대문을 꽁공 걸어 잠그고 있는 탓이다.

외교부 발표(330일 기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나라는 전 세계 147개국에 이른다. 한국을 거쳐 간 경우 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만도 14개국, 검역강화 등 권고사항을 내리는 곳도 20개국이다. 181개 국가가 한국을 경유한 입국자에 대해 제한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하늘길이 막히자 해외선교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사명을 받고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선교사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졸지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다. 특히 여러 사정으로 한국에 잠시 입국했던 선교사들은 사역지로 돌아가는 길이 막히고 말았다. 선교사들은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갈 곳 잃은 선교사 위한 쉼터

해외 선교사들이 짬을 내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역보고와 후원요청을 하기 위해, 혹은 현지 비자문제 해결을 위해, 때론 지병 치료를 위해 선진의료국가인 고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각자의 이유로 한국을 방문한 선교사들이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발이 묶인 처지가 됐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머물 숙소 문제다. 해외에서 사역하는 터라 한국에 고정적 거처가 없는 선교사들은 한국에 방문한 기간 동안 보통 선교관을 이용한다. 하지만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미 확산된 국가로부터 입국했을 경우 자가격리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는 선교사들을 위해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조용중 선교사·KWMA)가 팔을 걷어 붙였다. KWMA 독립 연대기구인 한국 국제재난구호사업추진위원회는 발 빠르게 선교사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강화도에 마련했다. 교육사업을 하는 원아트홀딩스가 제공한 4층짜리 건물이었다.

선교사와 선교사 가족이 쉼터 입소를 희망할 경우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픽업은 소속 교단이나 선교단체가 맡게 된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다른 장소를 경유하는 것을 삼가고 내부에서도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추진위 본부장 김휴성 선교사는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지금까지 10여 명의 선교사가 이곳을 거쳐 갔고 지금도 3가정 9명의 선교사와 가족들이 이곳에 머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4월 첫 주까지 예약 신청을 해놓은 이들만도 15이라고 밝혔다.

오륜교회(담임:김은호 목사)도 선교관 제공에 동참했다. 다만 오륜교회의 경우 2주 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후에만 입소가 가능하다. KWMA 쉼터는 입국 즉시 입소할 수 있어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들도 KWMA와 협력해 강화도 선교관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중국 청해성에서 사역하던 강선욱 선교사(가명)는 비자 문제로 한국을 방문했던 차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당장 중국 복귀는 꿈도 꿀 수 없었고 한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자가격리할 숙소를 물색하며 소속 교단 본부에 도움을 구하자 강화도 쉼터를 소개시켜줬다.

강 선교사는 저 같은 경우 한국에 머물만한 숙소는 있었다. 하지만 자가격리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교단과 협회의 도움으로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2개월 안이라도 중국 입국이 가능해진다면 당장 복귀할 생각이지만 현지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몽골에서 학교 사역을 펼치던 이효영 선교사 역시 한국에서 발이 묶인 경우다. 몽골에 학교 휴교령이 떨어지면서 볼 일도 보고 병원치료도 할 겸 한국을 찾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심화되며 복귀가 요원해졌다.

이효영 선교사는 현지 상황을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선교사들이 복음 전파를 위해 세운 여러 기관도 공적기관과 사적기관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선교를 위해 세운 기관이 현지에서 신뢰를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KWMA·오륜교회 등 한국 방문 선교사 위한 선교관 제공

선교 후원 감소는 치명적하나님 나라 관점 가졌으면

 

당장은 선교지 지키는 것이 최선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 속에 아직 선교지를 벗어나지 않은 선교사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일단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대부분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들의 의견이다. 한국으로 임시철수를 할 경우 각국이 재입국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역지 복귀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KWMA도 지난 20일 회원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들에게 공문을 발송하고 현지에서 철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재입국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선교지의 어려움을 뒤로 하고 선교사가 사역지를 비워 둘 경우 앞으로의 사역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KWMA는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현장에 함께하며 사역할 것을 권고하면서 다만 인원이 동원되는 사역은 자제하고 방역을 통해 기인 안전과 공동체 보호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확산됐거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외출을 통제하고 있는 선교지들은 한국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교활동이 중단돼 성도들이 모이지 못하고 있고 학교나 복지단체 등 기관 사역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히 기독교 기반이 약한 국가의 경우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때 어떻게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점검하고 도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교회가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헌금이 줄어들면서 선교지를 향한 후원금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교회 상황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선교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회 상황에 따라 제일 처음 도마 위에 오르기 쉬운 것이 선교 후원금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의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선교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효영 선교사는 선교사들에게 선교지 주민들은 내 국민이지만 한국에 있어서는 외국이다. 우리 국민이 아니라고 느끼니 재정 우선순위에서도 쉽게 제외시켜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선교지를 향한 후원금이 끊기는 것은 전쟁으로 치면 최전방 소총수가 가장 먼저 죽는 상황이다. 크리스천이라면 이 땅의 국경에 머무르는 것을 뛰어넘어 같은 하나님 나라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선교지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가 이런 인식을 뛰어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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