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에 간 바울, 우상숭배에 분노하며 철학자들에게 ‘기독교 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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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에 간 바울, 우상숭배에 분노하며 철학자들에게 ‘기독교 변증’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04.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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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⑧ - 복음의 이방 진출 : 유럽으로 전파되는 복음

기독교 복음은 안디옥을 거점으로 소아시아 지방에 소개되었는데, 도서지방인 구브로(행 13:4~12)와 그레데(딛 1:5)에도 전파되었고, 바울의 제2차 전도여행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된다. 제2차 전도여행 중 바울은 실라와 디모데와 함께 길리기아 지방을 지나 더베, 루스드라(행 16:1), 이고니온, 비시디아 안디옥을 거쳐 드로아(Troas)로 갔다(행 16:8). 
드로아에 있을 때 바울은 소아시아의 비두니아 쪽으로 가고자 했으나 마케도니아 사람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에게 해를 건너 사모드라게 섬을 거쳐 네압볼리 항으로 이동했다(행 16:11). 드로아 항에서 네압볼리까지는 해로로 185km였다. 네압볼리를 칭하는 그리스어 네아폴리스는 ‘새로운 성읍’(new polis)이란 의미였다. 이곳은 350년 경 ‘크리스토폴리스’(그리스도의 도시)로 개칭되었다가 1387년 오스만 투르크가 점령한 이후 까발라(Kavalla)로 불리고 있다. 바울은 여기서 16km 거리에 있는 빌립보로 직행했다. 

바울과 그 일행이 터키에서 빌립보로 간 사건은 서구 역사의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저명한 크리스토퍼 다우슨은 이렇게 썼다. “사도 바울이 환상을 보고 순종하여 드로아에서 뱃길로 마케도니아에 있는 빌립보로 간 사건은 역사의 흐름과 서구문화의 장래를 변화시키고, ... 로마제국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위대한 사건이었다.” 

당시 빌립보(Phillipi)는 로마의 속주(屬州) 마게도냐의 수도로, 마게도냐 중심부에 넓게 펼쳐져 있던 상업과 교통의 요충지였다. 특히 제국의 수도 로마로부터 동일한 자치권을 부여받았던 식민 도시였다. 바울은 이곳에서 소아시아 두아디라 출신인 자색 옷감 장사 루디아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집안에 세례를 베풀었다(행 16:11~15). 이어 귀신들린 노예 여자, 그리고 간수 등 세 사람의 개종자를 얻었는데, 이들이 유럽의 첫 그리스도인들이었다. 

빌립보에서 다시 에그나티안 대로를 따라 데살로니가로 이동하였다. 이곳은 그리스령 마케도니아 지방의 중심 도시이자 아테네 다음으로 큰 그리스 제2의 도시였다. 이곳에서도 약간의 유대인들과 이보다 많은 이방인들, 곧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이 복음을 받아들여 교회가 설립되었다. 이곳에서도 박해를 피할 수 없었다. 바울 일행은 데살로니가를 떠나 남쪽으로 행해 테살리(Thessaly)를 거쳐 베뢰아(Beroea)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도 바울은 회당을 복음 접촉의 징검다리로 이용했다. 데살로니가에서 말썽을 일으킨 이들이 이곳까지 와 소란을 일으켜 바울은 아덴으로 이동했다. 

아테네로 불리는 이곳은 헬라의 수도였고, 헬라 문화의 중심지였다. 로마시대에도 로마,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3대 도시에 속했고, 철학의 도시이자 우상숭배의 도시였다. 바울은 아덴에 머물면서 실라와 디모데를 기다리는 동안 아덴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울분을 금할 수가 없었다(행 17:16~21). 이 거룩한 분노는 복음에의 열정으로 나타나,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과 논쟁하며 기독교를 변증했다.

특히 아레오바고(Areopagus)에서의 아그노스토 데오(Agnosto Theo), 곧 ‘알지 못하는 신에게’에 대한 강설은 그의 설교와 변증, 철학에 대한 식견을 보여준다. 그의 설교에서 동향인 길리기아인 아라투스(Aratus)의 시를 인용했다(행 17:28). 아덴을 떠난 바울은 고린도로 내려갔다. 후에 그는 이곳에 1년 6개월 체류했는데, 그 결과로 고린도에 인접한 겐그리아에도 교회가 있었다(롬 16:1). 고린도후서에서 “고린도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와 또 온 아가야에 있는 모든 성도에게”(고후 1:1) 문안한 것을 보면 아가야 지방에 여러 교회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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