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도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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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도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합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3.30 22:21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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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오해와 이해: 나는 □입니다- 거룩한 이름 사모

오랜 유교적 전통권위주의적 인식고스란히

그림자 취급남편 따라 사모들 서열도 정해져

직분도 아닌데 책임감 막중세대 갈등 양상도

배우이자 감독, 작가로 맹활약하고 있는 이아린 사모. 이 사모는 남편 조윤혁 목사와 함께 지난해 ‘더누림교회’를 개척했다. 이 사모는 “사모가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하다”며 사모의 행복을 위해서는 남편 목회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우이자 감독, 작가로 맹활약하고 있는 이아린 사모. 이 사모는 남편 조윤혁 목사와 함께 지난해 ‘더누림교회’를 개척했다. 이 사모는 “사모도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하다”며 사모의 행복을 위해서는 남편 목회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이야기를 아직 하는 사람이 있을까? 놀랍게도 이번에 취재를 진행하면서 최근에 이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복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만난 이 사람들이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입이라도 맞춘 걸까 싶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이번주 연중기획 오해와 이해-나는 사모입니다취재를 진행하면서 여러 사모들을 만났다. 세대도 다르고 처한 환경도 다른 사모들은 각자가 가진 사모에 대한 인식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사모가 한국교회 안의 사모에 대한 인식이 다소 억압적이라고 토로했다. 4명 중 3명이 익명을 요청한 것만 봐도 그런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다.

 

타고난 사모는 없다

A 사모. 그의 남편은 경기도의 한 개척교회 부목사로 사역중이다. A 사모는 결혼한 지 5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사모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이 세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청년 시절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그는 한 번도 자신이 목회자 사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예수를 믿었지만 음주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노래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그는 전국을 누비며 공연을 했고, 앨범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한 남자를 소개받았고 사랑에 빠지기에 전도사라는 그의 명함은 큰 장애물이 아니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남편이 섬기는 교회에 인사를 가던 날 자신이 비로소 사모가 됐음을 깨달았다. 남편이 섬기던 교육부서의 제자들이 그에게 다가와 사모님하고 불렀을 때 큰 책임감이 몰려왔다. 얼마 전까지 여타 기독청년들과 다를 바 없던 그는 하룻밤사이에 목사님에 준하는 사역자가 된 것 같았다. 이후에도 사모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는 부단히 애써야 했다.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친구들과는 여전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만 절대 입에 술을 대지는 않는다. 말투도 갈수록 조심스러워진다. 자신이 모든 기독교인들을 대표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사모가 되기 위해 신학교를 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이제야 조금은 사모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지만 거룩한 부담감이 저를 갈수록 사모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저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모는 별책부록이 아니다

서울의 한 중형교회 목사 사모인 B. 10년 만난 남자친구가 어느 날 목회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목회자 자녀로 자란 그는 사모의 길이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이별까지 생각했다. 부모님도 그를 말렸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남자친구의 진실한 사랑을 알고, 하나님을 향한 그의 신실함을 알기에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며 결혼을 택했다.

남편의 사역지 이동에 따라 몇몇 교회를 전전한 그는 교회마다 사모들에 대한 인식과 기대에 편차가 있다고 했다. 교회가 클수록 사모들 사이에도 일종의 위계질서가 강하다고 했다. 담임목사와 부목사, 전임과 준전임, 파트 등 남편의 지위는 곧 사모의 지위였다. 늦게 신학을 시작한 남편 목사님은 나이에 비해 직급이 낮았는데, 가끔은 자신보다 어린 다른 사모들이 마치 윗사람인양 대하는 모습에 불편했다고.

교인들이 사모를 대하는 태도는 담임목사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도 했다. 하루는 담임 목사가 성경에 여자들이 조용하라는 말이 있다사모는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튀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망언까지 들어야 했다. B 사모는 시녀나 하녀처럼 있는 것이 사모의 역할이 아닌데 유교적인 기준을 가지고 성경을 들먹이는 모습에 절망감을 느꼈다담임 목사님이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태도는 성도들의 태도와 비례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개가 나이가 많은 목사님들이 그랬다. 사모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인데 마치 남편에게 종속된 그림자나 별책부록처럼 대하는 곳들이 여전히 많다고 토로했다.

 

 

사모는 목회의 1차 대상

다수의 영화와 방송을 종횡무진해온 배우 겸 감독 이아린 사모(더누림교회)는 최근 이런 인식에서 해방됐다. 비결은 교회 개척. 보다 적극적인 청년사역을 전개하려는 것이 개척의 첫 번째 이유였지만 사모도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하다는 남편 조윤혁 목사의 생각이 두 사람을 개척으로 이끌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말해주듯 활발하고 톡톡 튀는 성격의 소유자인 이 사모는 남편이 부목사로 있던 시절 유난히 의상에 대한 지적, 큰 목소리에 대한 지적에 시달려야 했다. 청년들을 그를 무척이나 따랐지만 교회 안에는 그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늘 따라다녔다.

한국교회의 사모상이 다소 왜곡돼 있는 것 같아요. ‘사모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있죠. 그러다보니 눌려 있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을 앓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복음을 알면 알수록 교회는 눌리는 곳이 아니라 누리는 곳임을 알게 됐어요.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는 교회로부터 시작되니까요. 제가 먼저 감사하고 복음으로 기쁨이 넘칠 때 전도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사모는 교회의 구성원 누구보다 남편 목사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도들이 있는 자리에서 사모에게 대하는 모습대로 성도들도 똑같이 사모를 대합니다. 목사이자 동시에 남편으로서 자상하게 서로 돕는 배필로 피차 복종하는 모습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럴 때 사모님들도 목사님의 설교에 은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남편 목사님의 배려를 알기에 늘 감사하고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와요. 설교시간에는 매번 은혜를 받죠. 더불어 목사님 부부의 이런 화목한 모습은 결혼하지 않는 이시대 청년들에게도 바람직합니다. 우리교회 청년들은 저희를 보고 결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사모의 길은 사명자의 길

서울 은평구의 한 개척교회를 섬기는 C 사모. 올해로 결혼 29년차가 된 그는 넉넉지 못한 형편에 대해 한 번도 불만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개척 이후 주일이면 하루도 빼먹지 않고 100인분의 식사를 손수 차려온 그는 힘들 법도 하지만 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출석 인원은 70명 남짓이지만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기 위해 매번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한다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결혼 전 서울 사당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했던 그는 한 달에 600~700만 원 정도는 쉽게 벌던 실력자다. 결혼 후 동생들 대학까지 다 보내고 뒷바라지가 끝나자 미용실을 접고 전도에만 힘썼다.

미용실을 그만 둘 때 우리 목사님 월급이 120만원이었어요. 형제들이 저더러 미용실 그만두지 말라고, 좋은 기술 두고 왜 고생하느냐고 했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교회 사역에 전력을 다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 힘으로 미용실을 했다면 육신적으로 편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전적인 도우심은 느낄 수 없었겠지요. 쉽지 않은 시간도 있었고 물질적으로 넉넉하진 않았지만 하나님은 늘 좋은 것으로 채워주셨습니다

C 사모는 앞으로 사모가 되려는 이들에게 정말로 하나님께 반드시 기도해보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자신이 있을 때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사명은 세상과 동시에 짊어질 수 없다고도 했다.

C 사모 외에도 이번에 만난 사모들은 사모라는 이름에 대해 힘들고 어렵지만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사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각자 세대가 다르고 섬기는 모양은 다를지라도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려는 각오는 하나같이 비장했다. 그리고 구원과 복음에 가까운 삶을 사는 것이 속박이 아닌 행복이자 자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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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찬KIM 2020-04-01 20:49:20
아린사모님과 믿음을 키워가는 과정 그리구 사랑받으며 안전하게 하루하루 교회로서 사는 과정이 너무 안전하고 감사합니다~!~교회로서 한몸 한가족으로 살며 사랑받고 누리는 기쁨을 알려주신 사모님과 큰 믿음만큼 잘생기신 우리 더누림교회 조윤혁 목사님께 배우고 함께하며 지내고싶어요오~❤

예리 2020-04-01 19:54:58
살웅하는 아린사모님~♥
한몸되어 살아가는것이 어떤 것인지 삶으로 몸소 실천하시고, 보여주시는 모습을 보며 저또한 도전을 받습니다. 그리고 사모님과 한몸된 교회의 가족의 일원이라는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정새하 2020-04-01 14:46:21
내 사랑 아린 사모님(´♡‿♡`)
저 새하에요~~ 히히
한 몸된 교회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복된 삶인지를 깨닫게 해주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ㅡㅠ
목사님, 사모님과 함께한 지,
또 우리 더누림 가족들과 함께한 지
어느 덧 1년을 조금 지나고 있는데..
제게 일어난 일을 누구보다 더 기뻐해주시고, 슬퍼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누구보다 더 귀기울여주시는 우리 목사님, 사모님... 늘 존경하고 사롱합니다 ෆ ෆ ෆ
저는 교회로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삶인지 몰랐어요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더누림교회 사랑해용❤️❤️❤️

재욱 2020-04-01 14:40:21
저는 더누림교회는 아니지만 아린 사모님께서 하신 인터뷰를 보니 참 공감이 가는게 많습니다 한국교회라서 어쩔 수 없는 유교 문화가 있지만 그게 배려와 존중의 형태보다 억압과 통제의 수단으로 쓰인게 참 안타깝네요ㅠㅠ 좋은 것을 잘 수용해서 한층 나아지는 한국교회가 되도록 기도에 힘써야 겠다는 생각을 기사를 통해 하게 되었습니다!

동화 2020-04-01 14:18:28
늘 예수님 닮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시는 사랑둥이 아린 사모님~❤️❤️❤️
전 정말 사모님께서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예수님께서 저희를 얼마나 사랑해주시는지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