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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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 소동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3.30 21: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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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길에 형님이 폐렴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환란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혹시나’ 하는 생각이 피어났다. 부모님께서 육아를 도와주고 계신데, 며칠 전 본가를 들렀던 형님이 우리 아이와 잠시나마 한 공간에 있었기 때문이다. 병세가 심각하다는 형님의 안위가 걱정되는 와중에도 내 안위부터 챙기는 자신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형님의 오랜 기침이 ‘코로나’ 때문으로 밝혀진다면, 그리고 비말을 통해 우리 아이가 전염됐다면, 그리고 아이를 통해 나에게까지 병이 옮았다면? 생각이 생각을 낳았다. 갑자기 목이 칼칼하고 열감이 나는 것 같았다. 요즘 유행한다는 ‘상상 코로나’면 다행이지만 진짜라면 큰일이겠다 싶어 회사에 보고했다.

해가 중천인 오후 2시였지만 회사에서는 만에 하나를 생각해 조기 귀가 조치를 내려 주었다. 기자의 귀가 후 회사에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보고가 이뤄진 지 몇 분 되지 않아서 기자의 이름이 신문사와 총회에 쫙 퍼졌다. 머물렀던 자리엔 방역이 진행됐고 접촉했던 총회 직원, 전날 임원회에서 만났던 목사님들까지 임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 두려웠다. 위축됐다. 

형님의 코로나 검진 결과는 저녁 9시. 7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양성이었다면? 상상만 해도 두렵다. 실제 환자들이나 밀접 접촉을 한 가족들도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뭔가 잘못 한 일이 없음에도 말이다. 너무 쉽게 확진자들을 비난하진 않았는지 과거를 반성한다. 그리고 인간이 두려움 앞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는다. 영혼을 잠식하는 두려움 앞에서 ‘비난’이 아닌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사순절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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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마음 2020-04-03 10:40:49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