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악함과 유혹을 분별하는 유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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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악함과 유혹을 분별하는 유익을 준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3.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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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⑦ - 선한 길을 깨달으리라(잠 2:9)

잠언 2장은 스물 두 절로 되어 있지만 히브리어 원문은 놀랍게도 단 한 개의 긴 문장이며, 히브리어 알파벳의 갯수에 맞춘 22절의 구성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교하게 지은 시문입니다. 강의 형태를 따라 “내 아들아~”로 시작한 교훈에서 아버지는 지혜에게로 마음을 돌리도록 아들을 이끕니다. 아버지의 가슴 속에 아들에게 줄 조언들이 많이 있겠지만 아버지는 그런 구체적인 가르침들을 넘어 더 근원적인 지혜에게로 아들을 인도해주고 싶어 합니다.

오늘 본문에 따르면 지혜의 유익은 분별력을 주는 데 있고(1~11절), 그렇게 얻은 분별력은 우리를 두 가지 위험으로부터 지켜줍니다(12~22절). 두 가지 위험을 매개하는 것은 “악한 자, 패역을 말하는 자”(12절)와 “음녀, 말로 호리는 이방 계집”(16절)으로 불리는 두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첫째 부류는 못된 말을 내뱉고, 나쁜 짓을 즐기며, 비뚤어진 생활을 거듭하는(12~15절) 혐오스러운 사람들입니다. 1장에서 보았던 노상강도 모의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지요. 난데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해쳐 돈을 벌자는 그들의 제안은 거칠기만 할 뿐 미묘함이 없습니다. 

반면에 둘째 부류는 분별하고 저항하기가 좀 더 어렵습니다. “음녀, 이방 계집”은 직역하면 낯선 여인, 이질적인 여인(strange woman)으로, 하나님과의 언약을 저버린 사람을 가리킵니다(17절). 이 사람이 ‘낯선’ 이유가 국적이나 생김새가 아니라 경건한 삶과 신앙에서의 일탈에 있기에 현대 영어 번역본들은 그를 loose woman, 즉 부주의하고 방종한 여자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여인의 주특기는 달콤한 말이며, 그의 말에 속아 넘어간 사람은 결국 사망의 길로 가게 됩니다(26~27절). 하나님 말씀이 아닌 뱀의 말에 귀를 기울인 하와, 하나님의 지시보다 하와의 권유를 따른 아담의 실패는 오늘도 우리들 안에서 재현되는 인간의 원형적 모습입니다. 아담에게나 우리에게나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비롯됩니다(롬 10:17). 

앞서 1장 3절을 보면 지혜는 우리가 ‘공의, 정의, 정직’(개역개정)을 배우도록 돕습니다. 오늘 2장은 동일한 내용에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입니다: “네가 공의와 정의와 정직 곧 모든 선한 길을 깨달을 것이라”(2:9) 지혜를 원하고 추구하면 공의와 정의와 정직이라는 삼중의 가치를 현실 속에 이룰 수 있는 ‘선한 길’ 즉 올바른 실행방법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정말 갖고 싶은 능력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옳고 그름이 명확한 일보다는 경계가 애매한 상황들을 놓고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가운데 노상강도단 영입의 유혹을 물리치느라 애쓰는 사람보다는 호의와 유혹, 선물과 뇌물, 합법과 편법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고민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쉬울 것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지혜에서 길어낸 분별력입니다. 이러한 분별력은 일순간의 각성이나 체험으로는 얻기 어려운, 하나님을 경외하는 꾸준한 노정에 주어지는 보배로운 힘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 아버지는 어린 아들이 그 길을 걸어주기를 간곡히 권합니다. 

“지혜를 사랑하거라. 지혜를 얻어야 한다. 그 지혜가 너를 조심(근신)하게 하고, 헤아리게 하고, 결단하게 도와줄 것이야. 그 지혜가 있어야 모든 유혹을 감지하고 물리칠 수 있단다...” 아버지가 옳습니다. 지혜가 부릅니다. 우리도 지혜를 불러야겠습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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