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생계때문 아냐, 일과 사역 둘 다 소중한 ‘이중직’
상태바
단순 생계때문 아냐, 일과 사역 둘 다 소중한 ‘이중직’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3.24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연중 기획 - 오해와 이해 : 나는 □입니다 ④ ‘텐트 메이커’ 이중직 목회자

한국교회 목사들의 일주일을 상상해봤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사회에서 제시하는 ‘주 52시간’보다 사역에 투입되는 시간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새벽기도를 포함한 주중 예배와 주일예배를 다 드린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순수 시간만 해도 적지 않다. 각종 경조사 참석과 심방 등을 포함한 ‘신자의 영적 생활 지도’까지 더하면 “일주일이 화살 같다”는 목회자들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배와 기도, 전도에만 시간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다른 일을 하나 더 하는 목사도 있다. 속칭 ‘이중직 목회자’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혹자는 비판을, 혹자는 격려를 한다. 이중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무엇이 진실에 가까울까. 어느 교단의 헌법 해석처럼 ‘불성실한 목사’로 단정하기에는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 
 

“가족은 1차 사역지”
개척 5년차인 A 목사의 또 다른 직업은 ‘쿠팡맨’이다. 중대형교회 부목사를 하다가 나와서 교회를 개척했을 때만 해도 이중직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인 수는 늘지 않았고 매달 돌아오는 임대료를 감당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모가 파트타임 학원 강사로 벌어오는 돈은 100만원 남짓. 그것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남편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내 홀로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 택배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택배도 2년 정도 하니 제법 할 만하다”고 말했다. “원하는 배송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꼽은 그는 이중직에 나서면서부터 가족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했다. 

“목사에게도 1차 사역지는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 교회 성도의 반이 가족들이기도 하고요.”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이 A 목사에게 있었다. 가족들을 고생시키고, 그들에게 비난받으면서 목회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목회도 가족의 인정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중직 목회자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목숨 걸고 목회에 전념해도 될까 말까한데 엄한 데다 힘을 쏟는다’는 선배들의 비난도 들어야 했다. A 목사는 “과거와 지금은 목회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해를 바랐다. 

 

웨이처치 개척자 송준기 목사는 인천에서 '검암동 커피방'을 운영하고 있다.
웨이처치 개척자 송준기 목사는 인천에서 '검암동 커피방'을 운영하고 있다.

용어가 만든 오해
이중직 목회의 이유는 생계와 가족부양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선교적 교회 운동가 닐 콜 목사가 “한국의 대표적인 선교적 교회”로 꼽은 ‘웨이처치’. 이 교회의 개척자 송준기 목사는 한국교회가 목회와 일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교회 개척자가 일주일동안 다른 일에 시간을 쓰면 ‘언제 교회 개척에 신경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따라오곤 하는데 이것은 일과 사역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장소와 상황에 제한을 받지 않았던 예수님처럼 일과 사역의 구분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준기 목사 자신도 인천 검암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검암동 커피방’은 그의 사역에 있어 중요한 전도와 소통의 장이다. 그는 교회 사역에 효과적이라면 ‘텐트 메이커’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돈을 버느냐, 벌지 않느냐’는 그리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세련된 설교 한 편을 쓰는 것보다 잃어버린 영혼에 더 관심을 갖고 적은 숫자의 영혼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생명력 있는 목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숫자가 적으면 목회에 실패한 것이라는 오해, 헌금이 적은 교회는 진짜 교회가 아니라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송 목사는 특히 ‘이중직’이라는 용어가 ‘두 개의 직업(일거리)’을 뜻하는 ‘더블 아큐페이셔널(Double-occupational)’의 개념으로 이해되는 것이 한국교회 안에서 오해를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직업’보다 ‘사명’이라는 뜻에 더 힘이 실린 ‘바이 보케이셔널(Bi-vocation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바이 보케이셔널은 두 개의 직업이 아니라 두 개의 ‘소명적 직업’들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가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만 이해해도 한국교회의 사역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환상 심어주는 것은 문제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페이지의 운영자인 박종현 목사는 “이중직은 한국교회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박 목사는 “각자 자기 교회만 살 길을 찾느라 개척교회 목사의 생계를 누구 하나 책임져 주지 않는 상황에서 ‘하나님이 다 하시니 믿고 맡기라’는 방식을 오늘날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교단에서 법으로 이중직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장 가족의 생계도 외면할 수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목회자들에게 교단이 그들의 삶에 대한 경청과 배려 없이 무조건 “안 돼”로 일관하는 것은 예수님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 

‘일하는 목회자들’은 SNS 상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은 '일하는 목회자들' 페이지의 운영자이자 '전도사 닷컴' 편집장 박종현 목사.
‘일하는 목회자들’은 SNS 상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은 '일하는 목회자들' 페이지의 운영자이자 '전도사 닷컴' 편집장 박종현 목사.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이중직 목회를 바라보는 한국교회 패러다임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모이는 예배가 중단되면서 임대료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이미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중직을 반대하던 이들조차 이제는 일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목회조차 유지하지 못할 상황이 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앞으로의 논의가 이중직을 미화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이중직 목회자들은 ‘일과 사역’의 이중 부담을 감당하고 있고, 목회자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성급한 일반화는 금물이라는 것. 

“일하는 목회자가 된다는 것은 목회자로서 누리던 작은 권력과 특권을 내려놓고 성도와 똑같은 삶의 자리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이것을 포장하기보다는 성도들에게 임했던 은혜가 우리에게도 있음을 감사하며 겸손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 문제가 개인의 차원에 그치지 않도록 교단 차원의 관심도 필요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