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예배’ 실천으로 사회와의 거리 좁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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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예배’ 실천으로 사회와의 거리 좁히기
  • 공종은 기자
  • 승인 2020.03.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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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폭풍 속에서 살아내는 사순절 신앙
수다 떨기-일대일 만남으로 교인들과 교제
작은 교회-기관들도 미자립교회 돕기 나서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지니라”(롬 15:2).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팬더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상황과 함께하는 올해 사순절은, 로마서 15장 2절의 말씀을 오롯이 살아내고 실천하는 분위기다. 예배당에 함께 모여 예배하고 고난을 묵상하던 것이 온라인 예배로 대체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지만, 예배를 다시 돌아보고, 신앙을 재점검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기 위한 돌봄이 유독 두드러진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김정형 교수는 “한국 교회가 세상을 위한 모임으로의 창의적인 자기 변신을 구상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면, 일반 사람들이 교회 모임을 책망하고 질책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오히려 교회의 선한 행실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사순절은 온라인 예배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신앙과 교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외된 이웃을 품고 함께하기 위한 사회적 돌봄은 더 왕성하다. 더불어숲동산교회는 ‘면 마스크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사순절을 보낸다. 사진 맨 오른쪽이 이도영 목사. [사진 제공=더불어숲동산교회]
올해 사순절은 온라인 예배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신앙과 교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외된 이웃을 품고 함께하기 위한 사회적 돌봄은 더 왕성하다. 더불어숲동산교회는 ‘면 마스크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사순절을 보낸다. 사진 맨 오른쪽이 이도영 목사. [사진 제공=더불어숲동산교회]

# 면 마스크-도시락 나눔

경기도 화성시 더불어숲동산교회(담임:이도영 목사)는 ‘면 마스크 나눔 캠페인’으로 사순절의 삶을 살아낸다. 마스크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와 밀양의 장애인들을 위해 결정한 일. 장애인 교인이 2/3 이상을 차지하는 교회를 돕기 위한 프로젝트다. 이와 함께 교회가 위치한 상가 건물에 있는 화성고용센터를 방문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택배 기사들에게도 전달하기로 했다.

면 마스크 제작은 지난 15일 주간부터 교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됐다. 한 땀 한 땀 촘촘하게 엮어가는 바느질의 횟수만큼 교회와 사회의 거리감이 좁혀지기를 바랐고,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타 지역의 교회에서도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조금씩 확산되는 추세. 이 목사는 “페어라이프센터를 통해 지역주민들과도 함께하면 3백 개 이상은 충분히 제작할 수 있고, 손 세정제와 비타민, 일회용 마스크 등도 후원받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도시락 전달과 월세를 내지 못하는 교회를 위한 지원도 계획 중이다. 도시락 전달은 더불어숲동산교회 인근에 있는 수원대와 협성대, 장안대학교에 유학 중인 학생들이 대상. 코로나19로 인해 기숙사에 격리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인들이 정성과 사랑을 담아 지은 밥과 반찬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고, 부활주일 헌금은 월세를 내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한 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도영 목사는 “교회의 존재 의미는 배려와 섬김이며, 이 시기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고 삶의 예배”라면서, “우리 교회도 작은 교회여서 재정이 탄탄하지는 않지만, 사순절 기간에 십자가를 묵상하면서 어떻게 도울지를 고민하다가 이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포시 무지개감리교회도 내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의 마스크를 만들어 전하기 위한 ‘300장 수제 마스크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오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교회에서 마스크를 만들어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나눈다. 서울요한교회와 성서벧엘침례교회 등 광진구의 여섯 교회가 함께하는 좋은동네만들기교회연합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에 동참했다. 이들 교회는 십시일반 모은 마스크 8백 장을 자양1동 사무소에 기증했으며, “이것으로 부족할 것 같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작은 손길이지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함께 버텨가는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 ‘매일 밤 10분 기도회’와 ‘수다 떨기’
하늘꿈연동교회 교인이 예배와 교제의 소중함과 회복을 기도하며 교회 출입문에 붙였던 메모지.
하늘꿈연동교회 교인이 예배와 교제의 소중함과 회복을 기도하며 교회 출입문에 붙였던 메모지.

하늘꿈연동교회(담임:장동학 목사)는 사순절 기간에 매일 밤 9시부터 10분 동안 전체 교인들이 함께 ‘사순절 묵상기도회’를 이어간다. 교회에서 문자를 보내 함께 기도하는 방식. △코로나19를 통해 하나님의 뜻 알기 △코로나19 빠른 시간 안에 퇴치 △확진자들이 줄고, 경제 회복 △사이비 신천지의 정체가 밝혀지고, 교회의 권위 회복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겨내고, 진정한 예배자들이 되게 하소서 등 다섯 가지 제목을 놓고 기도하는데, 온라인으로 매일 진행하는 아침 기도회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기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나기 어려운 교인들과는 ‘커피와 수다 떨기’로 접촉점을 이어가면서 정서적 거리를 좁힌다. 각 순의 마을장과 목회자들이 카페에서 교인과 일대일로 만나 신앙과 삶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들을 수다로 풀면서 신앙과 생활을 위로하고 격려한다. 중고등부에서는 담당 교역자가 주중에 학생들을 만난다. 먹거리를 전달하거나 만나서 음식을 직접 해주면서, 진로와 이성에 대한 고민과 신앙 문제도 상담한다.

장동학 목사는 “최근에 어느 교인이 교회 출입문에 붙여 놓은 글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예배당에 모여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고 말씀을 들었던 때가 그립고, 목회자와 교인들을 빨리 만나 교제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긴 글’이었는데, 이것에 착안해 교회 게시판에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안부를 전하고 소통하는 일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미자립교회 월세 지원
 
미자립교회에 대한 월세 지원으로 사순절의 사회적 실천을 이어 나간 곳도 있다. 교단과 대형 교회들의 지원 외에도 작은 교회와 기관들의 동참이 두드러졌다.

예수님과하나님나라운동본부(대표:김디모데 목사)는 대구지역의 미자립교회 70곳에 월세를 지원했다. 호주 한인교회와 전라도 광주의 교회들이 마음을 모았고, 열린벧엘교회(담임:손희선 목사)와 진리의교회(담임:김영음 목사)가 동참해 대구지역과 인근의 경산, 창원과 창녕지역의 70개 교회에 30만 원씩을 전달했다. 이슬람센터와 외국인 노동자 시설, 미자립교회와 청소년 기관에 전달한 마스크는 사랑방공동체와 산돌교회가 함께 마음을 모았다.

김디모데 목사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무슬림들의 마스크 수급은 특히 힘든 상황이며, 한부모 가정과 청소년 단체도 상황이 같다”고 말하고, “중국인들로만 구성된 중국교회에서 대구지역을 위해서 마스크를 구입해 보내주었다”고 설명했다.
 
윤선디자인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안부 이미지.
윤선디자인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안부 이미지.

작은 교회를 위한 디자인 무료 보급에도 열심인 윤선디자인(대표:정윤선)도 후원운동을 시작해, 24건의 후원금과 함께 78개 교회에 월세를 지원했다. 각 교회에 20만 원씩 지원됐고, “이 귀한 일에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 감사를 드린다”며 후원 교회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는 중고등부 친구들과 교회학교 어린이들에게 안부를 전하려는 교사들을 위한 안부 이미지 무료 나눔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안부 이미지는 모두 15컷이며, 윤선디자인 블로그에서 다운로드(https://blog.naver.com/nemomangchi/221857200064) 받아 사용하면 된다. 목회자, 사모, 가족, 청년과 부모, 교인들을 위한 이미지 6종(https://blog.naver.com/nemomangchi/221862389906)도 함께 배포한다.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공동대표:이진오 목사)도 작은 교회 월세 지원을 결정하고 12개 교회와 목회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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