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퇴직 선교비는 용역 대가 아닌 사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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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퇴직 선교비는 용역 대가 아닌 사례금”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3.2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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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목사, 은퇴금 12억원에 대한 과세처분 취소소송 승소
재판부 “포괄적 보상 의미, 특정 용역 대가로 보기 어려워"
종교인 과세 시행 전 소득세법 적용, "소급과세 안된다"

개척 후 30여 년 간 시무하다 은퇴한 목사에게 퇴직 선교 명목으로 지급된 12억 원에 대해 과세 처분을 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관악구 모 교회 A 목사가 국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교회는 2011년 30여 년간 재직한 A 목사에게 퇴직 선교비 명목으로 12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그해 5억 6천여만 원, 2012년 6억4천여만 원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관할 세무서는 A 목사에게 지급된 금액은 구 소득세법이 규정한 ‘인적 용역을 일시적으로 제공하고 받은 대가’에 해당하는 기타소득이라고 판단하고, 종합소득세 1억1,146만 원을 부과했다.

과세당국 처분에 불복한 A 목사는 국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제기해 일부가 인용됐지만, 결국 9,770만원 세금이 부과되자 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과세당국은 “A 목사가 받은 돈은 목회활동을 하고 지급받은 인적용역 대가로 봐야 하며, 수입시기는 최종 2012년 7월에 지급됐기 때문에 2011년이 아니라 2012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지급금은 A 씨가 담임목사로 재직하면서 교회의 유지 발전에 공헌한 데 대한 포괄적 보상의 의미로 지급된 것이며, 12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라 일시적 특정 용역에 대한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구 소득세법의 ‘인적용역의 대가’가 아니라 ‘사례금’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지급된 날을 과세연도 삼는 구 소득세법을 고려하면 2011년 지급분의 과세시기를 2012년을 기준으로 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재판부가 “신설된 소득세법 제21조 1항 26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급과세 될 수 없고, A 목사가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볼 근거가 없어 퇴직소득세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 점이다.

해당 사건에 대한 과세처분에 대해 법원은 구소득세법이 적용됐기 때문에 소급과세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8년 1월 1일 개정 소득세법에 따라 시행된 종교인 과세제도는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또는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있어,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다만 소급과세 여부는 현행법 내 기준일이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또 하나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종교인 퇴직소득세에 대한 기준일을 2018년 1월 1일 이후로 한다는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최근 법제사법위원회는 본회의 상정 대신 법사위 전체회의 계류를 결정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긴 사실상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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