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생활의 모든 필요를 채우고 나눈다 ‘하나님의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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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와 생활의 모든 필요를 채우고 나눈다 ‘하나님의 창고’
  • 공종은 기자
  • 승인 2020.03.17 0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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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와 하나님의 창고’ 사역하는 김주선 목사
초대 교회의 모습으로 물건 통용하며 모든 물품 ‘무료’ 거래
교회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책임 있는 사회적 행동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의 활발함이 교계에도 확산됐다. 중고 물품 거래의 장점은, 품질 좋은 고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하나님의 창고(https://www.facebook.com/groups/773789836302690/)’에서는 필요한 물건 모두가 무료다. 말 그대로 하나님의 창고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돈으로 살 수 없듯이 하나님의 창고에 있는 모든 것은 무료다. 좋은 것을 받았기에 내 것을 선뜻 내놓고, 형통함을 빌어준다. 교회에, 목회에 필요한 물건 또한 눈치 보지 않고 구할 수 있는 곳.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창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 ‘찬양대 가운-달란트 시장 물품’ 나누며 시작
 
창고지기 김주선 목사(수원영은교회)는 “‘하나님의 창고’는 서로의 물건을 통용하던 초대 교회 교인들의 모습을 이어가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는 사도행전 4장 32절의 말씀이 기초. 김 목사는 이 일이 “탄소 절감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지구를 위해 나눠 쓰자는 원대한 꿈을 갖고, 교회가 가진 것을 천천히 버리자는 책임 있는 행동을 이어가려고 한다”는 생각도 전한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되팔이(무료나 저렴한 가격에 산 물건을 더 비싼 가격에 남에게 다시 판매하는 행위) 금지’. 하나님의 창고에서 나눔 받은 물건은 절대 다시 판매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실명을 공개한다. ‘무료로 받은 것은 다시 값없이 나누어야 한다’는 원칙에 철저하다. 그리고 누구나, 어떤 물품이건 내놓을 수 있고, 가져갈 수 있다. 현재 53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카톡 그룹도 3개가 있는데, 이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7백 명 정도가 물품을 통용하면서 공유경제를 살아낸다.

하나님의 창고는 찬양대 가운 때문에 시작됐다. 교회 창고에 몇 년째 방치돼 있던 가운 10여 벌이 창고 운동에 불을 지핀 것.
“웬만한 규모의 교회에서 찬양대 가운은 계절마다 혹은 1년에 한 번 정도 바뀌는데, 이 가운이 계속 방치돼 있었어요. 그래서 알고 지내는 사역자들에게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물품의 범위를 넓히고 온라인으로 발전시켰어요.”

8년 전인 2012년, 이렇게 시작된 하나님의 창고는 달란트 시장 후에 남은 학용품을 교환해 사용하고, 절기 현수막을 나누고 다시 활용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페이스북과 단톡방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활기를 더했고, 버려질 물건이 공유되고 흘러가면서 점점 확산됐다.
 
‘하나님의 창고’는 서로의 물건을 통용하던 초대 교회 교인들의 모습을 이어가는 곳이다. 김주선 목사는 “지구를 위해 나눠 쓰자는 원대한 꿈을 갖고, 교회가 가진 것을 천천히 버리고 나누자는 책임 있는 행동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창고’는 서로의 물건을 통용하던 초대 교회 교인들의 모습을 이어가는 곳이다. 김주선 목사는 “지구를 위해 나눠 쓰자는 원대한 꿈을 갖고, 교회가 가진 것을 천천히 버리고 나누자는 책임 있는 행동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한다.

# 커피-컴퓨터-강대상-승용차까지 무료 나눔

하나님의 창고에서 나누어지는 물품들은 다양하다. 스마트폰 충전 클립에서부터 자동차까지 목회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을 만날 수 있다. 목회 필수 품목인 강대상과 장의자, 마이크, 스피커, 현수막은 물론 달란트 시장 후에 남은 학용품이 나오기도 하고, 제주도 여행 상품권이 보이는 때도 있다. 커피 캡슐, 머리띠, 양복, 컴퓨터 등 일반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웬만한 물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애완용 도마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도마뱀을 갖고 싶어 기도하던 어느 목회자의 10살짜리 아들이 가져갔다. 최근에는 한 목회자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목회자와 교회를 위해 직접 만든 면 마스크를 나누면서 교체 필터도 7개나 넣어주었다. 파스타 면이 나누어졌고, 10킬로그램 포장 쌀과 각종 절기에 사용되는 강단 장식 글씨가 꼭 가야 할 곳으로 갔다. 헌혈증서도, 무선공유기와 일반 분배기도 새 주인을 찾았다.

물건은 ‘선착순’이 원칙. 운영 초기에 ‘더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선착순 원칙이 꾸준히 고수된다. 고가나 드물게 나오는 물건은 기증하는 사람과 받고 싶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나누기도 하는데, 작년에 기증받아 나누었던 48인치 텔레비전 10대는 기증한 회사의 대표에게 신청자들의 사연을 전달하고 직접 선정하게 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창고로 보내주는 물건은 모두 직접 선별한다.
“처음에는 제가 사용하지 않거나 집에 있는 물건들을 올렸어요. 지금은 이 일이 제법 알려져 물건을 보내주는 분들이 많은데, 모든 물건은 제가 직접 본 후에 보내고,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사진으로라도 꼭 확인합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과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죠. 물건이 도착하면 하나하나 작동해 보고 이상이 없는 것만 나누는데, 악기의 경우 무조건 테스트를 하고, 고장 난 것은 고쳐서 보내요. 자동차는 정비소에서 꼼꼼하게 정비하고 전달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수리가 필요한 부분은 꼭 알려줍니다.”
 
하나님의 창고에서 무료로 나누어지는 물품들은 커피, 컴퓨터, 강대상, 승용차까지 다양하다.
하나님의 창고에서 무료로 나누어지는 물품들은 커피, 컴퓨터, 강대상, 승용차까지 다양하다.

# 지자체와 함께하는 ‘마을공동체’

나누는 물건은 대부분 택배로 보낸다. 중고 물품을 무료로 받는 것이기에 면대면 거래에 대한 부담과 미안함을 더는 이유도 있다. 이렇게 보내는 물품은 한 달 평균 70여 개. 많게는 110개를 보낸 적도 있고, 강대상과 장의자, 피아노 등 덩치가 큰 물건은 트럭으로 보내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3백만 원짜리 소파세트를 보냈고, 한번은 접이식 의자 2백 개를 대구로 보내기도 했어요. 대구의 한 교회가 새로 여는 도서관으로 배송됐는데, 거기 사용되고 남은 의자는 그 지역의 초등학교에 다시 보내지기도 했죠. 제주도로 제가 직접 가서 베이스기타를 전달한 적도 있어요.”

한 달에 백여 개 가까운 물품이 쌓이지만 변변한 창고조차 없다. 김 목사의 집이 바로 창고. 방 하나를 창고로 내어준 것도 모자라 승용차에도 짐이 한가득이지만, 가족들이 이해하고 동참해주는 것이 큰 힘이다.

김 목사는 ‘마을공동체’ 운영에도 활발하다. 현재 부목사로 사역하는 수원영은교회(담임: 이사무엘 목사)에도 마을공동체를 만들었고, 11개 팀이 운영된다. ‘천연팀’에서는 재활용 비누를 만들어서 나누고, ‘미혼모 캐어팀’은 미혼모를 돌보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이미용팀’에서는 이웃들의 머리를 만지고, ‘계절과일팀’은 과일을 먹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계절별로 과일을 전달한다. ‘크레파스팀’은 선물로 받고는 사용하지 않는 크레파스를 모아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한다. 폐식용유는 비누로 만들어졌다. 못 쓰는 현수막은 에코백과 우산으로 재탄생해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폐타이어로 만들어진 샌들의 발가락 걸이로 제작돼 아프리카에 보내기도 했다.

“이런 게 모두 돈이 안 되고 수고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사역들이지만, 마을공동체 사역을 하면 할수록 ‘하나님의 창고를 운영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을 하나님의 창고에 동참시키면 마을공동체 사역까지 자연스레 연결되는데, ‘이런 일에 참여하고 나누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공동체의 모든 일들은 철저하게 지자체와 함께 합니다.”
 
# ‘권역별 운영’ 작은 소망
김주선 목사는 작은 바람이 있다. 하나님의 창고가 권역별로 운영되는 것. 지금 특정 지역의 교회에서 운영하는 목회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것을 조직화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누가 이 일을 해줄 수 있다면 이대로 운영을 넘길 마음이 강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연결하는 사람’, ‘오지라퍼’로 불리는 김 목사이지만, 아직 교회 담임이나 특정 공동체의 대표는 맡지 않고 있다. 부목사로 사역하는 것이 마을공동체와 하나님의 창고 사역을 어느 한 교회에 묶어두지 않고 널리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일이나 단체의 사이즈를 키우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고, 마을공동체 사역 또한 내부 구성원들이 활동하면서 자립하게 되면, 내가 다른 교회로 옮겨서 그곳에서 다시 사역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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