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사역 시스템, 한국교회가 공고하게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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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사역 시스템, 한국교회가 공고하게 세워야 합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3.16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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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위장교회 첫 발견자 임웅기 목사(광주상담소장)

전남대 신천지 사태 목격후 18년 동안 현장 중심 이단사역
신천지에 납치되고 소송에 휘말리면서도 사역 포기 안해

기독언론 침투사례도 처음 밝혀, "사역만으로도 그저 감사"
"이단은 예방이 중요, 한국교회 예방 시스템 구축해야 희망"

쉴 사이 없이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이름이 등록되지 않은 낯선 번호들. 임웅기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광주상담소장)는 근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부쩍 더 많이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다. 신천지 탈퇴를 상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통화량이 세 배나 늘었다. 관공서에서 연락을 받고서야 자신이 신천지 교육을 받은 것을 안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임웅기 목사는 무심한 목소리로 내담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조치들을 안내한다. 서두르지 않는다. 18년째 신천지와 싸우며 쌓아온 내공이 느껴진다. 지난 13일 임 목사의 이단상담 사역이 시작됐던 전남대학교 교정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임웅기 목사는 18년 동안 이단상담 사역을 호남지역에서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 주님만 신뢰하고 달려온 사역, 그는 한국교회와 더 깊은 협력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임웅기 목사는 18년 동안 이단상담 사역을 호남지역에서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 주님만 신뢰하고 달려온 사역, 그는 한국교회와 더 깊은 협력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신천지 행태 보고 인생이 바뀌었죠”
“지역 방송사뿐 아니라 중앙 일간지에서도 신천지에 대해 문의하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신천지 실상을 알리고 시민들이 더 안전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근 광주지역 방송사와 유튜브 콘텐츠를 여러 개 만들어 신천지 실상을 알리고 있는데, 시청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광주는 신천지 12지파 중 최대 신도를 확보하고 있는 베드로지파가 있는 곳이다. 그만큼 이단사역도 치열하다.

임웅기 목사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과 가족들을 돕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신천지 실체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그의 역할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임웅기 목사가 이단 사역에 매진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섭리였던 것 같다. 전남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던 그에게 2002년 3월 26일 새학기 중 목격한 장면은 충격이었다.

당시 전남대 기독학생연합회는 학내 동아리연합회를 잠입해 기독교 선교동아리를 몰아냈던 신천지 출신 학생들과 싸우고 있었다. 당일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신천지 실체를 알리는 전단지를 나누던 중 관광버스를 타고 온 약 3백여명 신천지 교인들이 기독학생들을 둘러싸 버린 사건을 임 목사가 본 것이다.

신천지 교인들은 기독학생들이 나누던 전단지를 빼앗고, 원 안에 가두어버렸다. 그 안에서 기독학생들은 찬양하고 기도하며 버텼다. 그야말로 학문의 전당에 안하무인격으로 일반인들이 몰려와 학생들을 탄압하는 모양새였다.

“교수님이 경찰차가 와 있다고 알려주어서 나가 봤어요. 신천지라는 이름을 거기서 처음 듣게 됐죠.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그 현장을 목격하고는 마음이 무거웠어요. 기도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대학생들이 신천지와 싸우는 것을 보고 나만 공부하는 것을 용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때 인생이 완전히 바뀐 거죠.”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신천지와 맞서 싸우던 기독학생들과 함께하게 됐고, 맏형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학내기구를 장악하면서도 신천지 교인이 아니라고 버티던 학생들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입수했다. 신천지 활동을 보여주는 사진자료였다. 결국 총학생회에 찾아가 증거로 제시하고 학교에서 퇴거조치 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신천지피해자대책전국연합 등 신천지 대응 단체들이 여럿 있지만, 당시 전남대기독학생연합회와 신천지 간 싸움이 신천지 대응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기도 했다. 2004년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신천지 교인들에게 납치를 당한 사건이다. 납치 과정 중에 살해협박과 폭행도 있었다. 고소도 참 많이 당했다. 무혐의…. 참 집요하게 그를 어렵게 했지만 그는 버텨냈다. 그렇게 임 목사는 이단상담 사역자의 길을 자연스럽게 걷게 됐다. 이단에 빠져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돕게 됐고, 광주 전남 전역을 다니면서 이단상담과 예방교육을 지금까지 전념하고 있다.

임 목사는 신천지 위장교회를 처음으로 폭로해 외부에 알렸다. 사진은 코로나19로 폐쇄된 신천지 시설
임 목사는 신천지 위장교회를 처음으로 폭로해 외부에 알렸다. 사진은 코로나19로 폐쇄된 신천지 시설

소송 끝에 밝혀낸 신천지 위장교회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역과정에서 애를 먹는 이유 중 하나는 신천지측이 복음방, 신학원, 위장교회 등 실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의아할 대목이지만, 기독교인들은 정체를 숨겨야 하는 포교방식을 익히 알고 있다.

임웅기 목사와 관련해 흥미로운 내용도 이번 인터뷰에서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신천지 ‘위장교회’의 실체를 처음으로 밝혀낸 인물이 임 목사였다는 사실이다.

“제보를 받았습니다. 순천에서 어느 교인이 지하 교회에서 이상한 성경공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같은 장소에서 성경공부를 배웠다는 또 다른 사람에게서 신천지 교육 자료를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신천지가 기성교회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전남대 기독학생연합회 온라인 카페에 처음 폭로했지요.”

신천지는 곧바로 임 목사를 고소했다. 법정공방 끝에 승소해 신천지 위장교회 실체를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후 전국에서 무수히 많은 위장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들이 공개되면서, 일반 교회들의 경각심도 높일 수 있었다. 소송을 제기한 신천지 신도는 법원에서 위증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또 신천지가 기독교계 언론에 침투한 사실을 밝혀낸 인물도 그였다. 신천지를 탈퇴하고자 하는 청년 한명을 전라북도 모처에서 상담하게 됐는데, 그가 바로 당시 기독교초교파신문 부국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8년 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교계침투 사실을 폭로했다. 언론사에 기자를 침투시키고 있는 신천지를 밝혀낸 첫 사례였다. 이후 신천지 교인들이 언론사에 들어가고 있다는 증언들이 탈퇴자들로부터 나왔다.

임웅기 목사는  이단문제에서 상담과 예방, 이단연구 등 삼박자를 강조했다. 특히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이단연구가들이 존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임웅기 목사는 이단문제에서 상담과 예방, 이단연구 등 삼박자를 강조했다. 특히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이단연구가들이 존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현장성 있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임웅기 목사는 미루어오다 2년 전에야 목사안수를 받았다. 정신없이 상담사역만 하면서 달려왔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무모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확고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역을 하는 것만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제 임 목사도 40대 중반을 넘었다. 18년이면 이제 힘들지 않은지 물었다. 사실 좀 지쳐보였기 때문에 던진 질문이다. 그도 이제는 조금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이단상담과 강의는 중단이 없이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18년 동안 사역만 바라보고 달려온 그에게 세상에서 말하는 여건은 거의 없다. 담임목회를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외롭다.

“이단사역 할 때는 사역정보를 발로 뛰면서 만들고 재정도 확보해야 하죠. 앞으로는 땀 흘리는 이단 사역자들을 길러내야 합니다.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함께하는 교회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코로나19 사태로 갑자기 이단상담 사역자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진짜 현장성 있는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래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단문제는 상담과 예방, 연구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단사역의 양축이지요. 이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예방을 구체화할 수 있는 교회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고하는 1차 이단연구자들이 타인이 제공하는 자료만 들고 대중 앞에 드러나는 2차, 3차 사역자들보다 더 존중받는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새 학기 시작되면 사람들에게 다가가 신천지의 폐해를 더 잘 알려야 하고, 정보를 손에 쥐어주어야 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

임 목사가 예방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신천지의 폐해를 잘 아는 교회들도 예방에 소홀히 하다 탈이 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과정에서 불거진 신천지 사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된다.

“한국교회는 이단사역 시스템이 부족합니다. 각자 뛰는 구조로는 안 됩니다. 더 강하게 말하면 이단 사역자 한명이 사라지면 그 사역이 끝나는 구조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단사역자를 양성하는 구조, 협력하는 구조, 책임지는 구조로 거듭나야 합니다. 함께 손잡고 달려가면 참 힘이 날 것 같습니다. 협력하면 할수록 더 많은 영혼들을 이단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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