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한국인 포비아’…선교사 신변 안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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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한국인 포비아’…선교사 신변 안전 우려된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3.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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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국가에서 한인 선교사 폭행 사건…피해사례 늘어날 가능성도
현지화로 신뢰 얻어야, 해외서도 감염 예방 수칙 준수는 기본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인에 대한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면서 한인 선교사들의 해외 선교사역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해외에서 한국인 포비아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의 경우 체류 중인 한국 교민들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입 밖에 꺼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인근 국가 요르단에서도 한국인이 지나가면 코로나, 코로나하고 외치는 등 교민들과 여행객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코리아 포비아를 현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도 피해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한 선교단체 소속 해외 선교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선교단체 인터서브 대표 조샘 선교사는 지난달 28일 해외의 모 국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가 운동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가 현지 청년 둘이 밀치고 도망가는 바람에 손목을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같은 국가에서 또 다른 선교사는 버스를 타려 했는데 버스 기사가 동양인인 것을 확인하고 승차거부를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며 한국인 포비아 심화를 우려했다.

조 선교사는 폭행을 당한 선교사는 양 팔에 깁스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와 관련해 처음으로 겪는 현지 선교사 피해 사례이기 때문에 단체 차원에서도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 포비아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을 맞을 때까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초기단계라 피해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점점 피해 선교사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선교단체 입장에서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한국인 포비아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분위기이기 때문에 법이나 외교로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지금으로서는 현장에 있는 선교사 개개인이 신변을 조심하고 현지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한국인 포비아 분위기를 돌려놓기는 힘들지만 앞으로 비슷한 사태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열방네트웍 대표 이평안 선교사는 우리 단체 선교사들도 길을 지나면 코로나, 코로나하며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선교사들이 그 정도에 연연할 사람들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현지화가 중요하다. 선교사 스스로를 현지인과 다른 외지인이라 여기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에 녹아들어 그들과 동질감을 느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인, 혹은 동양인 포비아가 퍼지더라도 주변인들은 선교사를 믿고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런가하면 한국을 경유한 여행객들에 대해 입국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지난 32일 기준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한정적 조치를 포함해 한국 경유자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는 36개국, 입국금지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45개국이다.

현지에 상주하고 있는 선교사들은 이동에 큰 문제가 없지만 한국에 임시로 귀국한 선교사의 경우 사역지로 돌아가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입국이 당분간 불가능해진다면 현지 사역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김진대 사무총장은 입국제한 조치에 제일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사업과 여행 분야다. 선교사들은 현지에 상주하는 분들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개인 사정이나 후원, 선교 보고 등의 이유로 한국에 들어와 있을 경우 현지와 연락을 취해 사역 일정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지 않은 지역의 선교사라면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에서 사역하고 있다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고 확산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예장 합동총회 세계선교회(선교사무총장:전철영 선교사·GMS)는 지난달 24일 총회 산하 전체 선교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집회(예배·세미나·대회)를 진행할 경우 감염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참석자에 대한 인적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선교사 개인도 공공장소나 군중 밀집 장소에서 노출을 피하고 해당 국가의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실시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GMS 위기관리원장 김정한 선교사는 “1월 말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할 때 첫 번째로 전체 공지를 했고 지난달 말 두 번째 공지를 통해 지침을 전했다면서 “31일 기준으로 총회 선교사가 파송돼있는 103개 국가 중 36개 국가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교사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복음 전파 사역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한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중국 선교사의 경우 대부분의 단체가 철수하지 않고 사역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서브 조샘 선교사는 중국 선교 문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진작 결정을 내렸다. 인터서브의 경우 사스 때도 중국 선교사들이 철수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선교팀 중 의료선교사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의료 사역을 펼치며 현지인들을 돕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부담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한국에 입국해도 좋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대부분 선교사들이 중국에 남아 사역을 지속하는 것을 택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사역을 전개하는 열방네트웍의 이평안 선교사도 너무 드러나지 않게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비즈니스 중심으로 초점을 맞추고 현지인들을 도울 수 있는 영역이 있는지 현지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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