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의 겨울은 현재 진행형…사랑의 연탄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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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의 겨울은 현재 진행형…사랑의 연탄은 계속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3.0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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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교연 지난달 26일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사랑의 연탄 나눔’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유독 재난이 혹독하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봉사자들의 발길이 끊긴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엔 여전히 봄이 오는 것이 멀게만 느껴진다.

코로나19 사태로 연탄보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사마을 주민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나섰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권태진 목사)은 지난달 26일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를 가졌다.

한교연 사랑의 연탄 나누기8년째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 있는 행사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마수를 뻗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완전히 피해가긴 어려웠다. 매년 80~100명이 참여했던 봉사 현장엔 복지기관 성민원에서 온 25명의 직원만이 자리를 지켰다.

전염병의 두려움을 뚫고 온 오늘의 천사들이 하나둘 모이자 예배가 먼저 드려졌다. ‘복 있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권태진 목사는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마시게 하는 자, 나그네 되었을 때, 쓸쓸할 때, 많은 이들이 외면할 때 영접하는 자, 그들이 바로 복 있는 사람이라면서 예수님은 너희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권 목사는 또 연탄은 우리 인생과 같다. 여기까지 올 때는 짐이 되어 왔지만 불을 피울 때는 힘이 된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살다가 또 어느 날은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건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어르신들이 이곳에 계신다. 이제는 우리가 이분들을 도울 때라고 강조했다.

예배 후 전달식이 이어졌다. 한교연 권태진 목사는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에게 연탄 26.250장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된 연탄 26,250장은 백사마을 주민 175가정이 한 달 동안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양이다.

허기복 목사는 매년 오셔서 축복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하다. 지난해 연탄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는데 1인 시위 릴레이를 펼치며 가격을 잡았다. 모두 자신의 일처럼 기도해주신 덕분이라면서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불안해하는 요즘이다. 성경엔 너의 도움이 어디서 오는지 눈을 들어 산을 보라고 말씀하신다.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만 바라보는 우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전달식까지 모두 마치자 창고 문이 열리고 수레와 지게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민원 직원들은 한 명씩 지게를 도맡아 가가호호 주민들을 방문하며 사랑의 연탄을 전달했다. 권태진 목사와 한교연 임원들은 수레를 끌고 언덕을 올랐다.

모두가 집 밖을 두려워하는 시국에 지게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것이 힘들만도 한데 성민원 직원들의 얼굴엔 마스크로도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만연했다. 성민원 팀장 박현주 집사는 코로나19로 우리도 힘들지만 어르신들은 질환에다 난방문제까지 겹쳐 훨씬 힘드실 것이라면서 오기 전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2월말이면 봄이 생각나는 계절이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의 백사마을 주민들의 집은 여전히 차갑고 시리다. 적어도 4월까지는 연탄을 떼야 하지만, 코로나19가 봉사자들의 발길마저 끊기게 만들면서 연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초겨울 집중됐던 연탄 후원은 겨울이 끝나가는 2~3월 즈음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교연이 연탄 후원 시점을 이때로 정한 이유다.

허기복 목사는 찾아오는 봉사자들이 70%나 줄었고 연탄 후원도 많이 줄었다. 어르신들이 코로나에 감염되기 전에 얼어서 죽겠다고 하실 정도라면서 이곳의 노인분들은 면역력이 좋지 않으시다보니 코로나에 걸릴까 불안하고 봉사자와 후원이 줄어 연탄이 떨어질까 불안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태진 목사는 모두가 외면하고 등을 돌릴지라도 교회는 어려운 이웃을 향한 섬김을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겠다. 연탄은행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과 백사마을 주민들이 코로나19 사태와 겨울을 잘 이겨내길 기도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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