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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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3.04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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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낯선 주일 아침 풍경이었다. 매주일 시간에 맞춰 교회로 향하던 일상 대신 이번엔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일예배가 온라인예배로 대체된 탓이다. 스마트폰을 산소 호흡기처럼 여기고 카톡 없이는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는 현대인이라지만, 유튜브 예배는 이제 갓 30대에 접어든 기자에게도 어색한 경험이었다.

집안이라고는 하나 잠옷 차림으로 예배를 드릴 수는 없는 노릇. 지켜보는 사람은 없어도 나름대로 정갈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책상에 앉아 화면에 집중하는 모습이 독서실에서 인터넷강의를 찾아듣던 고등학생 시절과 겹쳐보였다. 노트북에 스마트폰을 비스듬히 걸치곤 중요한 시험을 앞둔 것 마냥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예배가 시작됐다. 화면 아래 함께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하나둘 늘어났다. 소소하게 올라가던 숫자는 초여름 장마전선처럼 오르내림을 반복하더니 200명 중반에서 자리를 잡는다. 오늘의 예배를 함께하는 성도들의 숫자. 비록 몸은 혼자지만 마음만은 한자리에 있는 듯 했다.

찬양 순서가 되자 코로나19 사태가 새삼 실감이 났다. 강대상을 비추는 스크린 화면은 평소 주일예배와 다를 바 없었지만, 청중들의 우렁찬 찬양 소리 대신 목사님 한 분의 목소리만이 텅 빈 예배당을 울리며 메아리쳤다. 집안에서 혼자 찬양해야 한다는 민망함도 잠시, 홀로 은혜롭게 찬양하는 목사님의 모습에 자연스레 입술이 열렸다.

교회에서 공지한 온라인예배는 다음 주까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추이에 따라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교회도 교인도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홀로 드리는 낯선 예배. 어쩌면 지금이 골방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주어졌는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더 이상 아픈 이들 없이 무사히 이 사태가 지나가기를 홀로 남은 방에서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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