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면 없는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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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면 없는 줄 알아라
  • 정석준 목사
  • 승인 2020.03.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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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95

“제가 안고 내려가겠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요양원측에서 장례를 주관하겠다고 주장하며 나설 때 내가 한 말이다. 그리고 주위의 만류를 물리치고 작은형님 댁 어머니 계시던 안방으로 모셨다. “밖에서 운명하신 분을 집안에 모시는 게 아니다.” 걱정하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던 말이다. “그런 말은 다 미신이야”라며 무시했으나, 안 들으니만 못해 순간 멈칫했다. 다행히 다른 이들이 감지할 수 없는 어머니의  여린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생명이 남아 있으시니 괜찮아”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순간 목사인 나도 알게 모르게 미신에 절어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무엇에 몰두하는 성향이 있다. 넷을 의미하는 ‘4’도 한자의 죽을 ‘사’와 발음이 같다하여 숫자상으로 4층이 없는 건물들이 생겨났다. 그런 숫자가 들어간 날에는 이사나 입주를 삼간다. 불길하다는 이유다. 한자로 보면 ‘미혹하여 홀리는 허망한 믿음’을 미신(superstition)이라고 한다. 라틴어 동사 ‘super-stare(집착하여 바라봄)’에는 한결 이해하기 쉬운 어원의 정보가 있다. 이 두 단어를 합치면 ‘무엇을 과도하게 집착하여 바라보다가 마음에 호림을 당하여 신앙 같은 것이 생긴다.’는 뜻을 갖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전국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속속히 예배를 미루거나 아예 한시적으로 폐쇄하는 교회가 늘어난다. 이단으로 지목된 ‘신천지’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신적 이유다.(Superstition is any belief or practice that is considered irrational or supernatural) 그리고 그 속에 정치성이 엿보인다. 숙고하여 이러한 결단을 내렸겠지만 과학적 근거와 현실성에 조심스럽지 못함이 있다.

내 주변에 일어난 한 사건의 이야기를 현재와 미래에 대입하여 통계적인 계산과 수치에 의해 반복되어질 확률을 구분하는 능력이 과학적 사고의 출발이다. 절대로 ‘믿음의 객기’를 부려서도 안 되지만. 지레 겁을 먹고 비성경적인 결단을 내리게 되면 자칫 세상에 의해 휘둘리고 몰려다니는 천박성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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