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중예배도 온라인예배도 모두 ‘거룩한 부담’을 남겼다
상태바
회중예배도 온라인예배도 모두 ‘거룩한 부담’을 남겼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03.03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코로나 확산 속에 맞이한 총회 산하 교회들 주일 풍경은?

정부와 지자체 요청에 따라 ‘온라인예배’ 전환 결정
철저한 예방과 방역으로 회중예배 드리며 주일 지켜
장기화 될까 우려… 성도들 철저한 ‘신앙관리’ 필요
모든 예배를 온라인으로 하고 주일 대예배만 드린 주안중앙교회는 교회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
모든 예배를 온라인으로 하고 주일 대예배만 드린 주안중앙교회는 교회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예방에 만전을 기했다.

지난 1일 주일 오전 11시. 신생중앙교회 김연희 목사는 단상에 올랐다. 회중석에는 부교역자와 시무장로 몇이 앉아있었다. 목회 40년 만에 성도들 없이 예배를 드린 것은 처음이었다. 
“단상에 오르니 눈물이 울컥하더군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나라가 이렇게 되니 예배도 함께 모여 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목이 메었습니다.”

40년 만에 첫 온라인예배
신생중앙교회는 성북구에 위치해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정부 당국과 각 지자체들은 3월 1~2주가 고비라고 했다. 다중이 모이는 집회는 삼가고 당분간 외출을 금할 것을 권고했다. 문제는 예배였다. 코로나가 잦아들었다고 안심할 즈음, 신천지 대구교회로부터 시작된 코로나의 확산은 매일 500명 이상의 확진자를 쏟아내며,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40일 만에 4천 명을 돌파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대구의 상황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대구가 전부는 아니었다. 서울과 경기, 강원과 충청 등 이제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는 단계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신을 발표하고, 각 교단을 찾아다니며 예배 중단을 요청했다. 지자체가 앞을 다투며 집회 및 예배 금지를 문자로 발송했다. 일평생 드려온 예배를 중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성북구교구협의회에서 먼저 온라인예배를 결정했다. 신생중앙교회도 이 결정에 따랐다. 첫째는 성도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둘째는 교구협의회의 방침에 따라 온라인예배를 시행했다. 

주일예배가 끝나고 난 후, 목사도 울고 성도들도 울었다. 비록 온라인이었지만 “말씀에 감동을 받았다”는 성도부터, “목사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울컥했다”는 성도까지…. 함께 모이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장기화 되면 예배의 소중함 무너져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신나는교회 이정기 목사도 38년 만에 처음으로 온라인예배를 드렸다. 지역에서 큰 교회에 속하는 신나는교회는 주일예배를 강행하는 것이 처음의 입장이었다. 지역에서 입김이 세기로 유명한 ‘맘카페’에서 교회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예배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교회가 속한 화성시에서 확진자가 증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일예배 하루 전인 29일, 이정기 목사는 전격적으로 온라인예배를 결정했다. 오전 10시와 12시 예배 두 번을 온라인으로 송출했다. 동 시간대 접속자 수를 비교할 때 성도들은 온라인예배에 성실히 참여한 것이 확인됐다. 성도들은 “예배당에 나와서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며 온라인예배를 통해 회중예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성도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정기 목사는 “장기화 된다면 예배의 소중함은 무너지고 편안함에 빠질 수 있다”며 “지금은 깨어서 기도할 때이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회중예배 중단은 ‘교회의 사회적 책무’
다른 교회들보다 한주 앞서 온라인예배로 전환한 곳도 있다. 안산빛나교회는 지난달 23일 오후예배부터 회중예배를 모두 중단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일주일 정도 추이를 지켜보고 회중예배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런데 확산세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유재명 목사는 모바일 당회를 열어 오는 11일까지 회중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예배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연히 상반기에 예정된 교회 내 모든 프로그램도 중단됐다.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유재명 목사는 오히려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 목사는 “일제 강점기에도 6.25 전쟁 때도 예배를 지켰던 한국교회였는데, 지금 전염병이라는 재난의 상황 앞에서 과연 우리는 예배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되묻는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빨리 온라인예배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교회의 ‘사회적 책무’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정부에서 정치 혹은 종교적인 이유로 교회를 핍박한다면 반드시 싸워서 이겨야 하지만, 지금은 전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목회자와 성도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교회들의 우려와 달리 유재명 목사는 “예배에 나오지 못한 성도들의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몇 주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성도가 줄거나 헌금이 줄어들 염려도 하지 않았다. 성도들의 신앙은 상당히 성숙하고, 목회자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성도들의 믿음이 더 크고 깊다는 것. 

유 목사는 “이런 시기에 오히려 ‘교회의 역할’을 돌아보고 예배의 소중함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교회가 복음에 충실했는지 본질을 돌아보며 더욱 교회다워지는 계기가 될 줄 믿는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영광 가릴 수 없어서
부천 성만교회도 지난 1일 주일 하루 전에 온라인예배를 결정했다. 이찬용 목사는 “마지막까지 큰 고민과 기도가 있었다. 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예배당에서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릴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 영상을 통해 가정과 개인의 예배로 드릴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번 결정은 예배를 소홀히 여겨서가 아니라 교회가 조금이라도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신천지나 혹은 다른 이유로 교회가 코로나19의 확산에 작은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온라인예배를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성도의 이해를 당부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이 전화위복이 되어 우리의 개인과 가정의 예배가 회복되고 초대교회와 같은 놀라운 복음의 진원지들로 새로워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목사가 성도의 예배를 막을 수 있나
이처럼 정부의 방침과 교회 안팎의 위기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예배를 드린 곳이 꽤 많았다. 많은 목회자들이 거룩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거룩한 부담은 회중예배를 강행한 교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랑구에 위치한 영안교회는 주일예배를 예정대로 드렸다. 단상에 오른 양병희 목사는 “목사의 입으로 성도들에게 예배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영안교회는 예정대로 예배를 드리는 대신에 수요일부터 주일까지 주중 총 4차례 방역을 실시했다. 예배 중에는 전 성도가 마스크를 착용했고, 실내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했다. 성전 입구에서 체온을 체크하고 예배당에 들어가도록 했다. 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있는 성도들에게는 예배실황을 볼 수 있는 온라인 주소를 링크했다. 

다중 밀접 시설에서 코로나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는 십분 이해했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 공포로 인해 노약자를 비롯해 많은 성도들이 가정예배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예배 출석은 이전 대비 절반 정도였다. 

예배는 신앙의 가장 중요한 부분
주안중앙교회 역시 주일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새벽예배와 수요예배, 금요철야는 가정예배로 대체했고, 주일 오전 대예배만 예배당에서 드렸다. 주안중앙교회 역시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계를 비치했으며, 성도 가운데 의료진이 직접 체크했다. 

박응순 목사는 “일상적인 삶을 누리기 어려울 만큼 걱정과 염려가 많은 시기다. 하지만 예배는 신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어렵고 힘들 때 우리에게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전적으로 필요하다”며 회중예배를 드리지만 각자의 사정에 맞는 예배의 참여를 당부했다. 단, “모든 예배마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철저한 신앙관리를 강조했다. 
주안중앙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긴급기도 21’을 선포하고 ‘코로나 사태가 하루 빨리 진정되도록’ 매일 합심해서 기도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원인 교회가 아니다
창원 임마누엘교회 이종승 목사는 예배를 중단하라는 정부의 요청을 압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5만 개가 넘는 한국교회 가운데 문제가 되는 곳은 2~3곳에 불과하기 때문. 이종승 목사는 “마치 모든 교회가 문을 닫으면 바이러스가 종식되는 것처럼 교회를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부가 코로나 예방지침을 내놓은 것처럼 모든 성도들이 교회에 올 때 철저하게 마스크를 쓰고, 손과 몸을 접촉하지 않으며 손을 소독하고 교회는 병원과 같은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면 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로 모든 일상을 멈출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교회 문을 닫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 큰 재앙과 어려움이 닥칠 때 교회와 성도들에게 계속해서 교회 폐쇄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일상을 변화시켰다. 거리는 한산하고 상점에는 손님이 없다. 해외에서는 한국인의 입국을 막아서고 있어 지금 대한민국은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예배당이 문을 닫으면서 성도들은 TV와 휴대폰 앞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주일성수 개념 반드시 지켜야 
성가대와 교회학교 등 주일의 모든 사역이 함께 멈춘 지금, 일부 성도들은 “솔직히 편하다”는 말도 서슴없이 쏟아낸다. 분명한 것은 환난의 때에 하나님께서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신다는 사실이다. 

신생중앙교회 김연희 목사는 “목회자들이 먼저 말씀에 굳게 서서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의 본을 보여야 한다”며 “온라인예배를 드리더라도 담임목사 중심으로 합력하여 예배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회장 장종현 목사는 “공예배 외에 다른 예배를 시행할 때는 예배의 중요성이 약화되지 않도록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만일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대체한 교회들이 있다면 ‘주일성수’의 개념이 약화되지 않도록 철저한 신앙지도에 만전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