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바퀴 돈 바울의 열정, 30년 만에 기독교 전세계 확산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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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바퀴 돈 바울의 열정, 30년 만에 기독교 전세계 확산시켜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02.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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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④ - 바울의 전도여행과 복음의 확산

교회의 설립 이후 30여 년 간(c. 30~60 AD)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도행전은 초기 사도시대 교회에 대한 유일한 역사기록으로 교회의 발전, 지리적 확장, 직분의 기원, 지역 교회의 설립, 성령의 역사 등 초기 교회상(ecclesia primitiva)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헌이다. 동시에 이 책은 서신서의 배경이 된다. 그런데 교회의 확산은 바울의 1차(행 13:4~14:26), 2차(15:36~18:22), 3차(18:23~21:27) 전도여행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 시기 바울은 대표적인 전도자였다. 길리기아지방 다소에서 “벤야민 지파에 속하는 히브리인”(빌 3:5), 곧 유다민족의 후손으로 출생한 바울은 유대교 전통과 바리세적 관습에 충실하였던 로마 시민권자였다(행 16:37, 22:25~29).

그는 어려서부터 아람어와 코이네 헬라어를 배웠고 가말리엘 문하에서 교육을 받았다(행 22:3). 스테반이 순교할 때(약 37년경) 기독교 역사에 등장하였고(행 7:58) 38년경 다메섹에서 개종하였다. 그의 세 차례의 전도여행과 사슬에 매인 사신으로(엡 6:20) 로마로의 마지막 여행(행 27:1~28:15)은 전도자로서의 바울의 생애와 활동을 보여준다. 그는 복음전도자이자 복음의 변증가였고 사실상 최초의 기독교 신학자였다. 

기독교회의 형성과 발전에 끼친 그의 영향이 지대했기에 ‘기독교의 승리’(The Triumph of Christianity)의 저자인 초대교회사학자인 바트 어만(Bart D. Ehrman)은 바울을 기독교의 성공을 가져온 첫 인물로 지목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20여 명의 무식한 노동자들에 의해 로마제국의 한적한 촌락에서 시작된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공식적인 종교가 되고, 단지 4세기 만에 3천만 명의 신자를 거느린 종교가 되었는가라고 묻고, 거기에는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다고 지적한 후 그 첫 인물이 바울이라고 썼다. 

실제로 전도자 바울이 여행한 거리가 얼마나 될까? 메멋 타스리알란(Mehmet Taslialan)의 연구에 의하면 약 2만km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지구의 절반 거리에 해당한다. 서울-부산 간 직선거리는 325km이지만 철도망으로는 351km, 고속도로 주행거리로 말하면 432km에 달하는데, 어림잡아 400km라고 본다면 바울은 서울 부산 간을 50번 이동한 셈이다. 선박은 이용했지만 비행기나 자동차가 없던 그 시대 교통 환경을 고려한다면 실로 놀라운 여정이 아닐 수 없다. 

그와 그의 동역자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불과 30년 만에 기독교 복음은 당시 세계로 확산되었고, 제국의 수도 로마까지 전파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복음의 지리적 확장 과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서진(西進) 혹은 서점(西漸)의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즉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기독교 복음은 안디옥으로 전파되었고, 안디옥에서 에베소로, 에베소에서 빌립보로, 그리고 데살로니가, 베레아를 거쳐 고린도로 전파되었다. 드디어는 고린도에서 1,400km 떨어진 로마까지 전파되었다. 

물론 소수 운동으로는 동진(東進) 혹은 동점(東漸)의 과정이나 아래의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전파되기도 했으나 복음운동의 주된 전파과정은 서진의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로마에서 유럽으로 확산된 기독교는 약 1천 년 간 유럽 문화의 근간을 이루었고, 17세기는 북미대륙으로, 19세기에는 아시아와 한국으로 전파되는 서진의 과정을 밟아왔다. 복음의 서진 과정에서 쇄국의 녹슨 빗장을 열지 않을 수 없었고, 철(鐵)의 장막이니 죽(竹)의 장막이니 하던 구 소련과 중국이 문을 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약 70년간 존속하던 소련이라고 불린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 1922.12.30.~ 1991.12.26.)이 해체되고, 중국과 더불어 개방하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인간의 장막이 복음의 서진 과정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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