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끝에서 만나는 신앙과 삶의 회복, 순례자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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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끝에서 만나는 신앙과 삶의 회복, 순례자의교회
  • 공종은 기자
  • 승인 2020.02.24 21: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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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순례자의교회’ 건축하는 김태헌 목사
숨은 조력자들과 함께 전국에 17개 교회 목표
지난 20일 강화 교동도에 세 번째 교회 기공 예배

 
세 번째 세워지는 교회. 담임하는 목회자가 없고 출석 교인 또한 없는 교회, 거기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다. ‘순례자의교회.’ 아무리 작은 교회라지만, 어느 목회자가 이런 교회를 세우려고 하겠나. 하지만 그런 교회는 세워졌고, 벌써 세 번째다.

이번에는 제주도가 아니다. 강화 교동도. 서울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자동차로 두어 시간을 달려 2014년 개통한 교동대교를 지나면 닿는 화개산 자락이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 31-5. 기자가 김태헌 목사(제주 산방산이보이는교회)를 만나기 위해 달려간 지난 20일에는 낮은 언덕 위의 투박한 거푸집이 ‘교동도 순례자의교회가 세워지는 곳이 여기’라는 것만 말하고 있었다.
강화 교동도에 세워지는 세 번째 순례자의교회는 제주에 처음 세워진 이 모습 그대로 건축된다. 육지에 세워지는 첫 번째 교회이면서, 열일곱 교회 건축을 시작하는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강화 교동도에 세워지는 세 번째 순례자의교회는 제주에 처음 세워진 이 모습 그대로 건축된다. 육지에 세워지는 첫 번째 교회이면서, 열일곱 교회 건축을 시작하는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 내륙에서의 첫 번째 순례자의교회

첫 번째 순례자의교회는 지난 2011년 제주 한경면에 세웠다. 올레길 13코스에 자리한 7.9㎡(2.4평)의 작은 교회. 이 규모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는 이름이 붙었고, 수많은 순례자들이 세상이 주지 못하는 위로와 쉼을 얻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129쌍의 부부가 이 교회에서 가정을 이루었고, 직접 주례했다. 이혼 직전의 가정, 탈진한 가장, 상처 입은 사람들이 회복됐다. 두 번째 교회는 제주 회천동에 2018년 4월에 건축했다. 처음 건축했던 교회보다 더 작은 6.6㎡(2평) 크기에다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세 번째 교회는 10.9㎡(3.3평)의 교회와 46.2㎡(14평)의 상담실 두 건물. 전체 57.1㎡(17.3평) 규모로, 제주의 첫 번째 교회와 똑같은 모습으로 세워진다.

교동도 순례자의교회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 첫 번째 순례자의교회에 성경책을 기증했던 분당 모 교회 은퇴 장로 권사 부부. 제주도로 여행 왔을 때 순례자의교회에 대한 김 목사의 생각을 듣고 흔쾌히 건축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공감하고 함께하는 사람이 됐다.

“육지에서의 첫 번째 순례자의교회는 전라도 완도에서 시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권사님 부부가 강화도를 제안했고, 건축헌금도 약속해주시면서 계획을 변경하게 됐죠.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는데, ‘강화도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도를 놓고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교동도가 눈에 들어온 거예요.”

제주에서 강화 교동도까지 수시로 다녀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몇 번 들어와 땅을 보면서 교동도 전망대 근처의 땅을 구입하기로 했지만, 주인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버려 일이 어긋나기도 했다. 교회를 건축할 땅이 구해지지 않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교회에 기도 기간을 선포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권사님 부부에게도 ‘기도 기간이 끝나고 한 달 후에나 만나자’ 하고 기도하는데, 기도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어요. ‘땅이 나왔다’는 전화였죠. 집을 짓기로 한 땅인데, 용도와 맞지 않아서 내놓은 땅이었어요. 그 전화를 받고는 땅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자고, 무조건 사겠다고 하고 구입했어요.”
 
순례자의교회에는 매년 3만 5천 명의 순례자들이 찾아오고, 비기독교인들이 2만 명이 넘는다. 여기서 결혼식을 한 부부도 129쌍이나 된다.
순례자의교회에는 매년 3만 5천 명의 순례자들이 찾아오고, 비기독교인들이 2만 명이 넘는다. 여기서 결혼식을 한 부부도 129쌍이나 된다.

#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할 뿐

이렇게 강화 교동도 순례자의교회 건축이 시작되게 됐다. 교동초등학교 옆, 연산군 유배지로 가는 길목 햇볕 잘 드는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았다. 언덕에서 바라보면 교동중앙교회가 보이고, 발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조금 더 걸으면 유명한 대룡시장이 나온다. 시장 골목골목 숨어있는 추억의 가게들을 찾아보거나, 온갖 먹거리들이 즐비한 곳이다. 옛날 다방에 앉아 달걀 노른자 띄운 진한 쌍화탕을 먹어보는 즐거움도 있다.

그렇다고 쉽지만은 않은 일이 교회 건축. 김 목사는 “내가 뭔가 하려고 해도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두 번의 순례자의교회 건축과정을 회상한다. 막연하게 ‘이렇게 될 거야’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과정이 순례자의교회 건축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이다’라는 기도뿐”이라고 고백한다.

“첫 번째 순례자의교회가 그랬고, 두 번째 순례자의교회도 그랬으며, 첫 번째 순례자의교회 재건축 때도 역시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 성전 건축에 사용하신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차고 넘치는 영원한 복을 허락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성전이 완공돼 하나님께 봉헌될 때 그 어떤 인간적인 자랑도 없이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 나타나기를 기도한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순례자의교회를 기도로 지었다. 담임 교역자가 있거나 교인이 출석하는 교회가 아니기에 더 그랬다. 그리고 이런 순례자의교회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동참으로 지어진다.
“모자라면 멈추고, 채우시면 나아가고, 지금껏 순례자의교회는 그렇게 세워져 왔습니다. 이번에도 성전 건축과정에서 역사하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대합니다. 분명, 성전 건축을 위해 예비해 두신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 ‘새로운 물꼬’ 트시는 하나님 느낀다
 
김태헌 목사는 “하나님이 한국 교회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것을 느낀다. 순례자의교회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제주 순례자의교회는 1년에 3만 5천 명 이상이 찾아옵니다. 그중에 비기독교인들이 2만 명이 넘는데, 사람들이 여기서 쉼을 얻고, 성경을 읽기도 하고,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하면서 내면의 상처가 회복돼 돌아가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비기독교인들이 찾아오는 교회, 이것이 한국 교회가 주목해야 할 교회입니다. 순례자의교회는 소리 없이 전도하는 교회입니다.”

김 목사는 바로 이런 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순례자의교회를 세운 목적이기 때문. “일반적인 목회를 할 수 있는 교회는 아니에요. 한 영혼이라도 와서 회복되면 그것으로 만족한 교회가 순례자의교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찾아왔고, 129쌍의 부부가 탄생했죠. 미국, 호주, 벨기에, 심지어 중국 공산당 당원이 순례자의교회에서 결혼식을 했고, 상처를 입은 부부들이 회복돼 리마인드 결혼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순례자의교회는 쉼이며 회복이고,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까지 거리낌 없이 들어와 쉼을 누리는 교회예요.”
 
지난 20일 강화 교동도에서 드린 교동도 순례자의교회 기공 감사 예배. 3월 말이면 완공된다.
지난 20일 강화 교동도에서 드린 교동도 순례자의교회 기공 감사 예배. 3월 말이면 완공된다. <사진 제공: 김형석 목사>

# 대한민국 ‘신앙 순례길’ 조성

이제부터 세워질 교회에는 담임 목회자를 세우려고 한다. 취지에 공감하는 자발적 무직상태에 있는 목회자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목적이다. 예배당을 맡기고 옆에 카페를 지어서 목회자 한 가족 정도의 생계는 책임질 수 있게 하려는 구상도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십자가 모양으로 나누고, 서해안과 동해안을 따라 순례자의교회를 세우면, 육지에만 열일곱 교회가 건축돼 신앙의 순례길이 완성된다.

“이렇게 되면 팔십킬로미터 정도마다 한 교회가 세워지는데, 신앙의 순례를 하면서 기도할 수 있게 되죠. 그 지역의 목회자들이 이 교회를 담임하면서 순례자들을 품게 하고, 지역의 기독교 역사와 미담들을 함께 발굴해 후대에도 이어줄 계획이에요.”

이제 3월 말이면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동도 순례자의교회’가 품을 연다. 신앙에, 삶에 길을 잃고 지친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강화 교동도= 공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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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2020-03-26 10:23:17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