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를 넘어 소아시아와 로마까지, ‘큰 무리들이 개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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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를 넘어 소아시아와 로마까지, ‘큰 무리들이 개종’하다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02.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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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③ - 기독교 복음의 확산

기원 30년 경 시작된 예루살렘 교회의 첫 회중은 3천 명이었고 곧 남자의 수만 5천 명으로 증가된다. 그러나 이 3천 명 혹은 5천 명이라는 기록은 수학적인 수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최근의 인물이 로드니 스타크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고대의 수치는 수사학적인 표현에 불과하다”는 로버트 그랜트(Robert M. Grant)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런 수에 대한 기술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산정 방식에 따라 기원 40년 당시 로마제국 내의 기독교 인구는 약 1천 명 정도로 간주하여 신자비율은 0.0017%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기원 30년 당시 개종자가 3천 명에 달했다는 사도행전의 기록을 완전히 부정하는 그는 계시의 말씀을 사회사적 연구를 위한 고대 문서로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회심자 3천 명이라는 수가 예루살렘의 상주 인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설득력이 있다. ‘기독교의 출현’(The Emergence of the Church)의 저자이자 저명한 신약학자인 아더 파치아(Arthur Patzia)는 이 점을 분명하게 말하면서, 예루살렘 거주자는 katoikein(행 2:5)으로, 타지에서 예루살렘을 방문한 여행객들이나 나그네들을 epidẽmountes (행 2:10)로 표기되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개역개정판으로 말하면 ‘머물러 있던 자’(개역성경에서는 ‘寓居者(우거자)’로 번역했다)와 ‘나그네’로 구분되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파치아의 주장이 다른 학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은 아니다. 제임스 던, 데이빗 윌리암스, 벤 위더링톤, 특히 프레드릭 부르스는 사도행전 2장 5절의 “그 때의 경건한 유대인이 천하 각국으로부터 와서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더니”에서 ‘머물러 있던 자’(dwellings 혹은 residents)가 예루살렘의 상주민을 의미하는지 순례자를 의미하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용어가 의미하는 바와는 상관없이 절기를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을 순례한 이들이 있었으므로 이들 가운데서도 개종자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거부될 이유가 없다. 

개종자는 3천 명에서 남자만 5천명으로 증가되었고, 곧 더 많은 남녀의 큰 무리들(행 5:14)이 개종하여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점차 제자의 수가 더 많아졌다(행 6:1, 7). 이 교회를 시작으로 기독교 복음은 유대지방에서 소아시아로, 그리고 에게해를 넘어 마게도냐와 아가야로  확산되고 아드리아해 넘어 제국의 수도인 로마로까지 확산된다. 이렇게 되어 예루살렘교회는 세계교회의 모체가 되었다. 이와 같은 첫 30년의 교회역사가 기록된 책이 사도행전이다. 첫 교회사서라고 할 수 있는 사도행전은 선교의 과정 혹은 기독교의 지리적 확산 과정을 보여준다.

영국의 교회사학자이자 성경학자인 옥스포드대학의 터너(C. H. Turner)는 사도행전에 기록된 지리적 확장의 과정을 6개 단계로 설명한 바 있다. 즉 예루살렘교회(행 1:1~6:7), 팔레스틴으로 확장되는 교회(6:8~9:31), 안디옥으로 전파되는 교회(9:32~12:24), 소아시아로 확장되는 교회(12:25~16:5), 유럽으로 확장되는 교회(16:6~19:20), 그리고 로마로 전파되는 교회(19:21~28:31)가 그것이다. 매 단계의 결론 부분(행 6:7, 9:31, 12:24, 16:5, 19:20, 28:31)에 보면 공통적인 언급이 있는데, 그것은 말씀이 전파되고 교회가 흥왕하여 믿는 자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표현 방식은 달라도 교회의 수적 성장에 대해 동일하게 언급하고 있다.

터너와는 달리 아더 피치아는 기독교의 전파 과정은 5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예루살렘(행 1:15~8:3), 유대, 사마리아, 갈릴리, 그리고 해안지역(8:4~11:18), 안디옥과 1차 전도여행(11:19~14:28), 에게해 주변 지역들(15:36~21:16), 그리고 로마까지의 전파(21:17~28:31)가 그것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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