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ʼ, 공존·공생의 메시지를 던지다
상태바
영화 ‘기생충ʼ, 공존·공생의 메시지를 던지다
  • 김지혜 목사
  • 승인 2020.02.18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지혜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

“오스카(아카데미)는 로컬이니까.” 지난해 10월, 미국 개봉을 앞두고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한 봉준호 감독의 말이다. 한국 영화가 지난 20년 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오스카상 후보에 단 한 작품도 오르지 못한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영화상과 각본상까지 아카데미에서 ‘기생충ʼ이 4관왕을 수상한 것이다.

‘기생충ʼ은 로컬(한국) 영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우리에게 지극히 익숙한 한국적 공간과 이야기가 한국을 넘어서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영화인들에게 신선함과 공감을 동시에 주었다.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경제 양극화와 계층에 대한 논의를 반지하와 계단 등 매우 한국적인 상황 안에서 펼친 것이 공감대를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화두가 되었던 공정성 담론과 계층 이슈는 우리의 고민만은 아니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ʼ에 대해 일상에서 동선이나 삶의 반경이 겹치지 않는 사람들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했다고 했다. 선을 긋는 사람(박사장)과 냄새를 풍기는 사람(기택과 근세), 그리고 햇빛조차 보지 못하는 사람(근세), 영화 속에서 다루고 있는 분리와 배제, 차별과 갈등은 분명 문제적이지만 현실은 영화 못지않다.

봉준호 감독이 그린 디스토피아적 세계는 현실세계의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지역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현재 뿐 아니라 과거에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에서 성만찬을 둘러싼 계급 갈등의 이슈를 다루면서 이를 책망한다. 당시 교인들은 각자 자신의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와 교회에서 애찬과 함께 성만찬을 하곤 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이 늦게까지 일하는 사이에 부유한 사람들이 먼저 음식을 먹고 마셨던 것이다. 음식을 준비해오기도 쉽지 않았던 가난한 사람들은 굴욕감을 느끼고,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멸시하거나 무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하건 악하건, 그곳이 어디이든 빈곤은 냄새를 피운다. 비가시적이나 분명히 존재하는 선을 침범하는 냄새는 차별과 모멸감, 수치로 이어지고, 영화의 결말처럼 모두가 온전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법이다.

이러한 절망적 현실 가운데, 역설적으로 기독교인인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이상을 이루어갈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희망이요, 그리스도의 희망이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는 성만찬이 거행되는 교회는 배제와 차별의 선을 철폐하고 남녀노소, 부요한 자와 빈한 자, 인종이나 민족, 다양한 삶의 경험과 상관없이 모두가 하나됨을 경험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약자를 향한 관심과 사랑을 통해 부족함이 풍성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지음 받은 온 인류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며 구원을 선포하고 그 구원을 삶 가운데 실천해가야 한다. 백인 일색의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모색하는 가운데 ‘기생충ʼ이 4관왕의 쾌거를 이루고,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수상소감에서 마틴 스콜세지를 비롯한 후보들과 그 영광을 나눈 것처럼, 세계 구석구석에 공존과 공생, 함께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가장 기독교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보편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