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목사님의 발언에 실족했다면
상태바
[기자수첩] 목사님의 발언에 실족했다면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2.18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계에 발을 디디기 전까지 평범한 교회오빠였던 기자는 ‘의심’보다는 ‘전적인 순종’이 최고의 덕목인줄 알았고, 어떤 일이든 ‘은혜’로 받아들이는 것이 기독교인다운 면모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 일을 시작한 뒤 하루가 다르게 신앙의 저변이 흔들리는 시간을 보냈다. 강대상 아래 목사님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자주 접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고, 자극적인 사건 사고 현장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던 것도 큰 원인이 됐다. 노출이 잦을수록 실망이 컸다. 방황의 시간은 어림잡아 3년은 지속된 것 같다.

후배들을 만날 때 “교계 기자는 대체로 신앙적 회의에 빠지기 쉬운 업종이니 무릇 마음을 지키는 데 소홀하지 말라”고 조언하곤 했다. 그리고 ‘부정의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으로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볼 것을 권했다. 복음의 본질을 바라보면 그 밖의 지엽적인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그 전제는 물론 내 안에 복음이 바로 서 있는 것이다.

올해 총선을 앞둔 한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이념과 세대, 성별 등 다양한 지점에서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교회가 그 한 가운데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존경하던 목회자의 입에서 나오는 편향적 발언은 뭇 사람을 실망스럽게 한다. 내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달리 없다. 나 또한 편향적이기 때문이다.

비단 교계 기자가 아니어도 교회의 부정적인 소식을 쉽게 접하기는 너무 쉬운 세상이다. 실족하는 영혼이 없기를 바란다. 이럴수록 본질을 지향하면서 나를 지키고 공동체를 지키는 일에 마음을 쏟을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평가하는 기준 역시 복음이 아닌 내 이념의 잣대가 아닌지 겸허하게 돌아보자. 이념도 세대도 성별도 복음을 초월할 수 없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미움보다는 상대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에 물을 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