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폭력 징계는 사회법보다 훨씬 강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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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성폭력 징계는 사회법보다 훨씬 강력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2.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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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교회성폭력대책위, 지난 13일 ‘교회 성폭력 사건 처리지침 워크숍’ 개최

2018미투운동이 촉발된 이후 교회 내 성폭력 문제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한국교회를 뜨겁게 달군 주요 5대 이슈 중 하나로 목회자 성범죄가 지목되기도 했다. 일부의 문제라고 방관할 수만은 없는 수준, 교회 성범죄의 유형과 대응 방침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예장 통합총회 국내선교부와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에서 교회 성폭력 사건 처리지침 워크숍을 개최했다. 강사로는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이자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 전문위원인 김영미 변호사, 장신대 목회상담학 초빙교수이자 희망나무 심리상담센터 경기지부 센터장 권미주 목사, 교회성폭력대책위원장 김미순 장로가 나섰다.

김영미 변호사는 사회법에서 정의하는 성폭력과 관련 처벌 법령에 대해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사회법에서 성폭력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알아야 교회에서도 기준을 갖고 치리할 수 있다면서 정확한 판단과 해결을 위해 사회법령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법령에 성폭력이란 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성폭력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통칭하는 말로, 법령에 명시된 성폭력 관련 범죄는 강간, 성추행, 준강간, 성희롱 등이 있다.

김 변호사는 예전에는 폭행과 협박이 수반돼야만 강간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거절의사를 확실히 표했을 경우엔 강간죄로 인정된다면서 위로를 해준답시고 어깨동무를 하거나 등을 쓸어내리는 행위도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추행이 된다고 달라진 기준을 설명했다.

그는 또 교회의 처벌 기준은 사회보다 엄격해야 하는 게 옳다고 본다. 피해자들이 사회법으로 나오는 것은 교회 안에서 해결이 안 됐기 때문이라면서 사회법은 성폭력을 규정하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고 교회 안에서는 더 강력한 기준으로 치리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끈다면 사회에서도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폭력 상담기관인 희망나무 심리상담센터에서 사역하는 권미주 목사는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실태와 바람직한 대응 지침에 대해 강의했다.

권 목사는 성폭력은 약자에 대한 차별에서 기인한다. 권력의 차이와 성차별적 문화, 왜곡된 성 인식이 성폭력이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특히 교회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은 깊은 영적 상처까지 남긴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일반적인 경우와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권미주 목사에 따르면 교회 성폭력은 주로 지도자와 성도 간의 위계관계에서 발생한다. 특히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주의 종에게 순종하라는 영적 길들임으로 인해 피해자가 성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한 명의 가해자에 의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며 심각한 심리적 후유증을 남기고, 심할 경우 신앙까지 버리게 한다.

영적 권위라는 교묘한 수단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권 목사는 죄를 씻기 위해 거룩한 목회자와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하거나 성적인 죄를 고백하라고 강요한 후 음란마귀를 쫓아 주겠다며 추행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여성 성도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라헬이라고 유혹하며 성폭행하고 안수기도를 해준다며 추행하는 등 영적권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교회의 대응은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 권 목사의 지적이다. ‘은혜로 해결하자고 강요한다거나 가해 목회자를 옹호하며 피해자가 모함한다고 몰아가는 행동이 그것. 또 상처를 입은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부적절한 질문과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권 목사는 교회 성폭력 가해자는 자기합리화가 아닌 피해자가 원하는 사과를 해야 하고 법적, 도덕적 책임을 분명하게 져야 한다. 전문적 상담과 교육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역고소하거나 상담 및 교육이라고 변명하는 것, 성경 말씀으로 성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사역의 대의를 위해 문제 삼지 말라고 협박하는 것은 특히 최악의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교회나 교단이 취해야 할 행동으로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교회법을 제정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상담 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밖에도 성차별·성폭력 예방지침 제작과 교육, 목회자를 위한 전문상담소 운영, 성윤리 강령 제정, 목회자 자체 정화기구 설치, 교회 내 모든 성폭력을 규명하고 근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장 김미순 장로는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채택된 총회 교회성폭력 사건 발생 시 처리지침에 대해 소개했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을 참고해 작성된 처리지침은 성폭력 사건 발생과 접수 시부터 종결까지 교회와 노회가 취해야 할 대응을 담고 있다.

지침에서는 사건 발생 시 교회(당회)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으며 위원회는 성폭력 관련 전문가를 포함해 5~9인의 홀수 인원으로 특정성별이 70%를 넘지 않도록 구성하라고 규정했다.

교회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긴급 격리하고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도록 했으며 목회자 또는 장로가 가해자인 경우 사건 심의 결정 전까지 교회 활동을 중지하도록 했으며 가해자의 사직서 수리 역시 징계 이후 처리하도록 했다.

워크숍 시작 전 인사말에서 통합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는 교회 관련 키워드를 빅 데이터로 검색해 보면 성범죄가 나온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본다면서 한국교회가 전반적 교세 감소를 겪고 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사회가 볼 때 그래도 교회는 다르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오늘을 전환점으로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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