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법제화, 모든 학생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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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법제화, 모든 학생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2.11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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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막바지, '대안학교에 관한 법률' 통과될까?

패스트트랙 갈등 불똥, 이유없이 다뤄지지 않아
대안학교 법적지위 핵심, 임시국회 마지막 희망
20대 국회에서 마침내 대안학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법안이 법사위까지 올라갔지만, 정치 쟁점에 묶여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억울한 이법안이 회기 안에 통과될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달 열렸던 기독교대안학교 컨퍼런스에서 참석한 학부모와 교사들.
20대 국회에서 마침내 대안학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법안이 법사위까지 올라갔지만, 정치 쟁점에 묶여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억울한 이법안이 회기 안에 통과될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달 열렸던 기독교대안학교 컨퍼런스에서 참석한 학부모와 교사들.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면, 20대 국회는 5월 29일자로 막을 내리게 된다. 입법기관으로서 국회는 이번 회기에도 수많은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와중에 극단적인 정쟁과 대립으로 민생법안이 뒤쳐지는 현상을 국민들은 자주 경험해야 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가결된 법안이라 하더라도, 정치적 거래에 내몰려 결국 사장되는 법안들도 여럿이었다.

20대 국회가 끝나가는 지금, 안타깝게도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이 있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안’도 비운의 주인공 중 하나이다.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할 억울한 대안교육 법안의 속사정에 대해 들여다본다.

쟁점법안 엮여 여전히 법사위 계류
지난해 상반기 국회의 관심은 온통 선거제 개편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등에 쏠려 있었다. 여야 4당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며 첨예한 갈등이 빚었다. 상임위들이 올린 수많은 법안은 본회의 상정을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되어야 했지만 주요 법안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급기야 여야가 소관 상임위에서 합의해 올린 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더욱 억울한 것은 쟁점 법안과 같은 시기에 다뤄졌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엮여 일체 논의도 없이 처리되지 않는 현실이다. 민생법안들이라 하더라도 정쟁의 타협카드로 활용된 것이다.
지난 하반기 국회에서도 스쿨존 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를 담은 민식이법이 이런 과정에서 난항을 겪어야 했다. 민식이법은 사회적 여론에 힘입어 가결됐지만, 대안교육에 관한 법안은 정치적 쟁점법안과 같은 시기 상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논의 한 번 되지 않고 여전히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번 20대 회기를 지나면 법안은 자연 폐기된다. 이제 남은 희망은 오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릴 것인지 하는 데 달려 있다. 특히 이 법안이 중요한 것은 비인가 대안학교와 그 구성원들의 법적 지위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안학교 학생의 권리 존중받아야”
정부는 비인가 대안학교가 증가하게 되면서, 2005년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대안학교를 각종 학교로 처음 인정했다. 2007년에는 대안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규정도 제정했다. 그러나 비인가 대안학교가 운영되는 현실과 맞지 않아, 인가 대안학교의 수는 극히 적었다.

학부모들은 비인가 대안학교라는 이유 때문에, 세금을 내고도 교육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다. 학생 역시 미래세대로서 받아야 할 지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초중고생 5만 명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되고 있다. 반드시 법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대안교육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가결되어야 이들 학생들을 크게 품을 수 있게 된다.

법안 통과를 위해 수많은 곳을 뛰어다니며 회의하고 설득해야 했던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사무총장 차영회 목사는 “20대 국회에서 가결되지 않으면 또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법안이 다시 상정될 수 있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차 목사는 “특별히 대안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의 경우는 법적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학생인데도 법률적으로 학생이 아닌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반드시 본회의에 올라가 가결돼야 한다고 국회에 호소했다.

별무리학교 박현수 교장은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학습권과 교육선택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대안교육 법 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대안학교 학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되면, 학교 명칭 사용 가능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발효까지 된다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안교육을 위한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지원할 수 있다. 또 대안교육 기관에 재학 중이라면 관련 법에 따른 의무교육 대상자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취학 의무를 유예 받을 수 있다.

더 이상 관할지역 학교에 정기적으로 신고하지 않아도 되고, 간혹 경찰관까지 입회해 신고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 일정 기준 이상 요건을 갖추어 등록할 경우 학력 인정기관으로도 지정받을 수 있다.

대안교육 기관이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기존 대안학교들이 수업료를 받는 것을 두고 불법 논란이 있었던 부분을 일축시킬 수 있다.

특히 대안학교 종사자와 학부모 학생들은 법안 제22조 “이 법에 따라 등록된 대안교육기관은 학교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명칭 앞에 대안교육기관임을 표시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확정된다면 더욱 감개무량할 것이다. 학교라는 당연한 명칭을 갖지 못했던 한계를 법률이 제정되면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제화 공감대 과거보다 크게 확산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안’은 그야말로 무르익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18대 국회에서 시작되었고, 19대 때에도 발의됐지만 법안소위에서 논의도 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서는 2017년 9월 대안교육진흥법안(김병욱 의원), 2017년 12월 대안교육기관지원법안(김세연 의원), 2018년 10월 대안교육에 관한 법률안(박찬대 의원)이 제안됐다.
법률안 상정을 위해 여야가 공감하고, 교육위원회는 세 법률안을 통합 조정해 위원회 차원의 제안으로 법사위로 넘긴 것이다.

교육부 차원에서도 대안학교를 인정하고, 시스템 안에 안착시키기 위한 의지를 그 이전보다 강하게 나타내며 돕고자 했다. 행정부 차원에서 보면 기존 교육 체계를 바꾼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부담이다. 그 안에서 또 다른 모순이나 불합리가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 법제화 필요성에 여러 교육 주체들이 인식하고 공감한 결과였다.

교육위원회에서 대안학교 법제화를 위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박찬대 의원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삶을 전 생에 걸쳐 책임지는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도 부합한다”며 “교과 성적 중심의 특정 소수가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치권은 아직 20대 임시국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2월이 안 된다면 총선 이후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라도 법안이 통과될 것을 기대해봐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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