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혐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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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혐오 바이러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2.11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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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전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한창 난리인 요즘, 눈치 없는 몸이 하필 이 시국에 감기에 걸려버린 탓이다.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기침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대중교통에 깜짝 등장한 연예인이라도 된 양 눈길이 쏟아졌다. 기침 소리를 듣고 흠칫 놀라며 거리를 두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한국 시민들의 철두철미한 대응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한 외신 기자가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볼 수 없었다며 영상을 올렸고, 세계인이 한국의 대응을 배워야 한다며 뜨겁게 반응했다. 사스, 메르스 등 몇 번의 대형 전염병을 거치고 나니 정부도 시민사회도 확실히 예전보단 침착한 모습이다.

안전 불감증으로 간간이 큰 사고가 터지곤 했던 예전을 생각하면 철두철미하게 조심하는 지금의 모습은 장족의 발전이라 하겠다. 더 큰 악재를 막기 위한 철저한 경계야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가끔 그 곤두선 신경이 빗나간 화살처럼 엄한 곳을 찌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됐던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도를 넘는 혐오와 차별이다.

한 매체는 사태 이후 반중 분위기에 편승해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 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이라는 기사를 냈다. 정확한 근거 없는 일반화로 혐오를 부추겼던 기사는 결국 쏟아지는 비판에 내용을 바꿨다. 그런가하면 인터넷 댓글 창에는 중국인을 전면 입국금지 시키고 추방해야 한다는 극단적 댓글이 쏟아진다. 공포심을 조장하는 가짜뉴스 역시 물 만난 듯 활개를 친다.

철저한 예방과 근거 없는 혐오는 구분돼야 한다. 언제부턴가 혐오의 문법이 교회마저 잠식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불신과 혐오로 물들어가는 지금의 시대 교회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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