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 받기 싫다는 청년들…10년 후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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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분 받기 싫다는 청년들…10년 후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1.22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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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직분론 - (4) 직분제도의 미래

 

윗세대 장로들은 장로가 되고 싶어서 기를 쓰고 매달렸죠. 우리 세대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교회에서 시키면 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것 시키지 말라고, 시키면 교회를 나갈 거라고까지 하더군요.”

한국기독실업인회 회장을 역임한 한 장로의 하소연이다. 그의 말처럼 이젠 직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결혼을 앞둔 청년에게 곧 집사님이라 불리겠다고 하자 화들짝 놀란다. 부모님이 각각 장로, 권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정작 본인이 집사라는 호칭으로 불린다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는 것.

청년들에게 직분에 대한 생각을 묻자 돌아오는 건 별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크게 하고 싶은 맘도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직분을 받겠다고 답한 몇몇 청년들도 사명감보다는 다들 하니까 자연스레 할 것 같다며 말끝을 흐린다.

기성세대들이 보기엔 요즘 청년들은 헌신이 부족하다며 혀를 찰 법도 하다. 하지만 마냥 헌신하지 않는다고 나무라기만 하면 되는 문제일까. 게다가 지금의 청년들은 10, 20년 뒤 한국교회를 이끌 중추세력이 된다. 지금은 직분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했던 청년들이 40~50대가 됐을 때 한국교회의 직분제도는 어떤 모습일까?

 

직분이 없는 교회?

지난해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교단 배경을 갖고 있지 않은 비제도권교회에 대한 실태 조사가 발표됐다. 교회 만족도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교회 제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엔 교회에 장로·권사·집사 등 직분제도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묻는 질문도 있었다.

비제도권교회 교인들의 경우 교회에 직분제도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무려 78.9%에 달했다. 장로, 권사, 집사가 없는 모습을 생각하기 힘든 지금의 교회가 보면 놀랄만한 결과다. 비제도권교회 교인들은 교회에 목사·전도사 등 목회자가 없어도 된다거나 교회에 목회자를 두지 않고 평신도가 설교해도 된다는 등 기존 직분제도를 뒤흔들만한 질문에도 각각 67%, 78%의 높은 동의율을 나타냈다.

흥미로운 부분은 제도권교회 교인들 역시 직분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과 그렇지 않은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도권교회 교인들 중 직분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1.8%, 없어도 문제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6.0%였다.

실제로 교단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직분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교회도 있다. 경남 김해에 위치하고 있는 장유남산교회가 그 예다. 교회를 설립한 이성범 목사는 계급화 현상을 막기 위해 직분제도를 만들지 않고 모두 형제, 자매라고 불렀다. 처리할 사안이 있으면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했고 담임목사가 아닌 교인 중심으로 교회가 돌아가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무직분성경적일까?

장로·집사 등 직분이 없는 교회는 아직 우리 정서에 낯선 것이 사실이다. 남산교회를 개척한 이성범 목사 역시 이단이 아니냐는 의혹을 숱하게 들었다고 했다.

이렇듯 직분제를 폐지한 교회가 가장 많이 접하는 비판은 성경적이지 않다는 꼬리표다. 비제도권교회 실태 조사 포럼에서 발제를 맡았던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 역시 교단의 문제는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직분의 폐지는 성경적으로 어긋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직분제가 성경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되고 정립됐다는 것. 일례로 대표적인 교단인 장로교와 감리교, 침례교는 모두 직분제도가 다르다. 장로교는 장로제를, 감리교는 감독제를, 침례교는 회중교회를 채택한다. 이들은 서로 자신들의 직분제도가 성경적이라는 입장이지만 다른 제도를 채택하는 타교단을 이단이라 정의하지는 않는다. 애당초 반드시 지켜야하는 성경적직분제도가 어떤 형태인지는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느린 변화 지속될 것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교회 직분제도의 모습은 어떨까. 비제도권교회 실태 조사를 주도했던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직분제도가 사라진 새로운 형태의 교회는 점점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열화, 계급화 등 기존 직분제도의 부작용이 조금씩 노출되고 그에 대한 저항도 커지고 있어서다.

정재영 교수는 예전에는 직분제도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아주 소수였지만 지금은 조금씩 수면위로 드러난 것 같다. 점점 이런 목소리가 커질 거라 본다면서 비제도권교회들은 물론 제도권 내에서도 직분제를 폐지하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앞으로는 직분을 고수하는 교회와 그렇지 않은 교회, 두 기류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 교수는 직분제가 성경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하기엔 부담스러워할 교회들이 많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뿌리 깊은 유교문화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직분에 대한 새로운 논의들은 점차 확산되겠지만 채택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보인다고 전했다.

관건은 교회가 성경적인 모습을 회복하는 것. 전문가들은 직분제도라는 테두리 안에서나 밖에서나 교회다운 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교수는 몇몇 교회에서 장로직분에 임기를 도입하고 직분 헌금을 폐지하는 등 개혁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직분제를 폐지하는 움직임도 눈여겨볼만 하지만, 성경의 정신을 따르면서 부작용을 개선해나가는 개혁적인 방안이 기존 직분제도 안에서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동민 교수(백석대) 역시 투 트랙전략을 강조하면서 두 가지 움직임이 모두 필요하다. 기존 제도권 내에서는 직분제의 참 의미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밖으로는 교회의 근본적 형태를 다시 고민하는 새로운 운동 역시 있어야 할 것이라며 서로를 향해 이단이다, 부패했다 몰아붙이기보단 각자의 모습을 인정하며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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