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독교인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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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독교인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 심용환 소장
  • 승인 2020.01.15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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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환 /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심용환 /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심용환 /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때는 19881221. 국회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려서 청문회를 열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전두환 정권 당시의 각종 비리가 폭로되었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 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불려나왔고 TV생중계는 물론이고 9시 뉴스에도 관련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4421차 청문회에는 1980년 당시 20사단장이었던 박준병이 불려나왔다. 박준병은 육사 12기생, 12.12군사반란의 지도자였던 전두환, 노태우의 1년 후배이자 신군부의 핵심 인물. 그가 이끄는 부대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작전을 펼쳤고 이후 육군대장으로 예편, 여당인 민정당에서 3번 연속 국회의원이 되는 등 그야말로 찬란한 인생을 살았다.

청문회에서 통일민주당 장석화의원은 박준병을 신문하기에 앞서 증인은 크리스찬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렇다는 답변을 들은 장의원은 이 자리에 나오셔서 하나님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진실된 증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한다.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준병은 ‘12.12군사 반란에 대해서는 잘못된 부분이 있지만 당시에는 구국의 심정이었고 역사적 가치 같은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광주에서 과잉진압으로 인한 시민 살상에 대해서도 휘하의 군인이 시민에 의해 먼저 다치는 등 상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군과 시민 모두 잘못이 있다는 양비론적인 주장을 펼친다.

그러면 증인이 아까 말씀하시기에는 최종 진압작전에서 열 일곱명이 사망을 했는데 그 정도로 끝난 것에 관해서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도 그 심정에는 변함이 없이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열 일곱명의 사망자에 대한 유족에게 말씀할 수가 있습니까?”

장석화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 박준병은 열 일곱명의 사상자 중 자신의 병력 4명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해명하며 유족에게는 미안하다며 말을 얼버무리고 만다.

같은 날 청문회에는 당시 전라남도 지역을 관할하던 31사단장 정웅 또한 불려나온다. 정웅은 강제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광주 시민들과 대화를 나눈다든지, 진압부대와 시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최대한 온건하게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하지만 상부의 압력은 거세졌고 휘하 대대장들은 사단장의 말을 무시하고 상부의 명령에 따라 강제 진압을 실시하고 결국 정웅은 사단장 자리에서 쫓겨난 후 여러 고초를 치르게 된다.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를 했어요. 따라서 기도하는 그 어간에 머리를 스치는 하나님의 계시가 아주 영감으로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 첫째가 대한민국 헌법의 제12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그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다음에 둘째번에 스치는 그 사항은 한사람의 생명은 만천하보다 귀하다는 귀한 하나님의 말씀이에요. 셋째는 네가 왜 그리 번민하느냐 너 하나 죽음으로 인해서 당시의 사태를 원만히 수습할 수 있을텐데 왜 그렇게 번민하느냐

과잉진압을 거부한 이유에 관한 정웅의 답변이다. 박준병과 정웅. 한 명은 구국의 결단을 통해 개인이 누릴 영광을 모두 누렸고 그만큼 인권 유린, 헌정사의 왜곡 같은 대한민국 역사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다른 한 명은 그에 비한다면 참으로 별 볼일 없는 삶이었다. 2019년은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이었고 올해 2020년은 4월혁명 60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시민이자 하나님 나라의 백성인 크리스찬. 어떻게 사는 삶이 올바른 삶이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일까.

대부분의 사실 관계가 밝혀졌고 국민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민주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심화된 오늘날에도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신학교를 다니는 젊은 기독교인이 독재를 찬양하거나,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김대중이 주도한 폭동식으로 쓴 글을 찾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광주청문회에서 장석화 의원은 박준병에게 한 번 더 묻는다.

귀하는 역사학도시죠?’

오늘 우리의 역사의식은 어떤가.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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