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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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리스도인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1.14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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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곧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수많은 박해 속에도 신앙을 지켰던 초대교회 성도들은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처음엔 조롱과 멸시의 시선이었을지 모르지만 나중엔 영광의 이름이었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크리스천은 영광의 이름까진 아니지만 선하고 순수한 사람 정도로는 여겨진다. 아니, 그렇게 생각됐었다. 크리스천이란 단어 앞에 붙던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이란 수식어는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특히나 미디어에 묘사된 요즘 크리스천의 모습은 처참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한 교계 매체가 2000년대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려진 크리스천의 모습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4편의 작품 중 긍정적 묘사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은 끽해야 2편에 불과했다.

어디 영상 매체뿐이랴. 청소년들이 흔하게 접하는 웹툰에서도 악역의 직업이 목사로 묘사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을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읊어대는 구절들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게 들릴 땐 복잡미묘한 감정이 섞인다. 그나마 개중 몇몇 작품은 정통교회가 아닌 사이비를 묘사했다거나, 사기꾼이 정체를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목사의 탈을 썼을 뿐이라 위로해보기도 하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출 길이 없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돼버린 걸까. 물론 미디어와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기독교에 대한 막연하고 과도한 반감, 그리고 종교라는 소재가 미디어에서 이용하기 좋은 자극적인 아이템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오해이고 거짓이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만은 없다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미디어는 현실사회의 거울이라고들 한다. 대중들의 눈에 비춰진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이렇다. 억울하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냉정히 현실을 바라보자. 그리스도인이란 영광의 이름을 회복할 길은 오직 우리의 삶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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