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장로는 경쟁자 아닌 동역자…서로 역할 존중해야”
상태바
“목사와 장로는 경쟁자 아닌 동역자…서로 역할 존중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1.08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보는 직분론 - (2) 장로의 역할과 당회 갈등

우리나라는 유독 장로교가 강세다. 세계적으로 장로교는 그다지 교세가 큰 편에 속하지 않고 침례교단이나 오순절 교단이 다수인 반면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대한예수교장로회일색이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들도 다른 교단은 몰라도 대한예수교장로회는 들어봤다고 말할 정도다.

때론 평신도를 대표하는 직분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때론 교회 분쟁의 중심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는 장로’. 성경은 장로라는 직분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고 어떤 역할을 요구하고 있을까. 또 교회 분열까지 야기하기도 하는 목사와 장로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번 주는 우리나라 대다수 교단의 명칭에 자랑스레 자리하고 있는 장로에 대해 살펴봤다.

 

심방도 장로의 역할?

오순절 이후 초대교회는 날이 다르게 부흥해갔다. 당시 예수살렘교회를 이끌던 사도들이 있었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공동체를 단 12명이 이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복음 전파의 사명을 받은 사도들이 공동체 관리를 위해 예루살렘에만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역에 정착해 교회 행정을 담당할 이가 필요해짐에 따라 생겨난 직분이 바로 장로다. 예루살렘교회에서 장로는 행정적인 일을 담당하고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바울이 이방교회를 개척하고 떠나며 세웠던 장로는 오늘날의 목회자 역할에 가까운 직무를 수행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듯 교회 공동체의 관리와 행정을 위해 탄생한 장로는 오늘날엔 평신도를 대표하는 직분으로 목회자와 함께 당회를 구성하고 교회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 책무를 맡는다. 예장 백석 헌법에서는 장로의 직무를 교회의 택함을 받고 치리회원이 되어 목사와 협력하여 행정과 권징을 관리하며 성도의 신앙과 생활을 살피고 교우들이 교리를 오해하거나 도덕적으로 부패하지 않도록 권면하며 회개하지 않으면 당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장로가 교인들의 집을 심방하는 것은 매우 보기 힘든 풍경이다. 한국교회 장로의 가장 중요한 직무로는 당회와 상비부서 활동이 지목된다. 하지만 서방교회는 심방을 장로의 가장 주된 직무 중 하나로 꼽는다. 데이비드 딕슨의 장로와 그의 사역에서는 적어도 1년에 두 차례 자신의 교구를 심방해 교우들의 삶을 살피라고 권면한다.

고신대 이성호 교수는 장로의 기본적 직무는 말씀에 따라 교회를 다스리는 일이다. 하지만 교인들의 삶에 대해 모르는 장로가 교회를 다스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심방은 본질적으로 장로가 해야 한다. 이밖에도 예배시간에 목사와 협력해 성찬과 세례를 통해 은혜를 나누는 것이 장로의 직무라고 설명했다.

 

당회 갈등 속 숨겨진 권위주의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장로는 성경이 말하는 직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을까. 물론 신실한 삶으로 모범을 보이며 교인들을 지혜롭게 이끄는 장로들도 많다. 하지만 목회자와의 갈등으로 교회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장로들의 모습도 때때로 발견되곤 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죽하면 목사들은 장로들만 없다면 목회할 맛이 날 것이라며 한탄하고, 장로들은 목사다운 목사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갈등의 이면에는 두 직분의 권위의식이 감춰져 있다. 목사와 장로는 맡겨진 직무가 다를 뿐 계급이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님에도 스스로의 직분을 상하관계가 있는 계급인 양 여긴다는 것. 실제 교회 임직예배나 부흥회에서는 담임목사를 잘 섬겨야 복을 받는다거나 담임목사는 선장이고 직분자는 배의 부품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멘트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장로들은 목사를 견제하지 않으면 독선과 전횡을 일삼을 것이라며 목사를 동역의 대상이 아닌 권력 견제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장로들 사이에서 나오는 새로 온 목사 길을 잘 들여야 된다거나 목사가 당회에서 갑자기 안건을 제출해 면박을 줬다는 식의 발언 역시 목사와의 권력싸움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이밖에도 목사, 또는 장로의 개인적 자질 문제나 재정운용을 포함한 세속적 이해관계가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통존중이 해결책

전문가들은 목사와 장로 사이의 당회 갈등 해결을 위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했다. 실제 장신대 이만식, 임성빈 교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당회갈등의 가장 주된 요인으로 담임목사와 장로 모두 의사소통의 불충분을 꼽기도 했다.

영남신대 김승호 교수는 목사와 장로는 서로의 직무에 대해 지속해서 대화하고 그 직무를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후속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가능하다면 목사와 장로의 직무와 세부적 역할에 대해 함께 문서를 작성해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목사에게 다소 권한이 집중된 한국교회의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혁신학연구원 임진남 목사는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권위 있게 선포하는 것이 목사의 역할이지만, 강단이 아닌 교회 회의나 다른 일에서 권위를 주장하는 것은 고집일 뿐이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모습이라며 교회를 다스리고 돌보는 일은 목사에게 국한된 직무가 아니라 목사와 장로 모두로 구성된 당회에 있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로 역시도 태도의 변화가 요청된다. 장성수 장로(능곡교회)목사가 독단적으로 행동해서도 안 되겠지만 장로들 역시 목사가 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면서 아름다운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는 목사와 장로가 서로 경쟁자가 아닌 동역자라는 인식으로 하나님의 말씀만을 바라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