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새해, 말씀으로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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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새해, 말씀으로 점친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1.07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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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송구영신 예배를 드린 나는 자연스레 말씀 뽑기에 동참했다. 이번 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첫 말씀이 무엇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성경구절이 적힌 카드 한 장을 집어 드는데 옆에서 어느 한 성도의 다소 실망 섞인 탄식이 들려왔다. “! 네 말씀 부럽다. 내가 뽑은 말씀을 보니, 나는 아무래도 힘든 한 해를 보내려나봐.”

솔직히 나라고 그 성도와 다를 바는 없었다. 새해 하나님께 받은 첫 말씀이 마치 앞으로의 1년을 좌지우지할 것 같았고, 내심 내가 기대했던 구절이 나오면 반갑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아쉬움을 가졌다. 이에 대개 교회들은 애초에 주님의 심판과 진노, 훈계와 관련된 말씀은 제외하고 축복 등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좋고 예쁜 말씀만 골라 뽑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신년에 가장 먼저 고른 말씀은 결코 부적이 아니다. 나에게 유리하고 복된 열매만 가져다줄 점괘도 아니다. 물론 한 해를 시작하는 때 마음을 새롭게 하고 삶과 신앙의 방향을 정하는 순수한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단편적으로 고른 성경 한 구절을 갖고 길흉화복을 논하는 등 왜곡·확대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나아가 작년 이맘때 쯤 실린 본지의 기획기사 새해 무속신앙 찾는 기독교인들이 떠오른다. 여기에는 취업과 결혼 등으로 미래가 불안해 점집과 타로카페를 찾는 이들 10명 중 3명가량이 기독교인이라는 한 무속인의 증언이 나온다. 심심풀이로 온라인을 통해 사주팔자와 별자리를 살피는 이들까지 더 하면 적잖은 크리스천들이 미신을 의지하는 셈이다.

이제 운세를 보듯 말씀을 뽑는 기복신앙을 비롯해, 한 치 앞도 모르는 두려움에 하나님 대신 미신을 의지하려는 연약함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 한 번 뽑는 말씀에서 해결책을 찾지 말고, 고난 속에서도 피할 길을 내주시는 하나님만 바라보자. 2020년에는 모두가 하나님 제 편이 돼주세요!”라고 조르기 전에, 먼저 하나님 편에 서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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