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강’ 난 대한민국에는 ‘나’와 ‘내편’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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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강’ 난 대한민국에는 ‘나’와 ‘내편’만 있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12.31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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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인물로 보는 2019년

2019년은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기 가장 어려운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구설에 오른 인물들을 꼽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을 위로할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어수선한 한국사회에서 지표가 될 만한 인물을 찾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2019년이다. 존경을 받던 어른들은 한 사람씩 떠나간다. 역사는 후대의 몫으로 남았다. 누가 이끌어 갈 것인가? 누가 위로할 것인가? 뜬금없는 캐릭터 ‘남극펭귄 펭수’에 열광하는 요즘, 사람이 아쉽고 그립다. 2019년 막판에 한국교회 곳곳에서 화해의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2020년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정직하게 전하는 선지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평화’의 메시지 남기고 간 이희호 여사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천국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생애 마지막까지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가 깃든 유언을 남기며 올해 6월 만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모태신앙인으로서 이 여사는 기독교계 이화고등여학교와 이화여자전문학교를 다니고 1950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후 미국 램버스대와 스카렛대에서 유학했다. 일제 치하에 태어나 해방과 분단 등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그는 그야말로 격변의 현대사를 몸으로 부딪히며 이겨낸 인물이다. 대통령 영부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일찍이 우리나라 민주화와 여성인권 운동을 위해 헌신한 그는 YWCA 총무를 지내는 등 기독교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1세대 여성운동가로 칭함 받았던 이 여사는 동시에 창천감리교회 장로로 시무하며, 장년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인도할 정도로 평생 독실한 신앙인으로 살았다. 

김 전 대통령이 옥고를 치르는 등 인생의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기독교는 고난의 종교”라던 이 여사.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면서 “하나님께서는 고난을 통해 기도하게 하시고 회개하고 겸손하게 하는 축복을 허락하셨다”는 이 여사의 고백은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남긴다.

 

암초 봉착한 ‘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예측하기 힘든 인물이다. 일반적인 정치논리로 이해하기 힘든 경제인 특유의 셈법과 거침없는 성격, 그것을 표현하는 직설적인 화법까지. 올해도 역시나 트럼프는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로 이슈를 주도하며 태풍의 중심에 서왔다. 숱한 예측이 오갔던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수포로 돌아갔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과 미국의 제재완화를 담은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제재완화 수위가 걸림돌이 됐다.

결국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채 두 정상은 회담 이튿날 등을 돌렸다. 우리나라와 관계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트럼프는 줄곧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내는 분담금이 너무 작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한국 내에서는 주한미군 규모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지난 21일 트럼프가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2만8,500명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그에게도 예상을 뛰어넘는 사건이 있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역사상 3번째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이다. 다만 탄핵이 최종 결정되려면 상원의원 100명 중 2/3인 67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공화당이 이미 53석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 탄핵 가능성은 낮을 거란 전망이다. 기독교 보수그룹이 등을 돌리면서 내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전도사에서 정치투사로 나선 황교안 대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가 가결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황 전 국무총리는 올해 1월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뒤 2월 27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됐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만큼 올 한해 눈에 띄는 행보를 거듭했다. 특히 지난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저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중단 등 3가지 조건을 걸고 국회의사당과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정치적 시험을 단행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로 지명됐을 당시에는 임명을 철회하고 사과하라며 삭발 릴레이에 동참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침례교단 소속 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10월에는 제17대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한나라당 경선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지자 자신의 블로그에 “유력한 후보 중의 한 분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 경쟁은 몹시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석가탄신일에는 조계종을 방문했으나 합장을 비롯한 불교 의식을 거부하면서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10월에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범국민투쟁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밤샘 기도에 동참하기도 했다.

 

“공부해서 남 주자” 한동대 김영길 총장

‘공부해서 남 주자’는 슬로건으로 기독교 인성교육에 앞장선 한동대학교 김영길 초대총장이 올해 6월 향년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9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김 전 총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금속공학 석사, 렌셀러폴리테크닉대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할만큼 재원이었다. 1976년과 1981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NASA 발명상을 받은 것은 그의 뛰어난 과학적 재능을 증명한다.

그러나 김 초대총장은 단순히 과학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교육자로서도 훌륭한 모델이 됐다. 과학의 발전은 불가피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을 파멸시키는 수단이 되기에 ‘인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었다. 이에 그는 교육의 목적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인성 교육에 힘썼다. 한동대의 명성은 순전히 김영길 총장의 명성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학교 운영과정에서 재정관련 구설에 휘말리면서 뜻하지 않게 옥고를 치루는 고난도 겪었다. 김 총장은 53일 간 영어의 몸이 됐지만 중요 혐의 모두 무죄를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10년간의 임기를 마친 후 2016년부터 한동대 명예총장으로 추대된 뒤에도 학교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어린 시절 ‘어리석어도 좋으니 어질어라’는 집안의 가르침과 신앙에 따라 행해온 그의 평생 교육철학은 이제 큰 유산으로 남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

2003년생, 만 16세에 불과한 소녀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전 세계 정상들을 눈앞에 두고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 당돌한 행보의 주인공은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다. 

그레타 툰베리가 환경운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눈을 뜨게 된 툰베리는 환경 파괴에 침묵하고 대응에 미온적인 기성세대에게 반항하는 의미에서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해 말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기후변화협약에 참석한 그는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을 겨냥해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않는 행동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연설했다. 환경문제에 무관심한 미국 대통령을 째려보는 그의 사진은 압권이었다.

물론 툰베리의 주장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있고 급진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또 생태계 복구와 같은 자연적 해결책만을 중시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려는 기술적 노력을 폄하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라며 학교를 뛰쳐나온 소녀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그레타 툰베리는 올해 북유럽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바른생활상을 수상했다. 

 

선지자인가 선동가인가, 전광훈 목사


전광훈 목사를 빼놓고는 2019년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말하기 힘들 정도다. 그야말로 2019년은 ‘전광훈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목사는 지난 1월 한기총 제30회 정기총회에서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후 지치는 기색도 없이 지속적인 광폭행보를 이어왔다. 이단해제, 회원 영입, 한기총 명의 대정부 집회 등 1년 내내 뉴스에서 이름이 내려올 날이 없었다. 

지난 9월 20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를 출범시키고 총괄대표에 취임했으며 청와대 인근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집회와 예배를 주관하고 있다. 10월 3일 개천절을 시작으로 주말마다 ‘문재인 탄핵 국민대회’를 열고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한기총 건을 비롯해 각종 집회로 인해서 고소고발 당한 것 만도 여러건이다. 하지만 ‘거물’ 전광훈 목사를 경찰이 소환하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다. 그가 주도하는 집회에는 경찰병력 5천여명이 동원되고, 그의 주도 하에 청와대 앞에는 수십개의 1인용 천막이 운집해있다. 서울은 물론이고 저 멀리 거제도에서도 밤샘투쟁을 위해 청와대에서 철야를 한다. 

전 씨는 야외투쟁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 씨와 사랑제일교회가 연관된 유튜브 채널만 여러개로 보인다. 올초 런칭한 ‘너알아TV’는 현재 27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집회 마다 생중계를 하며 후원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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