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섭리(1) (15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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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섭리(1) (1530년)
  • 주도홍 교수
  • 승인 2019.12.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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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73

특별한 인물 필립

츠빙글리는 1530년 1월 25일 독일 헤센주의 백작 필립(Philipp von Hessen)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26세의 필립은 1529년 9월 29일 츠빙글리가 마부르크 궁전에서 행한 설교 원고를 받아보기를 정중하게 간청했다(bitten). 그 소문난 1529년 마부르크 담화가 열리기 직전, 비텐베르크의 루터와 멜란히톤이 도착하기 하루 전 9월 29일 행한 츠빙글리의 설교에 필립은 크게 감동했다. 평소 원고 없이 설교하는 츠빙글리는 기억에 의지하여 순종하는 마음으로 원고를 만들어야 했는데, 설교라기보다는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논문으로 새롭게 작성하였다. 글의 마감일이 1530년 8월 20일로 제시되는데, 백작 필립의 편지를 받은 지 7개월이 지난 시점임을 기억할 때. 상당한 기간이 지난 시점이다. 그 사이 츠빙글리는 많은 업무로 인해 답을 바로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쓰던 글에 집중할 수 없어 내용이 중복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였으나, 이를 삭제하지 않은 채 필립 백작에게 보냈다. 그만큼 자신이 바쁜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한 글임을 백작이 인정하기를 원했다고 글의 결론에 덧붙이고 있다. 

츠빙글리는 자신의 신앙론을 부록으로 첨부하였는데, 신앙고백의 차이에도 교파 간 평화를 추구했던 필립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던 츠빙글리의 기대가 드러난다. 츠빙글리는 동봉한 편지에서 필립을 “바르게 판단하는 유일한 인물”, “지치지 않고 진리에 확고히 서서 중심을 잡는 유일한 인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성주의 모델”이며, 실수를 덮어주고, 약자를 보호하는 평화의 인물, “가장 용감한 영웅”으로 높이 평가한다. 츠빙글리는 백작 필립을 세 가지 면에서 특히 귀하게 평가했는데, 하나님 외에 전지전능한 사람은 없다고 한 점, 교황 한 사람의 뜻을 따라가는 일은 사려 깊지 못한 것으로 여긴 점, 16세기 자신들이 처한 혼돈은 오류와 공명심에 근거하고 있다고 이해하는 점이었다. 
 

하나님의 섭리

이러한 혼돈의 시대를 향한 츠빙글리의 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한데, 크고 작은 소소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근본(die Hauptpunkte der Religion)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었다. 츠빙글리는 최고의 선(summum bonum)이신 하나님의 섭리(providentia dei, die Vorsehung Gottes)를 예정과 선택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그분의 주권을 순종하며 따라야 함을 요구하며, 그럴 때 로마서 8장 28절을 따라,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이다. 총 7부분으로 나누어 츠빙글리는 하나님의 섭리를 설명한다.

츠빙글리 논증의 결정적 근거는 성경으로, 성경을 흔들리지 않는 사고의 기초로 제시하고 있다. 츠빙글리의 글은 비록 철학적 논리와 언어를 보이며, 자연신학 요소가 나타나지만, 계시신학에 둘러싸여 있고, 그 중심축은 분명히 기독론이다. 츠빙글리가 이러한 논증의 방법을 가져온 이유는 복잡하게 신학적으로, 논리적으로 뒤엉킨 마부르크 종교담화(1529년)를 염두에 두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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