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내려놓고 ‘사람-교인’에게 집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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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내려놓고 ‘사람-교인’에게 집중하다
  • 공종은
  • 승인 2019.12.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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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 살림 두 목회자의 올해 목회 되돌아보기
벧엘성서침례교회와 요한서울교회, 교단도 다르고 규모도 다른 두 교회가 2년 3개월여 동안 한 지붕 살림을 했다. ‘1년 정도면 되겠지’ 하고 시작된 동거였지만 2년이 넘게 이어졌고, 교회를 건축해야 했던 덩치 큰 요한서울교회를 작은 벧엘성서교회가 한 지붕 아래로 품은 조금 의아한 모양새였다.

교회라는 공통점이라고 말하기에는 목회자에서부터 교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목회 스타일과 사역의 방향 등 대비되고 다른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이 두 교회가 함께했던 지난 2년, 그리고 올해 목회의 마무리는 더 특별했다. 동거는 끝났지만, 두 교회의 애정은 더 진득해졌다.

 
요한서울교회 백상욱 목사(왼쪽)과 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는 교회의 연합, 이웃과 함께 가는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올해 목회의 키워드를 ‘지역 교회의 연합’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요한서울교회 백상욱 목사(왼쪽)과 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는 교회의 연합, 이웃과 함께 가는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올해 목회의 키워드를 ‘지역 교회의 연합’으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 함께했던 감동이 전도의 열정으로

2년 넘게 부대끼며 함께 생활했던 요한서울교회가 훌쩍 떠났다. 그게 지난 11월. 멋지고 큰 교회를 완공했고, 벧엘성서침례교회와는 5백여 미터 떨어진 곳이다. 가까운 데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지만, 그렇지 않았다. 벧엘성서침례교회 교인과 교역자 모두 요한서울교회의 떠남을 축하했고, 사랑의 마음으로 일일이 배웅했다.

두 집 살림 한 달여 만에 만난 요한서울교회 백상욱 목사와 벧엘성서침례교회 현상웅 목사는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함께 드렸던 ‘연합예배’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역 교회들의 연합을 목회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교인들 모두가 ‘왜 진작 이런 연합예배를 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어요. 비록 떠나는 자리를 함께하는 예배였지만, 함께하게 하시는, 주의 몸 된 교회가 하나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이끄심을 보았죠. 교인들 모두가 연합예배의 감동을 이야기했고, 섬겨준 것, 보듬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했습니다. 하나님의 이끄심에 감격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습니다.”

현 목사는 한 교인의 고백이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그동안 비어 있는 예배당만 보면서 마음마저 비었었는데, 요한교회와 함께 예배하고 자리가 꽉 찬 것을 보면서 전도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고백이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우리 교회의 미래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 가장 좋은 설교는 이웃과 함께 가는 행동과 섬김
요한서울교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백 목사는 교인들 모두가 ‘우리 교회’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을 갖고 었었다는 것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벧엘성서침례교회와 동행하면서 이 자부심이 많이 깨지고 겸손해졌어요.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있고, 그만큼의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로 인해 ‘우리끼리’의 폐쇄성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흔치 않은 기회였고, 배운 게 많습니다.”

입당 예배에 참석해준 이웃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에 대해서도 놀라워하고 고마워했다. ‘과연 우리 교회라면 다른 교회의 입당 예배에 참석했을까?’를 생각했다는 백 목사는, “이웃 교회와 함께 가는 것이 이렇게 가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백 번의 설교보다 이웃 교회들이 보여준 행동과 섬김이 더 큰 설교였다”고 말했다.

현 목사는 “지난 2년여의 시간은 사람에게, 교인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목회의 여정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계획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맡기는 시기, 요한교회로 인해 힘이 비축되는 시기였다고 했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로 인해 하나님의 이끄심에 온전히 따라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일보다는 사람에게, 교인에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교인과의 일대 일 관계에 집중했고, 그들의 마음을 듣는 시간이었죠. 이런 부분이 없었다면 놓치고 갈 마음들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고 알게 됐습니다.”

 
두 교회의 연합예배.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은 모두 ‘왜 진작 이런 연합예배를 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두 교회의 연합예배.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은 모두 ‘왜 진작 이런 연합예배를 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 목회적 고민 나누는 ‘좋은교회만들기연합’

백상욱 목사와 현상웅 목사는 “동네에서 목회적 고민을 나누는 동료들을 만나서 대단히 힘이 된다”고 말한다. 요한서울교회와 벧엘성서침례교회 외에도 성광교회(천귀철 목사), 원일교회(박병우 목사), 서울성산교회(장태영 목사), 자양교회(이철규 목사), 영광교회(김병호 목사)가 좋은교회만들기연합의 이름으로 목회적 고민을 위한 발을 맞추는데, 내년 1월에 ‘교회 연합 신년 성경통독수련회’를 열기로 했다. 올해 1월 함께 참여해 열었던 연합 통독수련회의 반응이 너무 뜨겁고 좋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여섯 교회가 함께 김장을 담갔습니다. 교회가 중심이 돼 김장을 했고 3년째 이어오는데, 230여 세대의 독거노인과 이웃들에게 좋은교회만들기연합의 이름으로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주민자치센터에서 주관한 일일찻집에 성금을 기탁하고, 경로잔치를 비롯한 지역의 요청에 적극 호응합니다. 이 모든 것이 ‘교회가 세상을 섬기는 통로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에 의한 것입니다.”

백 목사는 “사회복지와 선교에서 협력의 장을 넓히고, 교육에 있어서도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교육을 위한 공동 경영’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유치원과 방과후학교가 특성화된 교회,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네 교회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중복투자를 하지 않는 교육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유치원은 A교회, 방과후학교는 B교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C교회로 학생들을 보내는 형태다.

 
# 목회자들의 우려보다 교인들 성숙성이 앞선다
백 목사와 현 목사 모두 교회의 연합과 연합예배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리고 이런 목회의 방향성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백 목사는 “교인들이 이동하거나 다른 교회에 빼앗길 것을 염려해 연합하지 않는데, 막상 만나고 연합예배를 드리고 교류해 보니까 그렇지 않더라”고 말했다.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교인들이 이미 성숙해 있었고, 교회에 대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건강한 나눔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교인들이 환호할 정도로 좋아하는데, 교회의 연합을 막는 것은 교인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목회자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 목사의 생각도 맥을 같이한다.
“2017년부터 시작해서 2019년까지, 정확히는 2년 3개월 동안 아름다운 동행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큰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벧엘성서침례교회와 요한서울교회를 사용하셔서 깨어진 퍼즐의 한 귀퉁이라도 맞추어가는 복을 누리고 싶은데, 하늘에서 이루어진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증인 된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 또한 부르신 이의 뜻에 따라 이루어가실 줄 믿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 지역 안에서 서로 연합하며 세워가는 아름다운 동행이 계속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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