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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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이젠 안녕~
  • 차성진 목사
  • 승인 2019.12.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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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진 목사의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⑭

작년 이맘 때쯤, 제가 근무하는 군교회 병사들과 함께 동해 주문진으로 MT를 떠났던 게 기억나네요. 도착하자마자 바다 앞에서 밤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사진을 찍고 제가 좋아하는 수산시장으로 우루루 몰려 갔습니다. 거기서 문어가 이렇게 클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세숫대야만한 빨간 고무 대야에 20kg, 30kg가 넘는 문어들이 그마저도 좁아서 몸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이거다! 싶어서 다음 날 새벽시장에서 그보단 조금 작은 문어 한 마리를 사다가 문어 라면을 바로 끓여 10명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문어를 좋아하는데, 이젠 문어와 슬슬 작별해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문어체보다 구어체가 글을 더 부드럽게 읽히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그 말의 소리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읽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실제 듣기에 편한 말이 읽기에도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볼까요? 아랫 문장이 훨씬 더 읽기 편함을 느끼실 겁니다.

‘아내가 만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효민은 구매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그렇게 사지 말라했는데, 효민이가 결국엔 사더라.’

역으로 뒤집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만약에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누군가 첫 번째 문장처럼 이야기한다면 어떨까요? ‘이 사람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굉장히 딱딱하고 어색하고 불편할 겁니다. 듣기에 편한 문장이, 읽기에도 편하다는 원칙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글이 대부분 문어체의 문장이다보니 습관적으로 문어체 표현이 등장할 때가 있습니다.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라, ~함으로써’와 같이 실생활에 쓰이지 않는 문어체 표현이 등장할 때마다 가독성은 낮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구어체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대화하는 그림을 상상해 보는 겁니다. 예상 독자와 커피를 놓고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이 때 내가 사용할 말투를 그대로 옮겨 적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글을 다 쓴 다음에는 실제로 말하는 것처럼 입으로 소리내어 읽으면서, 어색하고 딱딱한 표현들을 일상적인 말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겁니다.

차성진 목사 /  임마누엘 덕정교회 담임, 글쓰기 강사
차성진 목사 / 임마누엘 덕정교회 담임,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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